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스토리


비욘세, 스티비 원더, 어셔, 빌리 조엘, 스팅. 누구나 ‘저 공연 한 번 봤으면…’ 하고 군침을 흘릴 만한 이름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국내에서 가능케 한 공연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다. 2007년 시작해 올해 14번째 무대까지 마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성공 비결을 알아본다.
콘서트로 브랜드를 만든 문화마케팅의 종결자
2007년 1월 세계 최정상급 팝페라 그룹인 ‘일 디보(Il Divo)’가 방한, 국내 팬들에게 첫 공연을 선보였다. 그들의 공연을 주최한 곳은 현대카드. 공연기획사도 아닌 금융회사가 ‘슈퍼콘서트’라는 낯선 이름으로 초대형 콘서트를 연다는 얘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문화마케팅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표적 문화마케팅 브랜드 자리를 꿰찬 슈퍼콘서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Best & First, 특별한 아티스트 선정

슈퍼콘서트는 타이틀과 아티스트의 면면이 화려하다. 전 세계 최고의 디바(diva) ‘비욘세’와 리듬 앤 블루스(R&B) 황태자 어셔가 슈퍼콘서트를 통해 국내 팬들과 첫 만남을 가졌으며, 스티비 원더, 빌리 조엘, 스팅 등 팝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슈퍼스타들도 슈퍼콘서트 무대를 통해 국내 팬들과 조우했다. 팝뿐만 아니라 클래식 팬들 역시 슈퍼콘서트를 통해 빈 필하모닉과 조수미의 협연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바이올린의 전설 이츠하크 펄먼 등의 설레는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아티스트 선정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순간, 흥분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아티스트면 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부쩍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국내 팬들의 흥분과 설렘을 끌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란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슈퍼콘서트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스티비 원더는 ‘현대 대중음악의 시발점이자 궁극’이라 불리는 아티스트이며, 비욘세는 자타공인 현존하는 전 세계 최고의 디바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이츠하크 펄먼 역시 세계 최고의 테너와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힌다.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따져 봐도 빌리 조엘과 스팅이 1억 장 이상, 휘트니 휴스턴은 무려 1억7000만 장에 달한다. ‘최고’,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슈퍼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공연의 의미가 뒷받침된다. 빌리 조엘은 1970년 데뷔 이래 38년 만의 첫 내한공연이었고, 휘트니 휴스턴 역시 첫 내한공연이자 7년 만에 컴백한 이후 갖는 월드투어의 첫 무대였다. 일 디보와 비욘세도 슈퍼콘서트를 통해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반대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스티비 원더는 나이를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마지막 내한공연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슈퍼콘서트는 ‘최고’와 ‘첫’, ‘마지막’ 등의 희소가치가 동시에 만족되는 무대로 대중을 유혹한다.
콘서트로 브랜드를 만든 문화마케팅의 종결자
빌리 조엘의 고집을 꺾은 디테일의 승리

2008년 빌리 조엘의 슈퍼콘서트를 앞두고 현대카드와 빌리 조엘 측은 잠시 의견 충돌(?)을 빚은 적이 있다. 현대카드는 빌리 조엘이 공연의 마지막 곡인 ‘피아노맨(Piano man)’을 부를 때 공연장 스크린을 통해 가사를 내보내길 원했고, 빌리 조엘은 이에 반대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런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집에는 자신의 대표 곡에 대한 빌리 조엘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한국 팬들이 많다는 점과 한국 특유의 노래방 문화 등을 설명하며 빌리 조엘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자막 삽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공연 당일, 빌리 조엘의 열정적인 본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곡으로 ‘피아노맨’이 울려 퍼지자, 예상치 못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1만여 명의 관객이 모두 스크린을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 것. 이 장면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무대 위에서 보낸 팝의 전설에게도 진한 감동을 선사했고, 빌리 조엘은 현대카드의 세심한 연출에 친필서한을 보내 감사를 표했다. 공연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디테일한 준비가 돋보였던 대목이다.

2009년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슈퍼콘서트에서는 공연 하루 전날 영면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뜻에서 공연 프로그램을 수정해 암전 시간과 추모 메시지를 마련했으며,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직접 추모 곡을 부르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의 슈퍼콘서트 때는 특별 초청한 5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별 안내 직원을 1 대 1로 배치하고, 별도의 출입구를 마련했다. 카드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카드 형식의 입장권과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무료함을 덜어주기 위한 캠핑카 체험 이벤트, 심지어 공연에 사용할 야광봉의 디자인까지, 현대카드 디테일의 힘은 슈퍼콘서트 전 부분에 녹아 있다.
콘서트로 브랜드를 만든 문화마케팅의 종결자
‘win-win’ 공연 후원 시스템

현대카드가 이처럼 공연의 디테일에 깊게 침투할 수 있는 비결은 슈퍼콘서트의 후원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슈퍼콘서트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내한공연 계획이 있는 아티스트와 이 내한공연의 진행을 담당하는 국내 공연기획사의 제안이 들어온다.

제안이 접수되면 슈퍼콘서트를 전담하고 있는 BTL마케팅팀의 검토가 이루어지고, 실무 담당자와 BTL마케팅팀장, 브랜드실장, 마케팅본부장, 최고경영자(CEO) 등의 판단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슈퍼콘서트로 결정되면 현대카드는 타이틀 스폰서십에 따른 비용을 지급하고 공연 주최사로서 공연 현장 준비와 마케팅, PR 등 공연 전반을 챙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연 후원은 협찬금을 내고 그만큼의 티켓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 고객이 일반 관객보다 많아 공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현재 국내 공연업계는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 대부분인 데 반해, 한국을 찾는 아티스트들의 몸값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내한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는 기획사도 부지기수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연을 통한 기업 이미지와 선호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공연기획사의 공연 준비를 직접 돕는 후원 방식을 택했다. 현대카드는 타이틀 스폰서십에 따른 비용을 주관사인 공연기획사에 지급하고, 고객에게 20~30% 할인 혜택을 주어 티켓 가격을 낮춘다. 광고와 홍보를 비롯한 공연 마케팅 지원도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줄고, 기획사로서는 티켓 판매 증가로 수입이 늘어난다. 공연기획사들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공연기획사의 성장으로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로 선택할 수 있는 공연의 폭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아티스트. 스티비 원더, 비욘세, 플라시도 도밍고 등 면면이 화려하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아티스트. 스티비 원더, 비욘세, 플라시도 도밍고 등 면면이 화려하다.
실제적인 마케팅 효과 창출

물론 슈퍼콘서트는 기업 브랜딩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실제적인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관심 있는 공연 정보를 보기 위해 후원사의 홈페이지 등을 방문하고, 현대카드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이 제공되므로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된다. 현대카드는 공연에 따라 20~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통상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티켓 가격을 감안했을 때, 장당 2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클래식 공연의 경우 혜택의 폭은 더 커진다. 현대카드가 없는 고객의 경우 즉석에서 현대카드를 만들어 결제에 이용하더라도 연회비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고, 현대카드의 ‘지갑 내 점유율’이 높아진다. 또한 대형 공연을 즐길 여유가 있는 우량 고객은 문화행사에 민감한 편이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공연을 제공할 경우 우량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성과는 슈퍼콘서트 티켓 결제 시 현대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에서도 잘 나타난다. 첫 슈퍼콘서트에서 64%가량이었던 현대카드 결제 비율은 세 번째 콘서트에서는 74%, 최근 콘서트에서는 9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콘서트는 현대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면서 고객 유인 및 이탈 방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장르 확장으로 진화하는 슈퍼콘서트

2010년 슈퍼콘서트의 첫 포문을 연 ‘그린데이’는 펑크 록의 부흥을 이끈 현존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60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 대중적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록 음악이 국내에서는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국내에 있는 그린데이 팬들은 부담스럽더라도 해외에 나가 공연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기획사들 또한 팝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는 록 공연을 선뜻 개최할 수 없었고, 개최하더라도 부족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티켓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 역시 확실한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록 밴드의 공연을 후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카드는 발상을 전환했다. 펑크 록이 국내에서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지만 그린데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성을 갖추고 있었고, 이들의 공연은 국내 소수(마이너리티) 음악문화를 후원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문화마케팅에 일종의 사회공헌활동(CSR)의 가치를 접목한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티켓 가격도 비슷한 시기에 내한한 다른 록 밴드들의 공연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했다. 최고 등급 좌석을 기준으로 그린데이 공연은 7만9200원, 비슷한 시기에 내한한 건즈앤로지스는 13만2000원, 뮤즈가 9만9000원이었다.

사실 초기 슈퍼콘서트는 초대형 팝스타들의 공연이 중심이 됐고 대중적인 관심을 끌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클래식과 록 등으로 계속해서 장르를 확장해 나가며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콘서트로 브랜드를 만든 문화마케팅의 종결자
글 함승민 기자 hamquixote@hankyung.com 사진 제공 현대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