중국 정부는 노동 시장과 관련해 고성장 정책을 다소 낮춰 잡으면서 대신 산업구조를 이전의 노동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바꾸고 또 새로운 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로 임금 상승, 산업구조 전환 정책 속도 낼 듯
중국도 너무 빠른 성장을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저런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지난 호에 다루었던 빈부 격차와 이번에 얘기할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다. 중국의 노동 시장은 현재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그리고 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은 거의 다 고용돼 찾기 어렵다는 루이스전환이라는 두 가지 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구조 변화의 배경, 영향 및 정책 전환 등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약 30년간 연 10% 가까운 고성장을 계속해왔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13억~14억 인구의 거의 무한정이라고 생각되는 값싼 잉여 노동력이 가장 큰 요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것은 바뀌는 모양이다. 인구 때문에 골치를 앓던 중국이 지금 와서는 노동력 부족을 고민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구조 변화는 중진국 함정과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루이스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노동 공급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반면, 노동 수요 특히 기술력 있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 이젠 그러한 기업의 요구를 충분히 맞춰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이를 학계에선 루이스전환점이라 하는데, 현 경제발전 단계에 걸맞은 노동력이 바닥났다는 뜻으로 그런 의미에서 노동의 완전고용 상태라고도 한다.

이 두 가지 변화는 향후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물론 소득분배, 무역과 같은 경제구조,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등 광범위한 영향을 줄 텐데, 긍정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 상승과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

노동력이 과잉에서 부족으로 바뀌면 시장원리상 임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4~5년 사이에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명목임금뿐 아니라 실질임금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자료를 봐도 2000년 이전까지 실질임금의 상승률은 항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으나, 2000년 이후에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GDP 성장률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실질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임금 상승이 이전보다 빨라지면 잇달아 또 다른 파급효과가 생긴다. 첫째,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는 인플레가 우려된다. 인플레 압력이 점점 세지면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민폐 절상에 조심스럽던 중국 당국도 물가를 잡기 위해 인민폐를 절상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둘째, 지금 중국 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된 소득격차 해소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왜냐하면 자본으로의 소득분배보다 노동으로의 소득분배 비율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노동 시장이 매수 시장에서 매도 시장으로 바뀌면 이는 임금 상승이라는 가격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이나 호적제도의 개혁 등 근로자의 권리 개선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실업률 하락과 사회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소득격차는 개인의 빈부 격차 외에 지역 간 격차도 심각하다. 그러나 연해 지역의 임금 상승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내륙, 서부 지역으로의 산업 이전, 공장 건설, 근로자의 이동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07년 이후로는 내륙·서부 지역 성장률이 연해 지역 성장률을 상회하는 소위 서고동저(西高東低)형 성장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임금도 내륙, 서부의 임금 상승률이 빨라져 지역 격차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8월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아끼던 8% 이상의 고성장(빠오빠·保八) 정책을 포기한다고 공표해서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목표성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 저축률도 떨어질 듯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루이스전환점 도래로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잠재성장률은 정의상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률,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률, 노동생산성에 의한 성장률 등 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우선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노동 투입이 줄고 당연히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률은 떨어진다.

또 루이스전환점에서는 쓸 만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임금 상승 압력만 커지기 때문에 생산성도 마땅치 않다. 생산성 상승으로 올릴 수 있는 성장률이 별 볼일 없으면 투자해서 설비를 증설하고 공장을 더 짓겠다는 자본가도 나오지 않아 자본 투입 증가로 성장률을 높이기 어렵다.

결국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루이스전환점에 도달하면 세 부문의 성장률이 다 떨어져 잠재성장률도 떨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또 생산가능인구가 늘면서 고용도 계속 늘 때는 저축률이 높아지고 저축 증가로 자본 투입 증가도 빨랐으나, 이제 생산가능인구도 추가 고용도 정체되고 있어 저축률이 하락하고 자본 투입 증가 속도도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8월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아끼던 8% 이상의 고성장(빠오빠·保八) 정책을 포기한다고 공표해서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이러한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목표성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처럼 8~9%의 고성장을 계속 추구하면 인플레 등의 부작용만 커지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로 임금 상승, 산업구조 전환 정책 속도 낼 듯
신산업 육성으로 고용 창출 확대 노려

그럼 이러한 구조 변화에 맞춰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고성장 정책을 다소 낮춰 잡으면서 대신 산업구조를 이전의 노동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바꾸고 또 새로운 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고용 창출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01~2011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은 평균 10%로 대단히 높았지만 고용 증가는 1% 내외였다.

이것은 2000년 들어 중국 경제는 이미 노동투입량에 의한 성장 기여보다 자본 투입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장 기여가 절대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제 노동집약형 산업으로 계속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최근에는 지금 산업구조로서는 필요 노동력의 완전고용 상태다.

따라서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 밝히고 있듯이 중국 정부는 노동집약형에서 부가가치 높은 자본집약형 산업으로의 이전을 향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자본 투입 확대를 통해 이노베이션, 생산성 향상을 지속시켜나가겠다는 의도다.

또 기존 산업으로서는 구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대체에너지·환경보호·바이오· 신소재·전기자동차 산업 등 7대 전략적 중점 산업이 그것인데, 신산업 창출로 생산성 향상에 의한 성장률 상승은 물론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를 만들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와 철강 생산국이 됐지만 향후 더욱 빨리 중공업 생산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에의 영향 및 시사점

중국은 세계 제일의 수출대국이면서 제2의 수입대국이다. 따라서 중국의 노동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 전환 정책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선 중국의 수출·수입구조 변화를 통해 제품 간 상대가격, 각국의 교역 조건을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껏 중국은 노동력을 비교 우위로 싼 노동집약형 제품을 수출하고 기계부품 등 자본·기술집약형 제품을 수입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수입하는 자본·기술집약형 제품은 비싸져서 이를 수출했던 우리나라를 포함, 선진국들은 이익을 많이 봤고 중국이 수출하는 노동집약형 상품은 더 싸져서 중국과 경쟁하는 개도국들은 어려웠다. 중국이 자본집약 제품으로 가게 되면 영향은 반대가 된다. 우리나라, 선진국 등이 그만큼 경쟁도 세지고 돈 벌기가 만만치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 신산업 육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우리 나름의 경쟁력 있는 산업 육성, 중국 시장 진출, 중국 기업과의 시너지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