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처럼 경기나 주가를 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때 월가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확실한 수익을 내는 방안으로 ‘S자형 투자 이론’을 중시한다. S자형 투자 이론은 사람의 성장 곡선에서 유래됐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약 10% 정도가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자동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는 1886년에 처음 발명된 후 1900년경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고소득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경에는 10%를 차지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꼭 14년 만인 1928년경에는 90%에 도달했다.

한 때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해리 덴트의 버블론에서 2009년까지 자산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던 것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현재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의 보급률이 이때까지 90%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할 것이라는 S자형 투자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S자형 투자 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사태로 재차 불어 닥친 포트폴리오 혼돈기를 맞아 월가의 펀드매니저들도 이 이론을 근거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경제용어 교실] S자형 투자 이론과 알파 라이징 업종
지난 3년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질서와 중심국, 국제 통화질서, 개별국 경제 구조에서 실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주력 산업에 있어서 그렇다. 그중에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파 라이징(α-rising)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이 붙은 용어다.

그런 만큼 위기 이후에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R&D) 중인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R&D 중이거나 개발이 완성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양한 제품 가운데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몇 개 든다면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 건강을 가져다주는 바이러스, 기름을 먹고사는 박테리아, 자전거 교통 천국 ‘벨로벤트(Velovent)’,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이다.

얽히고설킨 국수는 아주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 전망에 따른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시겔형 업종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겔형 업종이란 식료품, 에너지, 제약 등과 같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업종을 말한다.

앞으로 이들 업종이 더 유망해 보이는 것은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 명에 이르며 시장규모도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위기 후 산업이다.


사람의 성장 곡선에서 유래된 S자형 투자 이론은 중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 전략 수립에 근거를 제공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