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낀다. 이른바 환절기 증후군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가장 민감한 부위인 등과 목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만으로도 초기 감기를 물리칠 수 있다.
[이야기 동의보감] 쌀쌀한 가을은 따뜻한 포옹이 절실한 계절
절기는 속일 수 없는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건조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고 외롭고 기대고 싶은 계절,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은 따스한 사람과 음식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계절에도 음양이 있다. 봄과 여름은 에너지가 발양(發陽)하는 계절로서 따뜻하고 높은 온도로 인해 모든 활동이 빨라지고 증가하는 양의 계절이다. 이에 반해 지금 시작되는 가을과 이어지는 겨울은 에너지가 수렴되는 계절로 쌀쌀하고 낮은 기온으로 인해 모든 활동이 느려지고 활동량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낀다. 이 시기는 음(陰)에서 양(陽)으로, 양에서 음으로 계절이 바뀌는 때로, 이른바 환절기 증후군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자는 원래 음인지라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기, 즉 음보다 양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기에 마음과 몸의 흐름이 크게 바뀐다. 양의 기운을 타고난 남자는 반대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 즉 음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이런 이유로 봄을 여자의 계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바람이 나기도 쉬운 계절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에 따라 남자들의 방황이 걱정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남자의 계절, 남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밉든 곱든 가슴으로 안아주는 게 최선이다. 이는 감성적인 부분을 넘어 한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한의학적으로 등에는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라고 해서 경락 중에서 한수(寒水)에 해당하는 경락이 흐르고 있는데, 경락 중에서 한기와 공포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흔히 추위를 느낄 때 가장 많이 오한을 느끼는 곳이 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이 오싹하고, 머리가 쭈뼛하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오한과 공포를 가장 많이 느끼는 곳이 족태양방광경이 흐르는 머리와 등 부분이다. 양기, 즉 몸의 에너지가 부족한 할머니들이 ‘등짝이 시렵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추울 때 가장 보온해야 하는 곳이 등 부위다. 특히 뒷목과 등이 만나는 부위가 특히 한기에 민감하다. 따라서 머플러나 숄 등으로 평상시에 이 부분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기 감기로 목이 칼칼해지거나 약간 오싹함을 느낄 때 더운 생강차도 좋지만 드라이어를 이용해 뒷목과 어깨 죽지에 온열풍을 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따뜻하게 쬐어주면 초기 감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

이렇게 등은 몸에서 가장 한기와 공포에 민감한 부위다. 따라서 한기와 공포를 줄 수 있는 등을 자주 보여서는 안 된다. 온정이 그리운, 가까운 사람(특히 배우자)들에게는 더구나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마주보고 자주 보듬어주는 습관을 들여라.

이처럼 등에서 느끼는 외면과 소외의 감정은 위에서 본 것처럼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돌렸던 등을 돌려 따스한 표정으로 포옹이 어렵다면 백허그도 좋다. 차가운 당신의 등이 사랑하는 이의 뜨거운 가슴으로 녹기를 바란다.

박진미 존스킨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