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 1계 입찰법정.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 있는 대림강변타운 아파트 59.76㎡가 3억4000만 원에서 한 차례 떨어져 2억7200만 원에 경매로 나왔다.
이날 팔린 19건 중 가장 많은 참여자인 24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의 94.3%인 3억2050만 원에 팔렸다. 이틀 후 서울중앙지방법원 6계에서는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6층 근린상가가 29억8728만 원에서 1회 유찰돼 23억8983만 원에 나왔다. 12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28억7790만 원에 팔려 96.3%의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경매 시황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중소형 아파트와 임대수익용 부동산에 투자자가 몰리는 양극화로 특징지어진다. 경매참여자들은 과거와 달리 특정 지역에 대한 선호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2회 이상 떨어진 물건은 거래 부진 장세 속에서도 지역 불문, 종목 불문하고 투자자가 몰린다.
경매 시장의 리딩 종목인 아파트는 금액별, 평형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억 이하 물건이나 2회 이상 떨어진 물건은 거래 실종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해 입찰가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반면 고가·대형 아파트는 강남권이라도 적어도 2회 이상 떨어져야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
도시 재생사업의 후광효과로 아파트를 밀어내고 경매 시장 선도 역할을 했던 연립·다세대주택은 퇴조세를 보여 이전처럼 가격 불문, 지역 불문하고 일단 낙찰받고 보자는 묻지마 경매는 사라졌다.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가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바뀌자 상가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에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투자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신규 유입 물건은 줄어들고 거래는 안 되는 더블 딥 등 경매 시장의 안팎 환경이 좋지 않다. 다소 위안거리라면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매각가율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수요자와 장기 투자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조건의 물건이라면 시점에 구애받지 말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단 가격은 떨어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보수적으로 응찰해야 한다.
변동성 장세일수록 투자 목적의 참여자들은 몸을 낮추고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매각가율이 좀 더 떨어지거나 아니면 확실히 오르는 시점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
둘째, 꼼꼼한 가격 조사다. 아파트의 경우 거래 자체가 없어 가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나 매도자 가격이 아닌 매수자 가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가는 서울 지역일지라도 2~3회 유찰은 기본이고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물건도 많다. 상가는 개별 요인에 따른 가격 등락이 커 철저한 수요조사를 통해 예정가를 산정해야 한다.
셋째, 조바심은 금물이다. 성질 급한 투자자들이 총선 등 정치적 이슈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해 고가 낙찰을 서슴지 않는데 경매의 제1장점은 시세보다 싸게 사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밖에 과거 낙찰 사례에 연연해 해서는 안된다. 경매계 격언 중에 ‘낙찰받기를 원한다면 전 유찰가를 넘겨라’하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거래를 담보할 수 없는 시장에서는 낙찰이 능사가 아니라 매도 가능성이 최고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전망의 언저리에는 실물경기 회복이 키를 쥐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 대외적 충격파가 예상보다 작을 경우 하반기에 반전의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 경매 대중화로 기초체력이 튼튼한 경매 시장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결합하면 언제든 경매 열기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물경기 회복을 속단할 수 없다면 경매 시장의 시름도 깊어갈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