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Issue]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남다른 감성 마케팅

교보생명이 4월 10일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하는 교보 노블리에 클래스’를 진행했다. 교보생명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는 교보생명의 감성 마케팅을 잘 보여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부산 소년의 집 후원으로 인연을 맺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오른쪽)과 지휘자 정명훈.
부산 소년의 집 후원으로 인연을 맺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오른쪽)과 지휘자 정명훈.
봄을 재촉하는 비가 비리던 4월 중순, 행사장은 교보생명 VIP 고객들로 가득 찼다. 행사 시작에 앞서 고객들은 전시 중이던 ‘스위스 젊은 작가전’을 보며 다과를 즐겼다. 이날 행사의 1부는 지휘자 정명훈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첼리스트 송영훈과 대담을 나누었고, 2부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인사와 함께 시 낭독이 이어졌다.

행사는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의 환영사로 문을 열었다. 환영사에서 신 사장은 “교보생명은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평생든든서비스는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이어 앞으로도 고객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어 지휘자 정명훈을 소개했다.

단상에 오른 정명훈은 평생 연주만 하느라 말주변이 없을뿐더러 미국에서 20년, 유럽에서 30년을 살아 한국어가 부족하다고 입을 뗐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다음으로 잘하는 게 한국어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게스트로 첼리스트 송영훈을 청했다. 정명훈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송영훈은 인사와 함께 고객들을 대신해 질문을 시작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하는 교보 노블리에 클래스 현장
지금의 정명훈을 있게 한 어머니의 교육

송영훈: 마에스트로께서는 ‘클래식의 전령사’를 자처하십니다. 음악이 마에스트로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정명훈: 음악이 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지에 대한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은 1000여 년 전 교회에서 시작된 음악입니다. 그동안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 베토벤 등 천재 작곡가들이 나왔어요. 한국이나 중국 등 어디에도 이 정도 천재 음악가를 배출한 곳은 없습니다. 클래식은 그런 사람들이 수십 명이 나와서 지금까지 이어온 음악입니다. 편안한 음악도 좋지만, 깊이를 생각하면 클래식만한 음악이 없습니다. 이 위대한 음악을 알리는 게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영훈: 한국에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시죠.

정명훈: 이제 시작이니까 할 일이 많죠. 사람이 태어나서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그러다 제 나이가 되면 다른 사람, 후배나 젊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걸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음악 교육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음악을 접했습니다. 제가 7남매 중 여섯째인데, 아시다시피 누님들이 모두 음악을 하셨습니다. 누님들 덕분에 음악 세례를 받고 태어난 거죠.

음악 교육에 관한 한 저희 어머니는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났는데, 그때는 다들 어려웠습니다. 살기도 힘들 땐데 저희 어머니는 음악뿐 아니라 발레 등 다양한 걸 시키셨어요. 어머니 특징 중 하나가 자식이 안 하겠다고 하면 안 시키셨어요. 바이올린 하는 경화 누님은 어려서부터 다방면에서 비범한 재주를 보이셨죠. 그런데 피아노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때 첼로 연주를 듣고 누님이 좋아하니까 돌아오는 길에 첼로를 사갖고 오셨어요. 형제 중에서 처음부터 피아노를 좋아한 건 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여덟 살에 미국으로 갔는데, 첫 음악 선생님이 유명한 분이셨어요. 그분이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자기한테 오지 말고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자기한테 배우라고 하셨어요. 피아노만 알지 말고 음악 전체를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해보게 했어요. 그 덕에 지휘자가 된 것 같습니다.

송영훈: 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요즘 케이팝(K-pop) 열풍이 거셉니다. 그걸 보면서 젊은이들이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서는데요.

정명훈: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클래식은 알수록 좋지만, 일단 그 안에 들어서기까지가 어려워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하는 일 중에 찾아가는 음악회와 청소년 음악회가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음악은 부모의 책임입니다. 어린 나이에는 특히 듣는 훈련(ear training)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송영훈: 지금까지 많은 곳을 가보셨을 텐데, 아직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정명훈: 저한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없다고 대답합니다. 평생을 꿈 안에서 살았으니까요. 최근에는 꿈이 하나 생겼는데, 북한 음악인들하고 같이 클래식을 하는 겁니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신창재 회장 머리 위에 주먹을 올리며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신창재 회장 머리 위에 주먹을 올리며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년의 집 후원으로 맺어진 신창재 회장과의 인연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정명훈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대담 중간에 송영훈과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들려주었다. 대담이 끝날 무렵 정명훈은 신 회장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가 후원하는 부산 소년의 집 공연 후원자를 찾는 과정에서 맺어졌다. 마땅한 후원자를 찾지 못하던 그에게 구세군처럼 나타난 게 신 회장이었다. 약 15분 동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자 신 회장이 회사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후원을 선뜻 약속하더란다. 그는 그게 인연이 돼 보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눈뜨게 됐다고 말했다. 대담을 마치며 그는 피아노 솔로로 슈만의 ‘꿈’을 들려주었다. 이어 고객들과 사진 촬영을 끝으로 1부 행사는 마감했다.

2부 행사는 신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인사말에서 신 회장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변액보험 수익률을 거론하며, 교보생명이 수익률에서 1, 2, 3등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원칙을 지키고 꾸준히 노력하면 수익률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처럼 고객이 어려움에 처할 때 힘이 되는 게 생명보험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오늘 행사도 그 연장선에서 고객들의 삶에 힘이 되는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려고 마련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신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만찬이 준비됐다. 만찬 후 행사를 마감하며 신 회장은 이해인 수녀의 시 ‘이런 친구가 너였으면 좋겠다’를 낭송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