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유행으로 만들어지는 투자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이 적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트렌드보다 주거 문화에 영향을 미칠 중장기적인 사회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가구 규모 축소에 따른 새로운 주거 형태 등장, 1인 가구들을 위한 커뮤니티형 주거촌 형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 수요 증가 등이 눈여겨볼 만한 최근의 변화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일본 주택 시장 변화로 따져보는 트렌드, 소형 주택의 다각도 활용에 주목하라
[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일본 주택 시장 변화로 따져보는 트렌드, 소형 주택의 다각도 활용에 주목하라
[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일본 주택 시장 변화로 따져보는 트렌드, 소형 주택의 다각도 활용에 주목하라
국내 1호 셰어하우스 연희 마이바움. 개인 주거 공간은 간소화하고 쾌적한 공용 공간에서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국내 가구 구조는 이웃나라 일본과 비슷한 변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일본 주택 시장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부동산 투자에 활용할 만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본의 주택 시장 변화를 바탕으로 눈여겨볼 만한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의 유형을 정리했다.


1인 가구의 새로운 주거 형태 ‘셰어하우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1~2인 가구 수요에 맞춘 소형 주택 시장이 꾸준히 형성돼 왔다. 대표적인 주거 형태가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여러 세대의 1인 가구들이 모여 살며 주방이나 거실, 세탁실 등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주거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식사 등은 같이 하면서도 독립성은 유지할 수 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 하라주쿠의 ‘더 셰어(The Share)’는 젊은 층 타깃의 셰어하우스다. 2011년 11월 재건축을 통해 6층 건물의 3~5층은 개인 거주 공간으로, 나머지 층은 부엌, 화장실, 옥상정원 등 다른 거주자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입주자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소극장,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미팅룸, 카페풍 휴게실을 공용 공간으로 구성해 여가 생활을 풍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도 최근 젊은 직장인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셰어하우스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 마이바움’이 대표적인 사례. 일본의 셰어하우스인 ‘리비타’를 모델로 한국식 변형을 거쳐 개발했다. 16.5㎡ 남짓한 개인 주거 공간엔 침대와 책상, 옷장, 세탁기와 화장실만을 두고, 2층 북카페를 식당 및 카페로 활용해 입주자들이 모여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계했다.

마이바움을 시공한 수목건축 측은 토지비와 공사비로 41억 원가량이 들었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의 시세에 따라 총 원룸 37세대를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75만 원에 임대할 경우 연간 수익률은 8%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국내 아파트들은 전통적인 가족 3~4인 가구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나홀로 가구의 증가를 뒷받침할 셰어하우스 형태의 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물 내에 패션 스튜디오를 구성한 동대문 롯데 와이즈 캐슬.
건물 내에 패션 스튜디오를 구성한 동대문 롯데 와이즈 캐슬.
외국인을 위한 홍대 게스트 하우스.
외국인을 위한 홍대 게스트 하우스.
지역적 특성을 커뮤니티로 활용, ‘콘셉트 맨션’

과거엔 주택을 매입할 때 학군 등 교육 여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최근엔 생활의 편리성이나 직장과의 접근성 등이 주택 매입에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별 특성을 살린 콘셉트 오피스텔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 등장한 주택 형태인 ‘콘셉트 맨션’은 입주자의 직업, 취미, 생활 패턴 등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설계된 맞춤형 소형 주택이다. 8~10가구 정도의 독신 가구들이 비슷한 취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까지 눈높이를 맞춰 설계했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뮤지션 맨션(Musician Mansion: MM아파트)’이 대표적인 사례다. MM아파트는 뮤지션들이 거주하며 마음 편히 연주할 수 있도록 집 안에 스튜디오를 구성했다. 주변에 수시로 전철이 지나다녀 소음이 심한 지역의 특성을 역이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근처에 대학가가 있고 시부야, 신주쿠 등 번화가와도 가까워 젊은 수요층이 많다는 점도 MM아파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도쿄 스기나미구의 주택가에 위치한 ‘바이커스 맨션(Biker’s Mansion: NE아파트)’도 성공적으로 도입된 콘셉트 맨션 중 하나다. 오토바이 소음과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었던 오토바이 마니아들이 모여 살 수 있도록 8세대의 소형 집합 주택 단지를 형성했다. 건물의 중심부엔 곡선 형태의 마당을 설계해 오토바이의 방향 전환을 쉽게 했고 이를 오토바이 전시장으로 활용해 자연스럽게 입주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되게끔 했다.

국내에는 아직 이와 유사한 콘셉트 맨션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 특구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패션 촬영 스튜디오를 건물 내 특화시설로 마련한 ‘롯데 와이즈 캐슬’, 첨단 연구단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을 위해 낮에는 책상, 저녁엔 침대로 쓸 수 있는 ‘월베드(wall-bed)’ 시스템을 도입한 충남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의 ‘두산위브센티움’ 등은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오피스텔의 사례로 눈여겨볼 만하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일본 주택 시장 변화로 따져보는 트렌드, 소형 주택의 다각도 활용에 주목하라
외국인 관광객 천만시대 ‘게스트 하우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저가로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일찍이 떠오른 틈새 투자 상품 중 하나다. 국내에선 서울 마포구의 홍대 및 신촌 지역이 게스트 하우스 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지역. 특히 홍대입구와 인천공항, 김포공항을 잇는 공항철도가 개통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외국인 도시민박업’ 조항을 신설하면서 기존에 있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대학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홈스테이(home stay)를 제공하는 것 역시 게스트 하우스 사업의 범주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장기간 한 곳에 머무는 외국인을 위한 임대 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외국인 전용 부동산 사이트인 사쿠라하우스(sakura-house.com)에 따르면 일본 도쿄 중심가 및 주변 지역 내에서 외국인을 위한 월세를 제공하는 곳은 180여 개 업소에 달한다. 개인 독립 공간 및 공용 공간 활용 여부에 따라 아파트 및 기숙사, 셰어하우스로 운영 형태가 나뉜다.

일반적으로 게스트 하우스의 1인 1일 숙박비는 2만~4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한 방에 여러 명 수용이 가능하고 주중에도 공실이 별로 없어 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단, 일반 임대 사업과 달리 홍보 및 유지 관리에 공을 들여야 하는 단점이 있어 외국 문화에 익숙지 않다면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사진 제공 수목건축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