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xico Teotihuacan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라미드가 있는 곳은? 정답은 멕시코. 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맞다. 멕시코에는 이집트만큼이나 큰 피라미드가 많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수도인 카이로 인근에 있는 것처럼, 멕시코의 피라미드 또한 수도인 멕시코시티 근처에 있다. 이곳의 볼거리가 피라미드만은 아니다.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벽화들에서 특유의 정열적인 문화까지. 멕시코시티는 매운 칠리 소스만큼이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여행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카이로 인근에 있는 기자의 피라미드다. 여기에는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모두 6개 있는데, 그중 대피라미드로 불리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높이 137m, 밑변의 길이가 230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최대 높이를 자랑한다. 그 옆에는 높이 136m에 이르는 카프레왕의 피라미드와 62m의 멘카우레왕의 피라미드가 있다. 나머지 세 개의 피라미드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작아 마치 ‘꼬마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높이가 세계 최고이니 그보다 1m 작은 멘카우레왕의 것이 두 번째일 터인데, 그렇다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라미드는 어떤 것일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3등을 묻는 것은 무의미한 질문 아니냐고? 그게 그렇지 않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라미드는 이집트가 아니라 멕시코에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무슨 피라미드냐고? 이 또한 무식한(?) 질문이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 아메리카 곳곳에는 이집트에 버금가는 피라미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라미드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 인근의 테오티우아칸에 있다. 이곳은 300년에서 600년 사이에 10만여 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도시인데, 태양의 피라미드(높이 65m)와 달의 피라미드(46m)를 중심으로 각종 도시 시설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멕시코의 피라미드들이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 아메리카(메소 아메리카)에서 번성했던 마야 문명은 곳곳에 이와 비슷한 피라미드군을 남겨 놓았다. 얼핏 모양과 크기가 비슷해 보이지만, 이집트와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그 기능과 역할이 사뭇 달랐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었고(물론 이 밖에도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학설은 파라오의 무덤이었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신전이자 제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차이가 난다. 우선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꼭대기의 모양.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뾰족하지만 멕시코의 것은 누군가 칼로 자른 것처럼 뭉툭하다. 멕시코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했기에 고원처럼 평평한 공간이 있는 것이다. 꼭대기까지 사람들이 올라가야 하니까 피라미드의 경사는 이집트보다 완만하고 쉽게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러니 사람이 한걸음에 오를 수 있는 크기의 돌로 마감을 한 것이 당연하다. 이에 비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람이 오를 필요가 없었으므로 계단이 없을 뿐 아니라, 보통 1~2m가 넘는 커다란 돌을 쌓아 만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세계 최고 높이의 피라미드의 경우, 평균 2.5톤 무게의 돌 230만여 개를 쌓은 것이라 한다. 피라미드에서 벌어진 피의 제전
이렇듯 닮은 듯 다른 이집트와 멕시코의 피라미드 중에서 이집트의 것이 피라미드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유럽에 알려졌으나 멕시코의 것이 다른 대륙에 알려진 것은 소위 ‘지리상의 발견’이 일어난 15세기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울 뿐 아니라 일찍부터 이곳에서 발달한 문명이 유럽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럽 문명의 원형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역사>라는 책을 쓴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조차 피라미드 구경을 위해 이집트를 찾을 정도였다. 반면 ‘신대륙’을 찾은 유럽인들이 야만인들의 도시에서 ‘고대 문명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발견한 것은 충격이었다.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문명을 개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약탈하기 위해서 이들은 ‘야만인’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멕시코의 피라미드가 아메리카로 이민 온(?) 이집트인들의 작품이라거나(하지만 이집트인과 멕시코인은 인종 자체가 다르다), 심지어는 외계인의 작품(마야의 고대 그림에 우주선을 닮은 것이 있기는 하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확실한 야만의 증거로 삼은 것은 그때까지도 중앙 아메리카 곳곳에 남아 있는 인신 공양의 풍습이었다.
중앙 아메리카의 많은 문명들, 그중에서도 아즈텍과 마야 등에는 인신 공양의 풍습이 있었다. 이들은 태양신이 사람의 싱싱한(!) 심장을 공양받아야 다음날에도 떠오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세상의 종말을 의미했기에, 이들은 심장을 꺼내 바칠 수 있는 재물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부족과 전쟁을 치렀다. 이러한 인신 공양은 많은 경우 한꺼번에 수백, 수천 명씩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피라미드 제단에서 이루어졌단다.
수 많은 전쟁포로들이 일렬로 서서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면 꼭대기에 있던 신관이 날카로운 흑요석 칼로 살아 있는 자의 가슴을 가르고 익숙한 솜씨로 펄떡이는 심장을 꺼냈다는 것이다(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지금도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심장이 없어진 재물은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지는데, 이들의 고기로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했다는 주장도 있다.
멕시코의 수도, 인구 2000만의 세계 최대 도시 멕시코시티에는 피라미드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대규모 벽화들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멕시코의 벽화들은 1911년에 시작된 멕시코 혁명의 과정에서 민중의 정치의식 각성과 혁명의 완수를 위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독특한 예술성을 인정받아, 대표적인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는 미국 록펠러 센터의 벽화를 의뢰받는 등 세계적으로 멕시코 벽화의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 덕분에 멕시코의 공공기관 건물들은 지금까지도 여행자들의 단골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이 밖에도 중앙 아메리카의 문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박물관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침략 이전,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마야인과 잉카인, 아즈텍인들의 삶과 예술을 느껴볼 수 있다. How to Get There
인천에서 바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를 경유해야 한다. 주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하는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필리핀항공, 노스웨스트항공 등이 인천에서 LA까지 직항을 운항하고 있다. 여기서 멕시코시티까지는 에어로멕시코, 에어캘리포니아 등이 비행기를 운항한다. 인천에서 LA까지는 약 11시간, LA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Where to Stay
인구 2000만의 대도시답게 모든 종류의 호텔들이 여행자들을 부르고 있다. 여행사를 통하거나 사이트를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호텔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중에서도 ‘라스 알코바스 멕시코 DF(Las Alcobas Mexico DF)’는 로케이션과 서비스 모두에서 평판이 좋은 특급 호텔이다. Another Site
멕시코시티에서 40km 떨어져 있는 테오티우아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로 5시간쯤 떨어져 있는 과나후아토는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간직한 대표적 관광지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열리고 있는 세르반테스 축제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글·사진 구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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