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Risk & Care 1

은퇴 후 생활구조

은퇴 후 노후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건강을 챙겨야 하고, 편안한 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활비와 의료비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 후 생활구조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은퇴생활은 활동기(60∼70대 중반), 회고기(70대 후반), 간병기(80대), 부인생활기, 부인의 간병기로 구성된다. 이런 구조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좋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Healthy & Wealthy 2nd Life] 은퇴 후 건강과 노후대책
다음으로 제대로 된 은퇴설계란 재무적인(financial) 준비와 비재무적인(non-financial) 준비가 결합돼야 한다. 재무적인 준비란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비재무적인 준비란 주거계획, 가족관계, 건강, 자기계발 등을 실천하는 일이다.

행복한 은퇴생활이란 재무적인 준비와 비재무적인 준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재무적인 면만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노후생활의 승패는 비재무적인 면이 크게 작용한다는 외국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퇴생활과 의료비

결국 남편과 부인의 의료비와 간병비는 노후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준비사항이다.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본인의 주관적인 건강 상태를 질문한 결과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19.6%에 불과한 반면 48.7%는 ‘나쁘다’고 대답했다.
[Healthy & Wealthy 2nd Life] 은퇴 후 건강과 노후대책
은퇴 준비 과정에서 은퇴 이후 생활비 마련을 중심으로 설계하다 보니 자칫 질병 시기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기 쉽다. 치매, 뇌졸중, 당뇨와 같은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치료 장소를 기준으로 가정, 요양병원, 요양원 등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서 치료받는 것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그러나 24시간 가족이 곁에 있지 않다면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고 다른 가족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정신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양시설에서 간병기를 보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요양시설에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있다. 요양병원은 의사가 상주하는 의료시설로 복합적인 약물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고령환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요양원은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만성병 환자(중풍이나 거동불편 고령자)나 치매환자와 같이 특별한 약물 및 재활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 활용한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들 시설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08년 1300여 개였던 요양원은 작년에 3000여 개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적합한 요양시설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요양시설을 고를 때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충분한지, 식당이나 독립 공간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Healthy & Wealthy 2nd Life] 은퇴 후 건강과 노후대책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을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이트 등에 방문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요양시설을 이용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요양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본인 부담금은 월 80만~250만 원 정도다.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비용의 80%를 보조받을 수 있으며 본인 부담금은 월 50만~7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미리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활용해 비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좋은 시설을 갖춘 요양시설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좀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요양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3층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1층은 연금상품을 활용해 본인 부담금과 간병비 등을 마련하고, 2층은 건강보험의 특약 등으로 장기요양 비용을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 3층은 실손보험 등으로 실제 들어가는 병원비 등을 마련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남편 사망 이후 홀로 남게 될 부인의 의료비나 요양 경비는 남편의 종신보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은퇴 이후 주거계획

우리 국민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노후자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부동산자산을 줄여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주거를 전원주택, 농촌, 교외 등으로 이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중산층들도 실버타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행복하게 거주하는 곳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비용, 가족관계, 사회활동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은퇴설계는 재무적 ·비재무적 준비가 결합돼야 한다. 이중 재무적 준비란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한다.
은퇴설계는 재무적 ·비재무적 준비가 결합돼야 한다. 이중 재무적 준비란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한다.
얼마 전 지방에 있는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을 만났다. 그분은 교장선생님으로 평생을 일하고 은퇴한 후에 고향에 조그만 전원주택을 지어 8년쯤 편안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인이 병에 시달리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자신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고 부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부실해서 점점 생활이 힘들어졌다.

급하게 노인병원이 있는 실버타운으로 옮겼지만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해 3개월 단기 입주를 연장해 나가고 있다. 고향에 있는 전원주택이 좀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매달 받는 공무원연금은 생활비로 실버타운에 고스란히 지급한다. 주거계획에 실패한 결과 상당한 고통을 받는 대표적인 경우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40대나 50대에게 은퇴 후에 살 곳을 물으면 전원주택, 실버타운, 자기 집, 요양원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은퇴생활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활동기, 회고기, 간병기, 부인생존기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건강한 시기만 고려한다든지, 부인이 남편 사별 후 10년 정도를 외롭게 질병에 시달리면서 홀로 살아가는 시기를 따져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거주했던 친숙한 지역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은퇴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간병, 식사, 취미, 여가 등에 많은 서비스가 필요해진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며, 병원에 가기 힘들거나 사회와 단절돼 외롭기 때문에 주거지를 이동하게 된다. 우리가 노후에 살 곳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안전하고, 자연환경이 좋고, 의료시설이 근처에 있어야 한다.

만약 도심의 아파트에서 노후생활을 지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임 활동으로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교류를 강화해야 하며, 유지비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 적절한 평수의 아파트로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생활이 편리할 수 있도록 방문을 넓히고 화장실의 높은 문턱을 없애는 노인친화형으로 개조(리모델링)를 해야 한다.

간과해서는 안 될 부인의 은퇴 준비

남녀의 평균 수명과 연령차를 고려하면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10여 년을 홀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혼자 남는 아내를 위해 연금과 의료비, 삶의 터전 등을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남녀의 평균 수명과 연령차를 고려하면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10여 년을 홀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혼자 남는 아내를 위해 연금과 의료비, 삶의 터전 등을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통계청이 여성 노인들이 가난하게 생활하는 실태를 보도한 적이 있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400만 가구를 넘어섰고, 1인 가구 중 60세 이상 비중이 46.9%에 달한다.

이들 노인들이 홀로 사는 경우는 과반수 이상이 할머니 1인 가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녀들이 노령의 부모를 모시지 않는 데다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 1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예상하지 못한 어두운 면이 많이 생긴다. 그중에서 홀로된 여성 고령자들이 취약한 노후 준비로 빈곤에 시달리는 현상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빈곤한 노인 여성들은 집세를 내기에도 버겁고 병원비가 없어서 고통을 참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도 생활고와 외로움을 겪는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노후 준비를 할 때 남편과 부인이 같이 살아있는 기간 동안의 비용만 준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녀 간의 평균 수명차이(7년)와 결혼할 때 연령차이(3년)를 감안하면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10년 가까운 시간을 홀로 살아야 한다.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홀로 살아 남은 부인은 자신만의 외롭고 긴 여생을 시작하게 된다. 남편과 함께 했던 주위 사람들과의 교류가 급격하게 줄기 때문에 외로움은 커지고, 자녀들은 어머니 부양을 부담스러워 하게 된다. 남편을 간병하느라 얼마 남지 않은 노후자금마저 소진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 해야 하는 10년 가까운 시간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남겨놓은 연금을 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급자 중 여성 비중은 39.5%에 불과하며, 노령연금을 수령하기보다는 대부분이 유족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유족연금은 남편이 받던 국민연금을 유족인 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그 금액은 30만~40만 원에 불과해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은퇴 설계의 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첫째, 부인이 탈 수 있는 연금과 의료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은퇴 후 생활하는 집은 부인이 홀로 됐을 때 살아가는 터전이 되므로 가능하면 남편 생존 시 처분해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만약 자녀 교육자금을 대느라 연금을 준비할 재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남편을 피보험자로 한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남편 사망 후 수령하는 종신보험금으로 부인이 혼자 사는 기간 동안의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금은 유자녀의 학자금과 결혼자금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지만 남편이 사망한 다음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글 우재룡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