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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년 만의 최악의 OO입니다.”요새 일기예보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만큼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는 소리다. 요란해진 날씨 변화에 따라 경제의 명암도 크게 엇갈리는 요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만 지냈다간 기상이변의 피해만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날씨를 이용해 돈 버는 법을 알아봤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미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보험정보연구소에 따르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경제가 부담한 비용은 451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약 40만 명이 직업을 잃었고, 그 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약 1%포인트가량 위축됐다.
그런데 이때 오히려 큰돈을 번 사람도 있다. 바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다. 카트리나의 파괴력에 경악한 미국 플로리다주는 버핏과 헤지 계약을 맺었다.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하면 버핏이 40억 달러의 주정부 채권을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플로리다주 입장에서는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6년 허리케인은 잠잠했고, 버핏은 헤지 계약의 대가로 2억2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벌었다. 가뭄·비·폭염에 따라 증시 ‘출렁’
최근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지진과 쓰나미, 태풍, 화산 등 대형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날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역시 기상이변이 심했다. 104년 만의 가뭄이 찾아오더니 짧은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왔다.
뒤이어 전국을 오가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호우에 뒤질세라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올라와 한반도를 강타했고, 이틀 만에 태풍 덴빈이 피해를 주고 갔다. 날씨가 가뭄, 장마, 폭염, 게릴라성 호우, 태풍 등으로 변해가면서 증시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올 6월 초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과 함께 가뭄이 닥치자 곡물 관련주가가 급등했다. 조비, 효성오앤비, 남해화학 등 비료 제조업체들이 대표적인 곡물 관련주다. 가뭄이 길어질 경우 곡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비료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농산물 펀드도 평균수익률 15%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폭염에는 음료수와 빙과류 관련 종목이 반짝 특수를 누렸다. 빙그레, 롯데삼강, 롯데칠성의 주가는 올해 초 대비 10~20%가량 올랐다. 특히 지난해 잦은 비와 태풍의 영향으로 여름대목 장사가 시원찮았던 때에 비하면 사정이 다르다.
이 외에 냉·온정수기와 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위닉스, 자동차 에어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이젠텍 주식도 큰 폭으로 올랐다. 올 여름 대형 마트의 여름 상품 판매실적을 보면 에어컨은 40%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대형 선풍기는 57%, 쿨매트는 100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반면 장마 관련주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마철에는 농작물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과 방역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 비를 피해 집에 머물거나 실내 운동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홈쇼핑, 스크린골프 등이 장마 관련주로 분류된다. 올해에는 장마가 유독 짧았던 데다가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위력이 ‘배달’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바람에 큰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자연재해에 울고 웃고
허리케인, 화산 폭발, 지진, 가뭄 등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세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카트리나가 덮친 지역은 미국 석유 총생산의 약 30%, 천연가스 총생산의 약 20%, 정유시설의 약 50%가 밀집된 지역으로 석유 생산에 큰 차질을 빚어 기름 부족 사태와 유가 급등에 시달려야 했다.
2011년 4월 15일에는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 탓에 유럽 지역의 항공기 운항이 일주일간 중단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화산 폭발에 따른 운항 중지로 항공사들이 17억 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 도호쿠 대지진은 한국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컸다. 당시 국내 정유·화학·자동차 업종과 함께 대규모 복구사업 전망에 의한 철강·기계·음식료·담배 업종이 주목을 받았다. 반면 여행·호텔·카지노·운송·화장품·보험·반도체·조선 업종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에는 미국의 가뭄과 맞물린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가장 큰 날씨 이슈다. 올해 미국의 가뭄은 56년 만의 최대 가뭄이다. 콘벨트(corn-belt)라 불리는 대규모 옥수수 재배단지 피해 면적은 전체 면적의 55%에 달하며, 미국 정부에서는 29개주 1300여 개 마을을 자연재해 지역으로 선포했다.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의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제 기업에도 투자자에게도 날씨는 환율이나 금리처럼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변수가 됐다. 한 의류업체가 지난해 한파 속에서 오리털 파카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아 높은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버핏이 날씨 파생상품으로 큰돈을 고스란히 챙긴 것처럼 날씨를 ‘이용해’ 돈을 버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날씨를 새로운 사업과 투자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날씨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버핏이 날씨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회 기부활동에 하늘이 감동해서가 아니라, 날씨 시장에서 꾸준히 기상 관련 정보를 모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를 이기는 날씨 파생상품
보험연구원과 기상청이 지난 9월 6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날씨보험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날씨와 기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의 52% 수준인 약 400조 원이 날씨 등의 영향에 민감하다. 이는 미국(GDP의 42%), 일본(GDP의 51%)보다 높은 수치다. 기후변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고 피해가 급증하다 보니 재해 손실에 대한 보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우리나라 날씨보험 지급 대상 피해액은 478억 원으로 전체 기상 관련 재해로 말미암은 피해액 7942억과 비교하면 불과 6%에 그쳤다. 이것은 아직 국민과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기상재해를 당하면 손실을 그대로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상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금융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인 날씨 파생상품에 대해 살펴보자. 날씨 위험 헤지하는 효자 상품
‘날씨 파생상품’은 날씨로 인한 손실이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첨단 금융상품을 말한다. 날씨에 의한 손실로부터의 헤지(hedge)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말이다. 그럼 날씨 헤지란 무엇인가. 2010년 여름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 곤파스가 중서부 지방을 강타했다.
추석 전날에는 중부지방으로 집중호우가 내렸다. 배추와 무값이 폭등했다. 배추 한 포기에 1만6000원까지 올라 김치가 아닌 금치가 돼 버렸다. 이처럼 배추, 무 등은 그 해 작황에 따라 값이 10배까지 왔다 갔다 하는, 투기성이 강한 작물이다.
그런데 배추씨를 뿌릴 때에는 농부에게 중간 상인이 와서 수확할 때의 시세에 관계없이 무조건 33㎡당 100만 원씩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하자. 안정적인 수입에 만족한 농부는 여기에 동의했다.
이럴 때 농부는 배추를 수확할 때 밭 33㎡당 50만 원으로 떨어지건 200만 원으로 오르건 무조건 100만 원을 챙기는 반면, 중간 상인은 200만 원으로 올라가면 대박이지만 50만 원으로 떨어지면 쪽박을 차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란 바로 농부가 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즉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일정한 대가를 받고 중간 상인이라는 투기자에게 넘겨, 발생 가능한 손실을 방지한 것이다.
기업들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후 변동이 심해지면서 날씨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즉 헤지를 하기 위해 날씨 파생상품을 원하게 됐다. 날씨 파생상품은 특정 지역의 기온이나 폭우, 풍속, 강설량, 일사 시간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기후 요소를 바탕으로 날씨로부터의 위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날씨 파생상품을 도입해 대박을 터뜨린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날씨의 예측이 어려워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문제가 많습니다. 만일 몇 년 전처럼 심한 가뭄이 온다면 우리 시는 전기 부족으로 재정 파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 파생상품을 활용했으면 합니다.” 한 공무원의 기발한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새크라멘토시 51만 명의 주민들은 싼 값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게 됐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지자체에서 독립적으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한다. 지자체에 전기 공급 시설이 없는 경우 인근 도시에서 비싼 값에 전기를 사와야 한다. 새크라멘토시의 경우 700메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에 의지하고 있다. 가뭄이 들 경우 전력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모자라는 전력을 인근 도시나 지자체로부터 구입해 와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나다. 한정된 지방정부 예산으로 10배 이상의 비싼 전기를 사와 공급하려면 시의 재정 적자는 물론 시민들의 세금 부담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크라멘토시가 도입한 것이 바로 날씨 파생상품이다.
새크라멘토시에서는 가뭄이 발생해 전력 생산량이 줄어 들 경우 보험사로부터 최고 2000만 달러까지 보상금을 받기로 하고, 강수량이 적을수록, 전기 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상금을 더 받는 조건으로 보험사와 계약을 했다. 이와 반대로 비가 풍족하게 내려 전력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시는 보험사에 2000만 달러까지 보험료를 더 내기로 했다.
만일 비가 많이 와서 보험료를 더 부담하더라도 전기 생산량이 많아지면 판매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추가 손실은 없다는 계산이었다. 이후 새크라멘토시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게 됐다. 조그만 중소도시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날씨 파생상품을 활용해 엄청난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투자수익률 20%, 미국서 인기 상승
1997년에 미국에서 개발된 날씨 파생상품은 2004년에 체결된 액수만 46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전 세계 날씨 파생상품의 70%의 비율을 차지하며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날씨 파생상품이 각광받게 된 것은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에너지 산업이 자유화, 민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에너지 관련 업계는 에너지 수요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안정적 경영을 위해 날씨 파생상품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규제 완화와 세계화 흐름에 따라 날씨 파생상품도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날씨 파생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기 변동에 관계가 없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유용하고, 평균 20% 이상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규모의 약 20%가 날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이어서 날씨 파생상품은 날씨의 이상 변동에 따른 손실을 헤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의 광고 내용이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CBOT는 미래의 날씨를 예상해 투자함으로써 이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날씨 파생상품(weather future and option)을 세계 최초로 상장시켰다. 날씨를 잘 맞추면 곧 돈이 되는 날씨예보 투자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CBOT에서 내놓은 날씨 파생상품은 기온을 기준으로 했다. 미국의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신시내티 등 4개 도시의 기온을 기준으로 한 달 평균기온이 화씨 65도(섭씨 18.3도)보다 낮을 경우를 나타내는 HDD 지수와 높은 정도를 나타내는 CDD 지수로 구성된 이 상품은 전기·가스공급업체, 난방·냉방기구 제조업체, 음료·빙과 업체, 곡물 업체 등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바야흐로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서도 2013년부터 날씨 파생상품 가능
날씨 파생상품은 위험의 헤지와 함께 투기적 요소가 결합된 투자 상품이다. 투기적 요소가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도입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날씨 파생상품의 개발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제한됐던 보험사의 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될 전망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9월 4일 금융감독원은 4분기 제도 개선을 통해 2013년부터 날씨 관련 파생상품의 보험사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의 파생상품 판매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최근 보험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 악화가 한몫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파생상품을 취급할 경우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은 손해를 평가해 보상을 정하지만 파생상품은 지수에 따라 보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자금이 자본시장에서 융통돼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보험사에서 지수형 날씨보험과 날씨 파생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날씨 파생상품은 기상요소의 변동성을 전가하는 위험헤지형 상품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이것은 위험 전가를 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성은 충족시키면서 파생상품의 투기적 요소는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길 확률이 없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워런 버핏이 날씨 시장으로 왔다. 날씨로부터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발된 날씨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날씨와 관련된 투자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그만큼 날씨 시장이 매력 있다는 말이 아닐까.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변화를 헤지하기 위해 날씨 파생상품에 주목해야 할 때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반기성 케이웨더 기상사업본부장
일러스트 신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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