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관 (주)델타인더스트리 사장


박용관 (주)델타인더스트리 사장은 20년간 골프클럽만 만들어온 외골수다. 샤프트를 전문으로 만들다 3년 전 ‘탱크(TANK)’라는 브랜드로 골프클럽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세계 최초 초경량 25g 샤프트를 개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델타인더스트리 박 사장을 경기도 김포 본사에서 만났다.
“세계 초경량 샤프트 앞세워 국산 골프클럽의 새 장을 열겠다”
“초경량 샤프트를 개발하고 완제품을 내놓게 된 것은 세계적인 골프 업체들과 ‘한판 붙어보자’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가을에 있을 한경 골프용품 박람회에 참가하는 게 그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주)델타인더스트리 김포 본사에서 만난 박용관 사장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총경량 샤프트를 근간으로 만든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 등 자사의 골프클럽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 자신감의 배경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제품의 우수성이 있다.

마케팅보다 제품 완성도가 우선인 장인

박 대표는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크게 두 가지에서 찾는다. 첫째, 차별화된 제품이다. 골프클럽 개발 초기부터 박 대표는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 대표가 델타인더스트리를 시작하던 1990년만 해도 70, 80g짜리 샤프트도 부러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품이 좋지 않으면 외국은 물론 국내 완제품 업체들도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골프용품, 특히 샤프트는 중량과 성능에서 눈에 띄는 차별화 없이 골퍼들에게 어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타사에서 시도하지 못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고 했다.

“그동안은 제품 개발에만 주력하느라 마케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을 하다 보니까 제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겠더군요. 그동안 랭스필드 등 적잖은 한국 브랜드들이 생겼다 사라졌잖아요. 그 회사들이 결국 문을 닫은 건 제품보다 마케팅 같은 데 신경을 더 썼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회사들을 보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됐죠.”
박용관 대표는 탱크 드라이버는 샤프트가 가벼워 리듬감 있고 편안한 스윙이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박용관 대표는 탱크 드라이버는 샤프트가 가벼워 리듬감 있고 편안한 스윙이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드라이버 거리의 비결은 20년 기술력이 집적된 25g 샤프트

델타인더스트리의 둘째 강점은 20년간 지속된 연구·개발(R&D)이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나가는 샤프트를 제작하면서도 박 대표는 R&D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OEM으로 나가는 샤프트를 제작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R&D에 나섰다. 그 덕에 ‘탱크(TANK)’의 우수성이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번은 소문을 듣고 일본의 스포츠매니지먼트 업체 사장이 소속 골퍼의 드라이버를 맞춰줄 수 있느냐고 찾아왔다. 공장을 둘러본 일본 업체 사장은 “조립과 피팅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박 대표에게 묻더란다. 아마 미국 샌디에이고 어디서 배웠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겠지만 정작 박 대표의 대답은 공장에서 직접 실험하며 터득했다는 것이었다.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던 그 사장은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고객 중에 서울대 공대 교수가 계세요. 그분이 저희 공장을 둘러보시고서 ‘공학을 배우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진보된 방법으로 골프채를 만드는지 신기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터득한 게 결국은 미국 등에서 배우는 선진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죠.”

그게 골프산업의 현실이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골프클럽은 골퍼들의 아우성을 사기에 충분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골프클럽의 경우 고객만족도가 30%만 돼도 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제품은 70%를 만족시켜도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잘 알려진 브랜드의 골프채는 골퍼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못 내더라도 결국은 자기 탓으로 돌립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골프채는 70%가 만족하더라도 나머지 30%가 골프클럽 탓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객만족도 80%가 되기 전에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이 그때인 거죠. 고객의 80%는 만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실제 주변에 있는 싱글 골퍼들은 대부분 델타인더스트리의 브랜드인 ‘탱크’제품을 쓴다. 인근 김포CC에서는 ‘탱크’의 드라이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인터뷰 직전에도 주변에 사는 골퍼가 새 드라이버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찾았다.

‘탱크’드라이버의 장점은 편안하고 가볍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드라이버 거리에서 골퍼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박 대표는 일반 골퍼의 경우 최소 4.57m(5야드) 이상, 가장 덕을 많이 본 골퍼는 64m(70야드)가 더 나간다는 이도 있었다.

“샤프트가 가볍다 보니 리듬감 있고 편안한 스윙이 가능했던 거죠. 저희 조사 결과 이런 점이 비거리 향상에 큰 도움이 되더군요. 초경량 25g 샤프트도 이런 맥락에서 개발된 겁니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 샤프트의 중량은 50g 전후반대다. 현재 가장 가벼운 샤프트로 소개되는 일본 후지쿠라의 제품도 중량이 38g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델타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샤프트는 기존 드라이버 샤프트 최저 중량을 10g 이상 줄인 획기적인 것이다.

골프용품 사장이 골프를 하지 않는 이유

일본이나 미국 등 골프 선진국에서도 해내지 못한 개발의 이면에는 박 대표의 무대포에 가까운 뚝심이 있었다. 실제 박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20년 이상 중소기업을 이끌어온 사람답지 않은 그의 우직함에 놀란다. 그런 우직함 때문에 지금까지 그는 접대라는 것을 모른다.

개인적으로 술, 담배를 하지 않지만 지금도 사업 때문에 만나는 사람은 없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술 접대를 하면서 제품을 팔 생각은 없었다. 직원들에게도 “나하고 오래 일하고 싶으면 제품 잘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품에 하자가 나서 거래처 가서 술 접대하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정말 잘 해주었습니다. 165.3㎡짜리를 임대해서 시작한 사업이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IMF 직후 환율로 외국 골프클럽 값이 올랐을 때는 그 반사이익으로 6개월간 철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에 4~5일 밤을 새다 보니 집사람을 비롯해 직원들이 입원까지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두꺼비집을 내리는데 직원들이 말리더군요. 그 덕에 공장도 짓고 지금에 이른 거죠.”

그의 우직함은 오랫동안 골프클럽을 만들면서 4년 전까지 골프를 하지 않았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골프클럽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의아해할 사람이 많다. 거기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만약 골프클럽을 만드는 회사 사장이 제품에 만족하면 자기 고집에 빠질 수 있다. 골프클럽의 특성상 자신은 만족하더라도 만족하지 않는 골퍼들이 있게 마련이다. 골프를 하다 보면 그런 사실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표는 그동안 골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년 샤프트 개발 노하우가 집적된 25g 샤프트의 탱크 드라이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소량 다품종 생산을 무기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차별성을 내세워 틈새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4.57m만 더 나가도 골프 역사를 바꾼다는데, 우리 제품은 그 이상이거든요. 한경 골프용품 박람회는 시작입니다. 앞으로는 투어 프로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