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가입은 연기금, 금융회사 등 적격투자자를 포함해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에 한해 허용된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탄생이 임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이어 관련 규정 개정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곧 헤지펀드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허용에 따라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문사 등은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위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향후 21조~2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재간접 헤지펀드 시장도 지난해부터 급증해 현재 재간접 헤지펀드 수는 70개에 육박하고 그 규모도 1조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국내 재간접 헤지펀드 시장도 지난해부터 급증해 현재 재간접 헤지펀드 수는 70개에 육박하고 그 규모도 1조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란

자본시장법상 헤지펀드는 모집인 49인 이하로 정해져 있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주식뿐 아니라 원유, 채권, 통화 등 모든 투자 대상에 대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동원하는 펀드다. 개념적으로는 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한국형 헤지펀드 가입은 연기금, 금융회사 등 적격투자자를 포함해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에 한해 허용된다.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투자자로 제한한 것이다. 주식을 빌려다 내다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공매도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등이 가능하다. 헤지펀드의 금전 차입 한도는 펀드 재산의 400%까지이며 파생상품 매매에 따른 위험평가액도 100%에서 400%로 확대됐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가 다른 펀드나 일임재산을 함께 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투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차단하고 있다. 성과 보수를 받는 헤지펀드와 다른 펀드를 함께 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도 없다. 외국과 다른 점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도 한 헤지펀드에 회사의 고유 재산을 1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고, 헤지펀드 전체를 통틀어서도 고유 재산의 50%를 넘는 돈을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투자가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산투자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대체 자산이지만 사모투자펀드(PEF)나 부동산, 사회간접투자(SOC) 자산에 비해 유동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은 상대가치 전략과 이벤트 드리븐, 주식 롱-숏, 매크로·선물트레이딩 등이다. 상대가치 전략은 투자하는 자산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 자산의 가격이 정상 범위나 예상 가격에서 벗어나는 경우 그 가격의 차이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벗어난 가치는 점차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벤트 드리븐은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활용해 차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주요 사건은 부실채권 발생이나 기업 합병,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이 있을 수 있다.

주식 롱-숏은 하나의 주식을 사는 동시에 다른 주식을 파는 전략이다. 종목의 내재가치에 근거해 개별 종목이나 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설정하고 그 전망에 따라서 주식을 매수·매도해 수익을 확보한다. 예컨대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도요타 주식을 팔고 현대차 주식을 사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경제 분석 결과를 기초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매크로 전략이나 이를 기초로 다양한 선물과 옵션을 시스템적으로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전략(선물매매·CTA)도 있다.
일부 외국계 운용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서 운용 경험이 있는 인력을 스카우트해 운용을 맡길 예정이다.
일부 외국계 운용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서 운용 경험이 있는 인력을 스카우트해 운용을 맡길 예정이다.
헤지펀드 1호를 잡아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투자자문사 모두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하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최소 자본금 60억 원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 인력은 3인 이상 두도록 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 및 일임재산 수탁액이 10조 원 이상이어야 하며,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 원 이상, 투자자문사는 일임재산 5000억 원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1호 헤지펀드 설립에는 자산운용사들이 한 발짝 앞서 있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는 헤지펀드 운용사로서 신규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조건을 충족한 자산운용사는 헤지펀드 설립을 신청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펀드 및 일임재산 수탁액이 10조 원 이상인 자산운용사는 1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기존 계량적 투자(퀀트) 전문가나 주식운용 펀드매니저를 활용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재간접 헤지펀드도 대안

최소 가입 금액이 5억 원이어서 일반 투자자들은 가입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럴 경우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펀드 오브 헤지펀드로 불리는 재간접 헤지펀드는 펀드가 여러 개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되는 재간접 헤지펀드는 최소 5개 이상의 다른 헤지펀드를 편입해야 한다. 투자 대상인 헤지펀드는 연 12회 이상 환매 신청이 가능해 재간접 펀드의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자산운용사는 적극적으로 펀드 운용을 사후관리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는 편입한 헤지펀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월말 순자산이나 차입 수준, 지역별·자산별·손익별 자산 현황 등을 확인하고 월 1회 이상 헤지펀드로부터 운용보고서를 받아야 한다. 또한 투자 성과를 수시로 점검하고 편입한 헤지펀드 성과(수익률)가 비교지수 대비 월 5%포인트를 초과 또는 미달하게 되면 그 원인에 대한 소명 자료를 헤지펀드 운용사에 요구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판매된 재간접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CTA 전략을 쓰고 있다. CTA 펀드들이 전체 재간접 헤지펀드의 53% 수준을 차지하며 복합 전략(multi-strategy) 상품이 28%, 글로벌 매크로가 18% 정도다.

1억 원 이상 가입할 수 있는 재간접 헤지펀드 역시 가입이 여의치 않다면 공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헤지펀드 운용 전략을 구사하면서 유럽의 공모펀드 기준인 유싯(UCITS)을 충족한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다. 동양멀티마켓CTA증권,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 미래에셋글로벌대안투자형 등이 나와 있다.


서정환 한국경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