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주)코휘드 대표
이정주 (주)코휘드 대표는 ‘신화’라는 표현과 ‘개척자’라는 표현을 함께 써야만 설명할 수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중국에 진출할 때 그는 ‘역발상’을 했다. 중국을 근거지로 10여 년 전 중국에 닻을 내렸던 코휘드는 지난해 9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화의 주인공인 그는 미래 청사진 설계와 함께 조용히 한국의 축산업 인재 양성을 돕고 있다. “중국은 한국으로 보면 아홉 번째 도(道)이고, 한국은 중국에서 보면 서른네 번째 성(省)이죠. 한국과 중국은 단일 시장으로 봐야 합니다.”이정주 코휘드(Cofeed Feedmill Co.,Ltd) 대표는 중국과 한국을 통합 시장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미국 퓨리나, 영국 ABN 등 글로벌 사료생산 기업의 중국 총경리와 지사장을 역임하며 축적한 중국 현지에서의 경험을 살려 코휘드를 창업한 것이 2003년. ‘사료에서 식품까지(from feed to food)’라는 기업 슬로건을 가진 코휘드는 소, 돼지 등 가축 사료생산에서 출발해 식품, 젖소 농장,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R&D) 센터와 동물병원까지 갖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직원 400여 명이 지난해 일군 매출은 970억 원에 달한다.
10년 전 중국 진출, 지난해 970억 원 매출 기록
대학에서 사료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전공을 살려 줄곧 사료 생산회사에서 근무했고, 학업을 지속해 사료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에 현장 경험, 특히 글로벌 사료 생산기업의 중국 파견 근무는 중국 시장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퓨리나에서 ABN으로 옮겨 근무할 때 회사와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아예 내 회사를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정리한 돈으로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 있는 방앗간 하나를 빌려 창업했죠.(웃음) 창업자금은 중국 돈으로 100만 위안 정도였어요. 당시 직원이 열 명이었는데, 방앗간에서 회사를 열었으니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한 셈이죠.”
‘설마’ 했으나 10년 전 사진 속에는 실제로 방앗간이 등장했다. 방앗간 앞에 죽 늘어선 직원들과 찍은 기념사진이 코휘드의 ‘초라한’ 태동을 증명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의 모토는 ‘풍요로운 미래’. 중국 농민과 코휘드 양자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유해물질을 섞지 않는 깨끗한 사료 만들기를 시작했다. ‘먹거리에서 안전할 수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쓴 중국은 동물이 먹는 음식인 사료도 예외일 순 없었다. 바로 그 점이 이 회장이 ‘블루오션’으로 생각한 시장. R&D 센터에 과감한 인력과 시설 투자를 거듭해 유기농 사료를 생산하며 중국 농가들을 만났다.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중국인 직원을 한국 직원보다 높은 직급에 고용했고, 농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코휘드 사료가 있어야 한다는 목표로 대리점 개척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코휘드가 축산 농가에 판매하는 것은 사료뿐만은 아니었다. 1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내 사료회사가 하지 않았던 대고객 서비스에 팔을 걷어붙였다. 농민을 대상으로 한 양돈대학 운영을 비롯해 가축 진료와 치료센터 운용, 전염병 발생 시 백신 개발과 제공 등이 그것. 고객들은 사료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코휘드에 대한 신뢰를 키워갔고, 그것은 곧 이 대표가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가 돼 회사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코휘드는 사실상 지난 7년간 위기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시장 내 거듭되는 악재를 극복하며 성장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멜라민 파동입니다. 멜라민 분유 사태가 터졌을 때 중국 정부와 농가 그 어디서도 대응책도,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었어요. 농민들은 유해물질 없는 깨끗한 유기농 사료를 만드는 회사를 수소문하게 됐고, 그때부터 주문이 밀물처럼 밀려왔어요. 2008년 한 해 매출 성장이 193.54%에 달했으니까요. 저희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15% 비싼 편인데, 농민들에게는 깨끗한 사료가 절실할 때였죠.”
하지만 그 경이적인 성장이 결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료·축산 분야 석박사로 구성된 R&D 센터에 대한 꾸준한 투자, 국제 인증기관으로부터의 품질 인증 획득과 관리, 무엇보다 깨끗한 사료가 결국 중국 사람들의 식탁을 안전하게 해 줄 것이라는 이 대표의 철학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오리 도압·유통으로 한국으로 역진출
2008년 제2공장 건립에 이어 이 대표는 중국 정부를 설득해 헤이룽장(黑龍江) 성 치치하얼(齊齊哈爾)에 젖소 1000두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젖소 구입에 투자한 비용은 170억 원. 하지만 100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땅은 중국 정부에서 무상으로 내줬다. 깨끗한 사료를 만드는 사료회사에서 만든 깨끗한 사료를 먹여 키운 젖소에서 깨끗한 우유를 생산해 중국인들에게 깨끗한 우유를 먹이겠다는 이 대표의 계획에 중국 정부가 손을 들어준 것. 그는 이 역시 철저한 현지화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할 때 흔히 시장조사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농축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자금력과 정보만 잘 활용해도 중국 농민들이 생산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요. 반드시 땅을 사서 씨를 뿌려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희가 양돈대학, 낙농대학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객인 농민들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에요. 중국 사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건 고객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소비자로 따지면 한국 소비자들이 훨씬 까다롭죠.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수익을 위해 일하면 거기서 블루오션은 창출될 수 있어요.”
고객의 신뢰를 얻음과 동시에 코휘드는 1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내 사료생산회사 중 최초로 미국사료협회(AAFCO) 인증 획득, 중국 정부가 인증한 하이테크 인증 기업으로 선정되며 정부 신뢰도 쌓았다. 이러한 공인된 기술력과 기업신뢰도는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전해져 지난해에는 한국 산업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한국 농협을 통해 코휘드에서 생산한 유기 사료원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해외로 나가려는 때 코휘드는 중국에서 기반을 먼저 잡고 한국으로 역진출합니다. 오리 도압과 유통이 그것인데, 한국 오리고기 시장이 연간 1조3000억 원에 달해요. 우유가 1조6000억 원 시장임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오리 종자는 프랑스 오비아(Orvia)가 최고인데 이번 사업을 위해 오비아 코리아와 부화공장인 선(sun)을 1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했어요. 생계형 식당을 중심으로 ‘오리누리’라는 브랜드로 곧 유통될 예정입니다. 사료 생산이 전문이니 오리 사료도 생산해야죠. 사료 공장은 올 12월 완공 예정이에요.” 한국 축산업 인재 양성에 장학금 지원
인터뷰 내내 열정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이 대표는 할 일이 참으로 많아 보였다. 불과 2년 후인 2014년에는 중국과 한국을 합쳐 4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니, 한순간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 최고의 축산기술연구소를 만들고, 작지만 21세기형 전문화된 사료생산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것이란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그는 2년 전부터 한국의 농축산업 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재작년부터 서울대와 전남대 농과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어요. 올해는 천안 연암대와도 관계를 맺게 됐고요. 흔히 농축산업을 1차 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21세기형 농업은 그린 테크놀로지(GT), 바이오테크놀로지(BT), 정보기술(IT), 문화 테크놀로지와 고객 테크놀로지가 반영되는 융·복합 산업입니다. 최고의 기술과 생명공학, 고객 문화가 접목된 6차 산업인 셈이죠. 우리나라 축산과 학생 대부분이 농가 2세들이에요. 가업을 잇기는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국제 경쟁력을 가지는지 길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들은 자유무역협정(FTA) 세대잖습니까. 세계로 눈을 돌려 국제 감각을 키우는 게 절실할 때죠.”
이 대표의 장학금은 단순히 학비를 지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재로 성장시켜 졸업한 뒤에도 코휘드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해에는 장학생들을 중국 본사로 초대해 연수 기회도 제공했다. 향후에도 학생들이 원한다면 코휘드 계열사에서 연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 농축산업의 발달이 절실히 요구되는 미래 인재들과 글로벌 마인드, 고부가가치 창출 마인드를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다.
“장학생들과 코휘드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 생각입니다. 코휘드는 농축산 2세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코휘드는 인재들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거죠. 중국에서 생산하는 우유라고 해도 한국 기업이 만드는 유기농 우유는 부가가치부터 다르거든요.”
이정주 (주)코휘드 대표
1996~98년 중국 옌타이(烟台) 퓨리나 판매이사
1999~2002년 중국 난징(南京) 퓨리나 총경리
2002~2003년 영국 ABN 중국 총괄 CEO
2003년~ (주)코휘드 대표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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