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는 젊을수록 유리하다. 자금 마련이 용이할 뿐 아니라 장수, 건강, 자녀 등 다양한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별 은퇴설계법을 소개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시작되면서 각종 언론에서는 직장인의 노후 대비 자산관리 문제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보도 내용을 보면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노후 대비는 50대 이후에나 생각할 문제이지 젊은 세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시작은?

그러나 그렇지 않다. 100세 시대의 노후 대비 자산관리는 50~60대에 시작해서는 너무 늦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그런 연령대에서는 맞추어 사는 길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된 노후 대비 자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20~30대에 직장생활 출발과 동시에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일찍 시작할수록 준비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노후 자금 마련이 그렇다. 가정주부가 30대 초부터 월 8만9100원씩 국민연금에 임의가입만 해도 60대 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현재 가치로 월 46만 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남편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합해도 노후 자금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노후 대비 자산관리가 단순히 노후 자금 몇억 원을 마련하는 식의 재테크가 아니고,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다섯 가지 리스크 즉, 장수 리스크, 건강 리스크, 자녀 리스크, 자산구조 리스크, 인플레 리스크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자산관리여서 단기간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게 확실한 목표와 장기 설계에 의한 노후 대비 자산관리다. 직장인이 사회생활 출발과 동시에 노후 대비 자산관리를 시작할 경우 구체적인 자산관리 방법은 연령대별로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가.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인생 100세 시대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순환형 삶의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인생 100세 시대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순환형 삶의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20~30대, 3층 연금 가입과 인적자본 투자를 최우선하라

직장생활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최저생활비 정도를 3층 연금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제 아플지 치료비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건강 리스크는 보험으로 대응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최저 생활비는 연금으로 대응하며 그보다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으면 재테크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금은 일단 가입만 하면 자동불입이 되기 때문에 가입 후에는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인적자본 투자다. 직장인에게 가장 유력한 수입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 엔진은 자신의 본업으로부터 얻는 수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직장인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만큼의 수입을 발생시키는 금융자산과 같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산관리에서 얻는 수입(income)을 가장 크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맡은 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직업에서 얻는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주식투자 같은 것에 열중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주식투자에 열중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것이 장래에 더 큰 수익(return)으로 돌아오고, 적립식 투자에 돈을 넣는 것보다는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이 장래에 더 큰 수입 증대, 기회 증대로 연결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보다 긴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젊은 직장인들에게 투자의 왕도인 것이다. 현재 및 장래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것을 ‘인적자본’이라고 한다면 개인의 운용 자산은 이 인적자본과 협의의 운용 자산을 종합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40대,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자녀교육비를 줄여라

미국과 일본에서 퇴직 후의 생활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퇴직자의 30~40%는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와 간병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돼 있지 않지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 내각부에서 60세 이상의 세대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에 대한 국제비교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당신은 지금 건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건강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스웨덴 69%, 일본 65%, 미국 61%인 데 비해 한국은 43%에 지나지 않았다. 60%에 가까운 고령세대들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의료비는 다른 생활비와 속성이 달라서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 생활비와는 달리 언제, 얼마만큼 필요할지 모르지만 일이 생겼을 때 지급을 해주는 ‘보험’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가입도 어렵고 보험료도 비싸진다. 40대 직장인이라면 우선 특수질병보험 하나쯤 들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교육비를 줄이는 노력 또한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0년에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60% 정도가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로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자금 마련을 못한 원인 중 60%는 자녀교육비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자녀교육비를 줄이지 못하면 노후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은 입시 경쟁 사회에서 자녀교육비를 줄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는 40대 직장인이라면 부부가 같이 자녀 교육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부부가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고 자녀 교육을 바꿔야만 교육비를 줄여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 교육도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 가계 부채를 줄이고 퇴직 후에도 할 일을 준비하라

5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가장 많은 시기다. 그러나 부채를 줄이지 못한 채 퇴직해 국민연금 말고는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까지 내야 한다면 그 노후가 얼마나 괴롭겠는가. 부채 상환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부채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활수준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안정된 노후 생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때문에 발생한 부채라면 차입 금리와 투자수익률의 관계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저금리 자금이라면 모르지만 보통의 차입이라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차입금 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킨 노부부가 부채를 안은 채 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더 구조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형 아파트로 인해 늘어나는 생활비도 문제지만 대형 아파트 가격의 장기 전망 또한 밝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1년에 한두 번 사용할까 말까 하는 골프 회원권,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금융자산 등은 매각해서 부채를 줄일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퇴직 후 자산관리의 시작은 가계의 구조조정부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퇴직 후에도 할 일의 준비다. 지금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 부족한 노후 자금 때문이라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서나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퇴직 후에도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보면 똑같이 몇억 원의 노후 자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퇴직 후에도 무슨 일이든 규칙적으로 일을 하면서 관리하는 사람과 할 일이 없이 관리하는 사람은 그 모습에서 크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인생 100세 시대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순환형 삶의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퇴직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시기가 바로 50대인 것이다.



60대,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가 중요하다

60대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산 늘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산을 늘리는 노력보다는 현역시절에 모아둔 재산 정도에 맞추어 살아가는 노력이 중요해지는 시기인 것이다.

현역시절에 모아둔 재산이 노후 자금으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도를 궁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벌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벌어놓은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그 돈을 어떻게 보람 있는 일에 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60대는 입구관리보다는 출구관리 중심의 자산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러스트 추덕영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