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하카타 타츠미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드는 폭염 앞에 장사가 있을까. 보양식이 절로 생각나는 때. 매년 먹어온 보양식 메뉴가 지겹다면 자라 보양식이 기다린다. 재료가 다소 낯설다고? 걱정 마시라. 시원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은 ‘보양식’의 정체성을 입증하고도 남을 것이니.
[Gourmet Report] 후쿠오카식 장어·자라 보양식 “유레카!”
샤브샤브와 스키야키, 나베와 복어 요리 전문점인 ‘하카타 타츠미’의 상호가 귀에 익는 사람이라면 일본 후쿠오카(福岡) 3대 명인 스시집 가운데 하나인 ‘타츠미즈시’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카타 타츠미는 창작 스시(생선 살 위에 간장을 발라내는 스시의 전통 방식 대신 특제 소스를 토핑으로 올린다)로 유명한 타츠미즈시의 우리나라 두 번째 레스토랑으로 지난해 9월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이곳의 모든 메뉴는 일본 총본점의 오너셰프인 마츠하타 타미노부가 직접 맛과 질을 관리하고 있는데, 국내 분점에는 타츠미즈시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후쿠오카에서 파견된 주방장이 상주한다.
여름 대표 보양식인 풍천 장어 요리와 자라 요리 코스를 한 상에 차렸다. 일식 요리답게 프레젠테이션에도 신경을 쓰는 코스 요리에 눈과 입이 즐겁다.
여름 대표 보양식인 풍천 장어 요리와 자라 요리 코스를 한 상에 차렸다. 일식 요리답게 프레젠테이션에도 신경을 쓰는 코스 요리에 눈과 입이 즐겁다.
후쿠오카 본점 명성 그대로

서울 동부이촌동에 먼저 문을 연 타츠미즈시가 창작 스시 전문점인 데 비해 청담동 하카타 타츠미는 일본 정통 스타일의 스키야키와 샤브샤브, 복어 요리 전문점이다. 나무와 일본 전통 기와를 소재로 사용한 하카타 타츠미의 실내는 소담하면서도 정갈한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와인 셀러가 손님을 반긴다. 전문 소믈리에가 엄선한 다양한 와인과 일본 사케가 전시된 셀러를 지나며 눈요기를 끝내고 나니 주방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구수한 육수 냄새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로부터 좋은 기후, 풍부한 해산물과 음식 재료로 유명한 후쿠오카는 자연스럽게 요리가 발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만으로도 입 꼬리가 씩 올라가는 후쿠오카의 요리 향연이 서울 청담동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하늘을 찌를 때쯤, 식도락가의 식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매니저의 설명이 이어졌다. 재료 고유의 섬세한 맛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법 때문에 지난 1여 년간 최상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 각지를 순회했다는 것. 특히 샤브샤브와 스키야키의 기본이 되는 쇠고기는 최고 품질의 한우임을 강조했는데, 방문한 외국인 손님 가운데는 샤브샤브 고기를 생고기째로 맛보며 두 엄지를 번쩍 치켜세웠을 정도란다.
77석 규모의 청담동 하카타 타츠미 실내. 원목과 일본 전통 기와 오브제로 정갈한 분위기다.
77석 규모의 청담동 하카타 타츠미 실내. 원목과 일본 전통 기와 오브제로 정갈한 분위기다.
풍천 장어와 자라, 여름 보양의 진수

드디어 하카타 타츠미의 양대 여름 보양식이 준비됐다(또 하나의 자랑인 복어 요리는 겨울이 제철이라 아쉽게도 경험하지 못했다).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는 풍천 장어는 소금 또는 양념구이로 양분되는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다. 장어가 여섯 단계를 거치며 코스 요리로 서브되는데, 토사즈 소스를 곁들인 구운 장어와 오이 전채에 이어 나오는 장어 두부만주는 모양부터 이색적이다. 찹쌀떡같이 생긴 두부만주 가운데를 뚝 잘라보니 속에 장어 살이 들었는데, 두부와 장어의 조합이 담백하기 그지없다. 특제소스 장어구이를 즐기고 나면 유바(두유 가열 시 표면의 응고된 막)로 감싼 장어튀김이 나온다. 식사는 이어지는 장어 덮밥 또는 장어 오차즈케로 마무리.
스태미나의 대명사인 자라는 먹는 화장품이라 불릴 정도로 콜라겐이 풍부하다. 아귀 살과 비슷한 식감의 자라는 담백한 것이 특유의 맛으로 나베 국물 맛은 시원하고도 깊다.
스태미나의 대명사인 자라는 먹는 화장품이라 불릴 정도로 콜라겐이 풍부하다. 아귀 살과 비슷한 식감의 자라는 담백한 것이 특유의 맛으로 나베 국물 맛은 시원하고도 깊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자라 요리 코스다. 시니어층과 여성 손님들이 의외로 많이 찾는다는 자라 보양식은 생강 풍미의 자라 간장조림으로 시작한다. 씹는 맛이 마치 아귀 같은 자라 육질은‘콜라겐 덩어리’라는 별명대로 야들야들하다. 자라알과 신선한 야채 무침까지 끝내고 나면 자라 계란찜과 자라 가라아게(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튀긴 일본 요리)가 이어진다. 자라의 낯선(?) 초대에 익숙해질 즈음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베가 나오는데, 야채와 자라고기를 순서대로 익혀 먹으니 야채는 야채대로,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자라 살은 자라 살대로 혀를 호강시켰다.

국물이 백미라는 매니저의 설명에 한 그릇 떴다.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에 “자라를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라고 염려했던 필자의 숟가락 행보가 빨라졌다. 풍부한 콜라겐으로 미용에도 좋은 자라 요리는 당일에 바로 손질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 전날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저녁에는 정재계,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곳은 낮 시간엔 청담동 ‘사모님’들에게 인기란다. 가벼운 점심이 당기는 날엔 빛깔 고운 우메소바를 맛볼 수 있는 모둠튀김 소바정식이 어떨까 싶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9-5 아라리오갤러리 1층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저녁 오후 6~10시

가격대 :쇠고기 스키야키 코스 10만 원(스키야키 선 4만 원), 쇠고기 샤브샤브 코스 10만 원(샤브샤브 선 4만 원), 여름 특선 보양 코스 - 풍천 장어 요리·자라 요리 각 10만 원, 일품 요리 2만~6만 원, 점심 특선 - 장어 도시락 정식 3만5000원, 모둠튀김 소바정식 2만5000원, 사케 4만~32만 원(병). 부가세 별도

기타 :와인, 사케, 일본 전통주(보리소주·고구마소주) 등 구비. 4~6인 규모 룸 5개(VIP룸 포함), 발레파킹(2000원)

문의 02-548-0712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