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Dining

100석 규모의 홀은 탁 트인 통창으로 햇살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식사 후엔 1만9834㎡(6000평)에 이르는 예술목 공원을 산책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은 미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도봉구에 위치한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메이다이닝(May Dining)’이 그곳이다.

비슷비슷한 레스토랑 기행이 식상해질 때쯤 찾으면 만족도를 200%로 올려줄 것만 같은 특별한 공간은 서울시 도봉구에 있었다. 유러피언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내건 ‘메이다이닝’은 한 공간에서 정통 유럽식과 퓨전 유럽식 무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에디스 카페, 라 쿠치나 등 맛으로 정평이 난 유명 레스토랑 출신으로 접시 위에 작은 예술을 선사한다는 벤저민 정 셰프가 주방을 총괄한다고 하니 기대치를 낮출 수가 없었다.
한승윤 대표의 집안이 30년간 관리해 온 1만9834㎡ 규모의 예술목 공원. 야외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승윤 대표의 집안이 30년간 관리해 온 1만9834㎡ 규모의 예술목 공원. 야외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1만9834㎡ 예술목 공원이 선사하는 자연 속 휴식

태풍으로 한 차례 큰 비가 지난 후 찾은 메이다이닝은 2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부터 남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실내는 화이트와 우드 톤이 어우러져 모던한 느낌. 100석 규모의 공간도 매력적이지만 그 공간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는 탁 트인 통창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수 없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보기 힘든 개방형 주방 스타일은 셰프와 주인장의 자신감을 눈치 챌 수 있는 부분. 입구 오른쪽에 마련된 와인 셀러를 가득 채우고 있는 60여 종의 와인은 10년 이상 외식업에 몸담은 30대 초반 젊은 최고경영자(CEO) 한승윤 대표가 한 병 한 병 테이스팅을 거쳐 직접 고른 알짜 와인들이라는 후문이다.
안동에서 직거래로 공급받는다는 등심은 벤저민 정 셰프의 감대로 물참나무 그릴에서 익혀져 나온다.
안동에서 직거래로 공급받는다는 등심은 벤저민 정 셰프의 감대로 물참나무 그릴에서 익혀져 나온다.
프라이빗 룸 3개를 구비한 탁 트인 1층 공간에 이어 2층은 옥외의 분리된 복층구조로 공간 연출이 재미있는데, 2층은 단체모임이나 파티, 연인들의 프러포즈 이벤트를 연출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2층을 예약하면 2층만을 위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한 대표의 설명이다.

고맙게도 그쳐준 비 덕분에 메이다이닝이 음식과 함께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장소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바로 레스토랑 옆 언덕 하나를 넘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예술목 공원이다.

크고 작은 나무 1000여 그루를 보유한 예술목 공원은 이름 그대로 야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아닌, 오랜 세월 세심한 정성으로 가꾼 예술작품 같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한 대표의 아버지가 30년 이상 가꿔온 결과물이라는 예술목 공원에는 200년 이상 된 고목까지 볼 수 있어 메이다이닝을 찾는 손님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자연의 휴식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100석 규모의 실내는 모던한 분위기. 숲을 향한 통창이 자연을 품고 있다.
100석 규모의 실내는 모던한 분위기. 숲을 향한 통창이 자연을 품고 있다.
어려운 유러피언 퀴진을 어렵지 않게

메이다이닝에서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예술목 공원에서 얻은 평온함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운 후 메이다이닝에서 본격적인 맛 탐색에 들어갔기 때문.

단품 요리가 없는 이곳에서는 다소 가벼운 런치 코스 세 가지나 디너 코스 두 가지 중에 선택해야 한다. 계절을 감안해 정 셰프와의 진지한 논의가 이뤄진 뒤 테이블 위에 요리가 하나씩 선을 보이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수줍어하는 새색시 같다.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 이외에는 별 다른 말을 찾을 수 없는 호박 수프와 샐러드를 맛본 후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 프랑스 현지에서 공수해 온다는 오리고기 요리부터 요청했다. 쫄깃함과 담백함이 오묘하게 조합된 육질도 육질이거니와 고기 아래 잔잔히 깔린 백만송이장미 버섯과 함께 씹으니 향긋함이 배어나온다.

다음 접시에는 세로로 길게 썬 가지로 생선살을 돌돌 말아 구워낸 농어구이가 담겨 있었다. 가운데를 반으로 뚝 잘라 먹고 나면 없는 아쉬움이 진했지만 이 모든 요리가 코스 요리 중 하나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리 섭섭해 할 것도 없다.
농어를 가지가 돌돌 말고 있는 형상이 독특하다. 볼 때도, 먹을 때도 즐거운 요리.
농어를 가지가 돌돌 말고 있는 형상이 독특하다. 볼 때도, 먹을 때도 즐거운 요리.
메이다이닝과 함께 스테이크 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가 엄선에 엄선을 거쳐 농장과 직거래를 성사시켰다는 등심구이는 첫눈에도 육질을 살려 구워 육즙이 배어나오는데, 이때 매니저의 고마운 팁 하나.

메이다이닝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고기를 어떻게 구워드릴까요” 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것. 셰프가 그날그날 들어온 등심의 맛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 내오기 때문이다. 물참나무 그릴에서 지글지글 익힌 등심은 나이프가 닿자마자 윤기 가득한 육즙이 먹기도 전에 미각을 흥분시켰다. 맛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터.

메이다이닝에서는 식전빵을 꼭 먹어보는 것이 좋다. 셰프가 직접 만든다는 버터가 놓칠 수 없는 백미이기 때문. 예술목 공원을 거닐다 한쪽에 마련된 바비큐 장소도 눈여겨봐 두면 지인들 사이에서 ‘섭외의 달인’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강남에서 30분 거리에 자연과 유러피언 퀴진을 만나는, 꽤 괜찮은 공간이다.
블랙페퍼 소스를 고기 위에 살짝 뿌려 먹는 오리고기 요리. 백만송이장미 버섯과 함께 씹으면 담백하면서도 야들야들하다.
블랙페퍼 소스를 고기 위에 살짝 뿌려 먹는 오리고기 요리. 백만송이장미 버섯과 함께 씹으면 담백하면서도 야들야들하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 470-3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저녁 오후 5시 30분~밤 10시(월요일 휴무)
가격대: 점심 코스 2만8000원, 3만8000원, 4만500원/디너 5만3500원, 8만2500원
기타: 와인 60여 종, 200여 대 주차 공간, 바비큐 사전 예약 필수(4인 이상)
문의: 02-955-7722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