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고 하겠다. 외국 문화가 좀처럼 인정을 받기 힘든 미국에서의 인기는 믿기 힘들 정도다. 이곳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우드(Westwood) 근처의 한 중학교에선 점심시간에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틀어준다고 한다.

과거 간혹 한국에서 인기 있는 어떤 것이 미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며 과장된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필자도 미국에 사는 동안 이렇게 높은 인기를 얻은 외국 노래는 1990년대 스페인의 ‘마카레나(Macarena)’ 이후론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꼬마들한테 ‘강남 스타일’ 노래를 틀어주면 갑자기 신나서 흔들어 대고, 미국 라디오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됐다.

UCLA대 한국학 교수 한 분은 ‘강남 스타일’과 관련해 언론과 우연히 인터뷰를 한 번 했다가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와 난감하다고 한다. 미국 언론이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외국의 대중문화가 외국어 그대로 미국에서 히트를 터트린 것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마카레나’가 인기를 모을 때하곤 달리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Youtube) 같은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며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다시 주류 언론을 주도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며 문화의 교류가 일어나는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그 정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남 스타일’의 인기로 미국 언론에는 한국의 청담동, 신사동을 비롯해 강남을 소개하는 기사도 나오고 케이팝(K-POP)에 의해 세계가 점령당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사용한다. 필자가 자주 보는 증시분석 매체에는 ‘강남 스타일의 성공을 응용한 이력서 제작법’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저명한 월간지 아틀란틱(The Atlantic)은 ‘강남 스타일’의 내면에는 과시적 소비문화에 대한 풍자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솔직히 처음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고 유튜브를 통해 ‘강남 스타일’을 보았을 때 느낌은 그냥 덤덤했다. 풍자의 심도 측면에서는 물론, 각국에서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선풍적일 것이란 기대는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젊은 층들은 모르겠으나 우리 나이 또래의 중년층은 ‘강남 스타일’의 인기가 자랑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다소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 같다. 노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개방적이면서도 타 문화를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어려운 미국에서 이런 인기를 누리는 비결에 대한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지금까지 케이팝은 모르겠으나 한국 TV 드라마는 아시아권을 넘어서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 미국에서도 보편적으로 퍼져 있진 않지만 마니아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에서 국내 시장을 겨낭해 제작된 작품들은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은 어딘가 어설프고 한국 작품이 주는 잔잔한 재미나 다음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게 하는 아쉬움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시청자로서의 의견일 뿐이다.

‘강남 스타일’이 열어놓은 미국 시장의 정복 가능성은 미국 소비자로 하여금 거부감이나 거리낌 없이 한국의 작품이나 상품을 한 번 더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놓은 것일 수 있다. ‘강남 스타일’을 보고 서울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겼을 것이고, 한국말이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생겼을 것 같다.

스페인의 ‘마카레나’ 처럼 노래와 율동만 인기를 끌고 ‘마카레나’가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것처럼 반짝하는 인기가 아니라 수출용으로 만들어져서 이류가 되지 않고 ‘강남 스타일’ 처럼 우리 스타일로 일류가 되는 꾸준한 작품, 상품의 수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Up-Front in US] K-POP의 미국 정복에 앞장선 ‘강남 스타일’
김세주 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