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적 동물이 될지언정, 군사적 동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1960년대 말 사토 에이사쿠(佐藤 榮作) 일본 총리는 미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예화가 보여주듯 한때 일본인들은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경제적 동물)’로 불렸습니다.

1960년대 일본이 고속 성장을 구가하며 세계 시장을 휩쓸자 서방의 누군가가 일본인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의미가 담긴, 그리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였습니다.

최근 일본 대지진 참사 후 이 꼬리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한국이었습니다. 국내 한 방송사가 참사 소식을 전하며 ‘일본에서의 한류 위축이 우려된다’는 식으로 보도했고, 모 신문은 참사 당일 ‘한국 경제의 득실’을 따지는 분석 기사를 내보낸 것입니다.

두 언론사 모두 여론으로부터 거세게 질타를 당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마치 한국인들이 이웃의 대참사 앞에서도 주판알부터 튕기는 것처럼 비춰졌을 테니까요. 특히나 ‘한류 위축’ 운운하는 보도는 지극히 단세포적인 발상이어서 비난받아 마땅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잠시 머리를 식히고 생각하면, 내용과 타이밍의 문제이지 대지진의 경제적 파장 분석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일 것입니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에서 벌어진 일이니 만큼 국제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은 분명하고, 그 파장이 또 다른 불행한 사태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차분하고도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이코노믹 애니멀’로서의 숙명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단순히 누군가의 득실을 계산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안정과 번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인천 부동산 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다루었습니다. 삼성전자의 2조 원 투자 결정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송도를 비롯해 영종·청라지구 등의 부동산 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짚어본 기사입니다.

또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 등을 만나 투자전략과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Editor's note] 이코노믹 애니멀의 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