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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25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국내 증시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국내 증시의 ‘숙원’으로 여겨졌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가 6월에 판가름 난다.

세계 최대 지수인 MSCI에서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25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재평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MSCI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MSCI 선진지수를 운영하는 MSCI바라 측은 외국인 투자 환경과 관련된 여러 선결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와는 코스피200 등 지수사용권 문제를 놓고 쉽사리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의 실익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arket Issue] MSCI 선진지수 편입 이번엔 성사 되나
선진지수 편입 관건은 외국인 접근성 평가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바라가 작성해 발표하고 있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여기서 한국 시장은 대만,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신흥국(emerging market) 시장으로 분류돼왔다. 이에 따라 MSCI의 신흥국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국내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위상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신흥국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시장의 비중도 커졌다. 이에 따라 MSCI바라측은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선진 시장 검토 대상(워치리스트)에 올려놓고 변경 건을 심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MSCI바라 측은 ‘2010년 시장 재분류 결과’를 내놓고 지수 구성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MSCI 시장 분류상 경제 성장, 시장규모와 유동성, 운용 체계 등의 기준에서 대부분 선진 시장 조건을 만족했지만, 국제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접근 이슈’에서 우려를 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전부터 개선 사항으로 제시했던 외환 자유화, 외국인 투자등록제, 지수사용권 등의 문제를 여전히 편입 불가의 이유로 제시한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증시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아직 불편함이 많다는 논리였다. 예를 들어 국내에선 역내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제한돼있어 외국인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미리 환전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등록제가 경직돼있고 장외 대량 매매나 통합계좌(옴니버스계좌) 등이 제한된 것도 문제로 들었다.

한국과 함께 선진국 편입 검토 대상에 올랐던 대만도 신흥 시장으로 유지했다. 경제 발전이나 시장규모는 기준에 부합했지만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접근성 부분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 MSCI 측은 한국과 대만을 여전히 워치리스트에 올려놓고 올해 6월 다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Market Issue] MSCI 선진지수 편입 이번엔 성사 되나
미래에셋증권 “편입 효과는 최고 25조 원”

그렇다면 MSCI 지수의 선진지수 편입은 왜 시장의 이슈일까. 이미 글로벌 양대 투자지표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에서는 지난 2009년 9월 국내 증시를 선진지수로 편입한 상태다.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 신기원을 이룬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MSCI까지 한국을 선진지수로 분류하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머징 증시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덜게 된다.

상대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은 신흥국 증시는 수익성은 높지만 리스크 역시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투자하는 연금 등 장기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도 있다.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이 추정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선진지수 편입 이후 국내 증시로 새로 유입될 자금은 23조~25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전 세계 자금 규모를 통상 3조5000억 달러로 가정했을 때, 선진국과 신흥국의 자산배분 비율은 9 대 1 정도”라며 “신흥국 이탈에 따른 유출 금액보다 선진국 진입에 따른 유입 금액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MSCI의 월드지수와 미국을 제외한 선진 유럽이 중심이 되는 EAFE 지수, 퍼시픽 지수 등에 국내 증시가 새로 들어가거나 편입 비중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선진지수 편입이 발표되면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편입된다. 실제 편입일 전후에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Passive Fund: 주가지수 추종 펀드)의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머징지수 ‘머리’냐, 선진지수 ‘꼬리’냐

현재 한국 증시는 MSCI 지수 대상인 신흥국 가운데 2위 규모다. 선진국으로 편입되면 이 가운데 9위 정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으로는 신흥국 15%에서 선진국 유입 시 2.3%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선진지수로 들어가면 기존 신흥국 지수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때보다 실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절대 비중이 줄어들면서 액티브펀드의 유입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시에 미칠 영향도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포르투갈(1997년 편입), 그리스(2001), 이스라엘(2010) 등의 사례를 볼 때, 선진국 지수 신규 편입 직후 3개월간 지수 움직임에 뚜렷한 경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가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증가가 단순히 지수 편입 효과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이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어 MSCI 선진지수 편입 이슈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선진지수 편입 없이도 코스피지수가 올해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전문가나 업계에서도 절실함이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현대차·현대모비스 등 대표주가 실익

따라서 실익을 따진다면 구체적인 업종이나 기업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보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포인트는 선진국 섹터 안에서 한국 기업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다”라며 “전기전자업종에 6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가 유입되고 자동차 등 경기민감 소비재, 소재, 산업재도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수혜업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업종은 국내 증시 비중은 물론, 선진국 섹터별로도 비중이 높아 액티브펀드들의 관심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에 3조9000억 원, 현대차에 1조4000억 원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모비스와 하이닉스, 기아차, LG전자, LG, 대한항공 등도 선진지수 안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합이 가능해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봤다.

윤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이 해당 섹터 안에서 10위권에 들고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가치) 매력이 높아 글로벌 펀드가 지속적으로 보유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 증시의 가치는 글로벌 종목과의 페어 트레이딩(pair trading: 동일 업종 안에서 두 종목을 각각 매수 매도하는 전략)을 통해 ‘레벨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