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하반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양’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각국의 거시경제 기조가 갈수록 뚜렷하다.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질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뉴 노멀 시대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5년 차를 맞는 2013년의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환경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시대가 지고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12년에 이어 경제주체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이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점이다.

2013년 이후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인 뉴 노멀(새로운 표준)은 종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버넌스를 주도해 왔던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4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가장 먼저 던지는 화두는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언제 종식될 것인가다. 그 판단 기준 중 하나는 미국의 국민소득(GDP)이 언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가 언제까지 세계 공용어(lingua franca)의 위상을 누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이 일어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그 답은 여전히 빠르면 2010년대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이후 향후 10년간 매년 중국은 7.75%, 미국은 2.5% 성장하고 위안화가 3%씩 평가절상 된다면 2019년에는 중국이 세계 1위로 굴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영어의 위력도 핵심 사용 계층인 백인이 3억 명에서 정체 상태고, 컴퓨터의 발달로 통역 기술이 크게 향상돼 조만간 시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가시화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 최고 단위가 바뀌고 있다. 이미 각종 국제협상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이동되고 있다.

글로벌화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벌써 환율전쟁 등 신(新)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날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뉴 노멀 시대에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산업 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후발 기업들은 창의, 혁신, 개혁, 융합, 통합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미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2013년에도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경제 입장에서는 경착륙은 아직까지 우려의 성격이 짙지만 미리 반영해야 할 기업경영과 증시 입장에서는 분명히 리스크다.
세계 경제 입장에서는 경착륙은 아직까지 우려의 성격이 짙지만 미리 반영해야 할 기업경영과 증시 입장에서는 분명히 리스크다.
연착륙과 경착륙의 기로에 놓인 세계 경제…어느 길로 갈 것인가?

5년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숨통이 트일 무렵에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가 2년 반이 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위기 상시 체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2009년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도 꼭 4년이 되는 시점에서 연착륙(soft landing)과 경착륙(hard landing)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2012년 2분기 이후 미국, 중국, 독일 등 중심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세가 역력해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2013년 이후 흐름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입장에서는 경착륙은 아직까지 우려의 성격이 짙지만 미리 반영해야 할 기업경영과 증시 입장에서는 분명히 리스크다. 따라서 각국은 거시경제 기조를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경기 부양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위기로 정책 여지가 바닥이 난 데다 각국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얼마나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든 정책은 정책 당국의 신호(signal)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response)해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느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작동되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그만큼 지연되고 세계 경제는 경착륙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도 꼭 4년이 되는 시점에서 연착륙과 경착륙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현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좀비 국면에 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경제연령이 젊은 중국, 인도 등 일부 신흥국에서도 조로화(早老化) 조짐이 일고 있다. 그만큼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세계 경제가 ‘5대 함정’에 빠져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 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부양 수단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화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이 우려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정책 함정과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도 최종 목표인 경쟁력 개선 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나라든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이 증대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 다른 전망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IMF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등이 2011년까지 유지해 왔던 ‘반기’ 예측기간을 2012년 들어서는 ‘분기’로 단축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최근 주요국 경제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가 5대 함정에 빠지는 초기 단계에 나타났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경착륙에 빠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럽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잘 버티어 왔던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기가 주춤거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당국자에 대한 믿음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이 상황에서 선진국 기준금리는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추가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경기 회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갈수록 글로벌 금융사들은 잠재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유럽 금융사들은 외부 긴급수혈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선진국 재정수지는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고 국민의 빚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예측기관들도 직전 전망치의 잉크가 채 굳기도 전에 또 다른 전망치를 내놓기 바쁘다.

특히 그리스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미 ‘좀비 위기국’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국민은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기보다는 같은 상황에 처해 금 모으기를 했던 한국 국민과 달리 오히려 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벌어지고 있다.

각국 경제에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자 2012년 하반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양’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각국의 거시경제 기조가 갈수록 뚜렷하다. 미국은 2011년 9월에 발표됐던 일자리 창출 위주의 재정 정책(일명 오바마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무기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경기 침체의 주범인 엔고(円高)를 저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데 이어 최후의 부양 수단으로 소비세 인상을 어렵게 추진했다.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 인하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그리고 무제한 국채 매입으로 상징되는 드라기 패키지를 발표했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기준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최근 들어 각국이 추진하는 부양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다. 2012년 6월 멕시코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가 끝나고 채택된 ‘로스카보스 공동선언문’에 일자리 창출 위주의 성장 정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려면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과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는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 제한됨에 따라 미국 국채로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 제한됨에 따라 미국 국채로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실제로 세계 경제를 경착륙에 빠지게 할 변수,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도 많다. 티핑 포인트란 어떤 것이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경제 현안이 우려되다가 실제로 발생하면 그 순간에 경착륙에 빠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최악의 상황은 글로벌 공조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다. 이미 벤 버냉키 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등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대로 이번에도 말만 있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나토(No Action Talk Only)’에 그친다면 세계 경기는 경착륙보다 더한 불황에 처할 수 있다.

둘째,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면서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도 커다란 변수다. 시기가 늦었더라도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렉시트(Greece+ exit)도 하나의 방안이다. 하지만 자칫 포렉시트(Portugal+exit), 스펙시트(Spain+exit)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위기발생국은 유로존에 잔존시키되 독자적인 운영권을 주는 ‘G 유로(Greece+Euro)’와 같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독일의 리더십이 깨지는 것도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차선책이긴 하지만 유럽 위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독일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흔들린다면 유럽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제2 라인강의 기적’이 계속돼야 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넷째,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도 중대한 현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연방 부채 한도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재정 삭감은 불기피하다.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미국 경제가 이 상황을 맞을 경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중국은 2012년 2분기 이후 성장률이 7%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 위기를 예상보다 빨리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경제의 역할이 컸다. 만약 중국 경제가 일부 우려대로 경착륙에 빠져 최후 보루까지 깨진다면 상실감까지 겹쳐 의외로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각국이 추진하는 부양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다.
최근 들어 각국이 추진하는 부양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다.
여섯째, 일본의 엔고 디플레이션도 우려된다. 경제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변수(control variable)와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로 나뉜다. 유럽 위기 이후 엔화 강세는 행태변수다. 일본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유럽 위기 상황이 악화되면 엔화 강세가 재현됐다. 따라서 노다 정부가 출범 이후 주력해온 엔고 저지책이 무력화됐다. 최후 부양책으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패할 경우 노다 총리는 조기에 하야될 운명에 놓여 있다.

일곱째, 신흥국의 대규모 자본 이탈 여부도 언제든지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향방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잇따른 위기로 신흥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진 데다 외국 자금 유입으로 일부 자산에 거품이 끼었다. 2012년 4월 이후에도 유럽계 자금의 대거 이탈로 한국 등 신흥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을 방지하는 과제는 종전과 다른 각도에서 다뤄질 문제다.

여덟째, 1999년 이후 무려 20년 이상 지속돼온 국제원자재 가격의 슈퍼 사이클 국면이 마무리되는 경우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다면 물가 안정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사이클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세계 국민의 부가 너무 편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역(逆)자산 효과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홉째, 미국 국채에 낀 거품이 붕괴될 우려도 최근에 제기되는 복병이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 제한됨에 따라 미국 국채로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1% 내외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그만큼 국채 가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 거품이 꺼진다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제 간 자금 흐름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열째, 각국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뛰어드는 경우다.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각국 간 협조가 긴요한 상황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와 같은 극단적인 경제이기주의로 나아간다면 세계 경제가 글로벌 증시는 각각 경착륙, 제2 리먼 사태를 넘어 대공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국들이 마샬 플랜과 같은 공생적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만큼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은 앞으로는 예상되는 변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리스크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막상 이런 리스크가 닥치면 기업 경영과 투자에 커다란 혼란이 생긴 경험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기본과 균형을 중시하면서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 및 투자 기법과 상시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해 놓아야 할 시점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