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7년에 설립된 에르메스(Hermes)는 말안장을 비롯해 마구(馬具) 용품을 시작으로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는 에르메스만의 명성을 쌓아왔다. 그리고 1920년대, 시곗줄을 제작하면서 에르메스의 시계 역사가 시작됐다.
1930년경 제작한 벨트 시계.
1930년경 제작한 벨트 시계.
La Montre HERMES

1928년, 에르메스의 첫 시계는 프랑스 파리 포브르 생토노레(Faubourg Saint Honore) 24번가에 위치한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에르메스의 시계는 스위스 시계 산업의 거장으로 여겨지는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등의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그 협업은 1978년 에르메스가 직접 스위스 비엘에 아틀리에 드 라 몽트르 에르메스(Ateliers de La Montre HERMES)를 설립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2003년부터 정교한 시계 제조와 섬세한 가죽 공예 모두를 한 회사의 울타리 안에 두고 있는 라 몽트르 에르메스는 스위스 플레리어에 위치한 보셰 매뉴팩처 플레리어(Vaucher Manufacture Fleurier)와 손잡고 기계식 시계 컬렉션을 위탁,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에르메스가 가진 수작업 기술에 대한 엄격한 품질 기준을 거쳐 에르메스만을 위한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독점 생산한다.
포르트-어뇽 스트랩, 1912년.
포르트-어뇽 스트랩, 1912년.
2006년, 에르메스는 스위스 시계 제조회사들에 가죽 소재의 시곗줄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고급 가죽의 선별, 재단에서 접합 등 여러 가지 섬세한 공정을 거치는 시곗줄은 에르메스가 보유한 다양한 가죽과 폭넓은 색으로 제작되고 있다.

한 땀 한 땀 수공으로 마무리하는 에르메스 특유의 ‘새들 스티칭(saddle stitching: 말안장을 만들 때 쓰는 독특한 박음질법)’ 기법은 에르메스만의 우아한 스트랩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장인정신과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도 현재에 굳건하게 그 발판을 디디고 있는 에르메스의 시계들은 혁신적이면서 편리한 효용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아름다움까지 담고 있다.
왼쪽부터 이본느, 재클린, 시몬느, 그리고 알린느 에르메스, 1912년.
왼쪽부터 이본느, 재클린, 시몬느, 그리고 알린느 에르메스, 1912년.
[Brand Story] 영원히 변치 않는 이름, HERMES
HERMES en Movement

1912년, 휴가를 떠난 에르메스 가족들을 담은 사진 속, 두 번째에 선 재클린은 손목에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포르트-어뇽(porte-oignon: porte는 문, oignon은 양파라는 의미)’이란 이름의 이 시계는 회중시계에 가죽을 감싸 손목시계처럼 착용할 수 있게 만든, 에르메스 공방에서 제작한 첫 손목시계로 여겨진다.

1912년에 제작한 포르트-어뇽은 한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에르메스의 모든 창작품이 가진 정신과 포부를 그대로 담은, 시계 제조에 대한 진정한 선언과도 같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주머니에서 따로 시계를 꺼낼 필요 없이 손목에 착용하도록 디자인됐으며 에르메스의 핵심 노하우인 가죽 수작업 기술에 중점을 두어 오히려 단순하고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
[Brand Story] 영원히 변치 않는 이름, HERMES
20세기 들어서자 사람과 탈 것의 관계가 진화하기 시작하며, 승마 관련 사업은 스포츠와 레저 분야로 옮겨가게 됐다. 그러면서 에르메스는 단단한 가방 시계부터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시계, 특정 스포츠를 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진동으로 기계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시계를 넣은 벨트 시계 등 여행과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피복과 안장 스티치 등 175년간 전해 내려온 에르메스만의 노하우는 시계에 그대로 전해졌다. 가죽으로 조각이나 에나멜링처럼 표현해 내며 균형 잡힌 디자인과 마무리를 보여준다. 1935년경 출시한 전체를 가죽으로 감싼 마이애미 손목시계는 심미적인 부분을 넘어 팔찌를 보호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했다. 문의 에르메스 도산 파크 02-3448-0728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