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피앤피투자자문 대표

박광준 대표는 역발상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남들과 같은 패턴으로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또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업종에서 다음 패러다임은 아몰레드(AMOLED)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Market Leader] "아몰레드 성장 속도가 삼성전자, LG전자 명암 가를 것"
“ 하반기는 저평가된 종목들이 반등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건설이나 내수, 정보기술(IT) 등 그동안 저평가돼 왔던 업종 중에서 미래에도 살아남을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박광준 피앤피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던 일부 대형주들이 더 이상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제는 저평가된 종목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우증권과 메릴린치, 메리츠증권 등에서 법인영업을 담당하다 2년 전 피앤피투자자문을 세웠다.

자기 돈이라면 저렇게 운용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의 돈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자자문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장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반대로 생각하는 역발상 투자가다.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증시가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일부 주도주 위주로 상승했지만, 이 같은 현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이 그동안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 회의적”이라며 “반면 저평가된 종목들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가를 보면 그동안 조정을 받으며 많이 빠졌기 때문에 더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괴리가 올해 상반기만큼 극심했던 적이 없으며, 하반기에는 이런 현상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주가가 많이 오른 상당수 수출 기업들은 기술력 확보도 이유지만 높은 환율의 덕을 많이 봤다”며 “올해 환율이 장기적 적정수준인 달러당 1050원에 근접해 있고, 향후 1000원까지도 내려간다면 수출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일본 대지진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수혜까지 받으며 선전하고 있지만, 하반기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다시 일어난다면 주가가 더 이상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세계 정상급 자동차 업체처럼 시장을 앞에서 주도하는 회사도 아니며, 지금까지는 효율적으로 생산을 늘려왔지만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순간 더 이상 점유율을 늘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Market Leader] "아몰레드 성장 속도가 삼성전자, LG전자 명암 가를 것"
박 대표는 “현재 시장에는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이 있다”며 “특정 종목을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건설·내수·IT업종이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아파트 가격의 등락을 떠나 의식주와 관계된 산업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수주 중 제지업도 소수 기업의 독과점 체제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산업으로 평가했다. 그는 “밖에서는 이들 산업을 뭔가 망가진 산업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종목들이 매력적”이라며 “투자를 안전하게 하려면 오히려 남들이 잘 보지 않는 산업들, 지금은 안 좋지만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특히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는 종목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업종 중에서도 2000년 초에는 휴대전화 관련 종목들이 잘나갔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지금은 완전히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SK텔레콤 등 통신주들이 이익은 옛날보다 더 많이 내지만 주가가 반 토막인 것도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통신사가 주도권을 갖고 있던 이동통신 시장에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제조업체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무료 통화와 메시지 전송이 가능해지고, 각종 부가적인 서비스들도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의 앱 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면서 통신주들의 이익 성장세가 제한될 것으로 진단했다.

박 대표는 IT업종에서 다음 패러다임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아몰레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휴대전화 액정뿐 아니라 TV에도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면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삼성은 액정표시장치(LCD)에 거의 투자하지 않고 아몰레드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반면 LG는 아몰레드가 보편화되는 시기를 늦게 보고 아몰레드보다는 LCD에 더 투자하고 있다”며 “아몰레드가 얼마나 빨리 보편화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 양대 IT기업의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나 태양광 산업은 미래의 패러다임을 가진 업종이긴 하지만 현재 지나치게 주가가 올라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메디포스트나 셀트리온이 저렇게 고평가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바이오 관련 시장은 2000년대 IT벤처 붐 때처럼 광기에 휩싸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2~3년 지나 시장이 차분해져야 제대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OCI에 대해선 “선발업체이다 보니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도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삼성과 한화 등 대기업도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준
현 피앤피투자자문 대표
유진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CJ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문 전무이사
메리츠증권 홀세일사업부문 전무이사
메릴린치 서울 법인영업 총괄 상무이사
대우증권 법인영업부


글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