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 템피스투자자문 공동대표

허 대표는 1989년 동양투자자문에서 운용경력을 시작해 삼성생명 보험특별계정운용파트장, 삼성투신운용 SA운용 팀장 등을 역임한 22년 경력의 펀드매니저다. 지난 2월 템피스투자자문에 합류하기 전에는 푸르덴셜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으로 2조 3000억 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Market Leader] “코스피 1900 선은 매수 타이밍, 2400까지는 무난히 상승”
“ 생중계 되는 재난 장면을 본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심리 위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반등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허장(48) 템피스투자자문 공동대표는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증시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대표는 “자연재해 발생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증시의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이번 대지진은 방송으로 생중계돼 심리적인 공포감이 극대화된 점, 일본이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점,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내수 기여가 80% 이상인 점 등이 과거와 다르다”며 “유럽 재정위기, 중동 아프리카 정정불안,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은 변동성이 큰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은 장기적 측면에서 호재

허 대표는 일본 대지진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복구 작업을 위해 일본 정부가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GDP의 1~2%가량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시장의 추세가 바뀌는 일로까지는 확대될 것 같지 않다”며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금융 완화를 통해 심리적인 위축을 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장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진정된 뒤의 시장 흐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시장이 조정을 받았던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위기 이후인 2009년 3월부터 시장이 추세적으로 올랐지만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던 만큼 한번은 조정을 받을 때가 왔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추세적인 상승 기조는 꺾이지 않았으므로 이번 조정을 계기로 증시가 다시 상승 탄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 이전 증시는 인플레 우려, 유럽 재정위기, 중동아프리카 정정불안, 상시적인 북한 리스크 등으로 조정세를 보였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조정 없이 올라온 증시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측면이 컸다”고 분석했다.

허 대표는 거시적 경제지표의 양면성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경기회복 국면에는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고 거기에 따라 기업 실적도 좋아지는 국면이 올 수 있는데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유가가 오르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속도가 완만한가 아니면 빠른가는 주의해야겠지만 거시경제지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만 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향후 경기 판단지표는 유가

긍정적 전망을 지속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들었다. 허 대표는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원통화를 3배 가까이 증가시키면서 양적완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다”며 “미국 제조업 경기도 좋아지고 소비와 고용지표도 완만하지만 추세가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주 강한 상태는 아닌 만큼 미국이 불씨를 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고 긴축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인플레 압력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과정에 접어든 것도 긍정적인 전망의 한 요인이다. 선제적으로 인플레 대응에 나선 덕분에 추가 긴축 우려가 덜해진 만큼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으로부터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예상지수대로는 2300~2400 선을 전망했다. 1900 선에 코스피지수가 근접하면 대기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2100 선에서는 차익실현하려는 매물이 몰리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유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는 상승 국면이 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허 대표는 “유가 리스크가 해소되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현재보다 더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이 확인되는 시점이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현재 기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미국과 신흥시장에 비해 싼 만큼 2300~2400까지는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00 선에서는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
“유가가 오르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허 대표는 1900 선을 적극적인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또 채권보다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더 늘릴 것도 권했다.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산배분 기준으로는 보유자산의 최소 50% 이상을 주식에 30% 정도는 채권에 분산해 투자할 것을 권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떨어져도 만기 시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는 “돌발변수로 인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1900 선을 기준으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주를 우선 꼽았다. 미국이 경기회복세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만큼 수요가 늘어 IT 업황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태블릿 PC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요증가세가 이를 충분히 극복할 만큼 강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 대표는 “같은 IT라 하더라도 최근의 IT제품 가격 하락 국면에서 가격 지배력을 보유한 승자와 그렇지 못한 패자가 확연하게 갈리는 승자독식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다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선도기업들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만큼 에너지 관련주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일반 에너지주도 좋지만 유전을 보유,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이 특히 더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LG상사 등 유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또 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관련주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피해야 할 업종으로는 내수업종을 지목했다. 허 대표는 “아무리 주식이 싸더라도 성장성이 없는 주식은 주가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며 “국내 통신업종은 새로운 성장보다는 남의 파이를 빼앗아 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가의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력이나 가스 관련 필수소비재주도 갈수록 커지는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 상승 폭이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허장
템피스투자자문 공동대표
서울대 경영학과
삼성생명 보험특별계정운용파트장
삼성투신운용 SA운용팀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글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