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생태계는 단순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두 기술을 통합해 보다 향상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트렌드로 변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도 이제는 각 전문 분야에 집중한 사업보다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사업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과거 “진정으로 소프트웨어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하드웨어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이제까지 삼성, 델(Dell) 등의 제조사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소프트웨어 회사들로 양분화돼 있던 IT 시장을 통합해 디바이스(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와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디바이스가 이러한 결과물로, 단순한 제조물이 아니라 디바이스를 통한 하나의 에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철학은 역사의 끝에서 또다시 이루어진다. 스마트 혁명의 모든 가치 철학은 잡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이 애플을 이어 새로운 창조를 원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애플이 구축해 놓은 에코 시스템을 벗어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콘텐츠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IT 환경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애플이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혁명을 이끌어냈다면 차세대 IT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디바이스를 구축, 기존의 제조업체들이 가진 룰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법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마존이 태블릿 PC 킨들 파이어(Kindle Fire)를 출시하면서 “킨들은 단순히 디바이스가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라고 말한 것은 새로운 법칙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디바이스란 애플과 같은 비즈니스의 중심이 아니라 자사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인식한다. 자사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위해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중소 IT 기업들은 한 발 앞서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모바일 사업은 이미 수많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었다. 애플스토어 이전 한국은 마켓플레이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아이튠즈 이전 멜론과 같은 서비스, 페이스북 이전 싸이월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해외 기업에 1위를 내어주고 말았다.

10여 년 전 자바(JAVA)의 창시자 제임스 고슬링이 세계 최초의 자바 기반 휴대전화를 시연했다. 당시 시연한 자바 기반 휴대전화는 유비벨록스의 전신인 벨록스소프트가 개발한 국내 기술 지노스(JINOS) 플랫폼을 활용한 기기였다.

지금 하드웨어 성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디바이스에 자바를 통해 멀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자체 브라우저를 보유했으며 10개가 넘는 모델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자바 휴대전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은 위피(WIPI· 모바일 플랫폼)에 사로잡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구글에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서두에 언급한 비즈니스 플랫폼이란 단말의 소프트웨어부터 서버까지 고객이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완성된 세트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업들이 단순히 각 기술들을 연동해 IT 환경을 완성시켰다면, 이제는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된 통합 솔루션을 통해 턴키(turnkey) 방식의 IT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CEO 칼럼] IT 생태계,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의 등장
한국 IT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이후의 스마트 혁명을 준비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국내 IT 연관 산업의 빠른 성장과 IT 기반 안정화를 통해 수많은 기회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벽이 지나면 다시 해가 떠오르듯이 국내 IT의 해가 다시 떠오를 때 다시 한 번 한국 IT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이흥복 유비벨록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