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토지나 주택을 다른 사람 명의로 구입해 놓아 곤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있는 알짜배기 땅에 투자하기 위해 현지인 명의로 땅을 사거나, 다주택 소유에 따른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친척이나 형제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재산을 취득했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Risk Care] 부동산 명의신탁의 위험성
부친(차명) 명의 부동산 매수

부동산 자산가 A씨는 10년 전 1세대 2주택(3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문제를 피하고자 부친(차명) 명의로 잠실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러나 A씨는 최근 이 잠실 아파트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부친의 연세가 86세로 고령인 데다가 부친이 수년 내로 돌아가시게 될 경우 부친 명의로 돼있는 잠실 아파트가 상속재산에 포함돼 여러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고객의 경우, 부친이 사망하게 되면 A씨의 잠실 아파트는 부친의 상속자산에 포함되고 최악의 경우 형제들과 상속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도무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이다.

부친(차명) 명의 부동산 매도

A씨는 부친 명의의 잠실 아파트를 지금 당장이라도 처분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매도하려고 해도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잠실 아파트는 등기부등본상 부친 소유이며 그 매도자금은 당연히 부친의 자산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이 부동산 매도자금을 A고객에게 이전 시 A씨는 부친에게서 부동산 매도자금만큼 증여받은 것이 돼 증여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10년 전 잠실 아파트 구입에 들어간 총 투자금액이 대략 8억 원이었는데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8억~20억 정도로 거래된다. 양도세 및 증여세 부담액을 계산해보니 무려 6억 원가량이나 돼 증여로 처리하자니 세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동안 한번도 A씨 소유라고 의심해보지 않았던 잠실 아파트가 이러한 문제를 야기시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10년 이내에 부친이 사망할 경우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부친이 A씨(상속인)에게 증여한 증여재산이 있으면 현재 증여한 자산가액으로 상속재산가액에 합산한다고 하니 더더욱 고민만 깊어갈 따름이다.

부친(차명) 명의 부동산을 상속자산으로 이전

증여로 실행하지 않고 부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상속받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모친이 살아계시고 부친 소유의 다른 부동산 및 금융자산이 없어 이 잠실 아파트 한 채가 상속재산의 전부라고 가정해 대략적인 상속세를 계산해 보았더니, 배우자 공제도 받을 수 있고, 상속세는 증여세 부담보다 훨씬 덜한 수준이다.

그런데 상속으로 넘기자니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 행위를 하는 데 있어 사적자치의 원칙을 따르고 있어 피상속인의 유언을 최우선적으로 인정하고, 유언이 없을 경우 보충적인 방법으로 협의상속 및 법정상속을 취하는데, A씨의 경우 법적 상속인은 모두 7명이다(모친+6형제).

부친이 잠실 아파트에 대한 구체적인 유언 없이 상속이 개시되면 이 잠실 아파트는 상속자산으로 포함돼 협의상속으로 가야 하는데 상속인이 여러 명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유산분배에 관한 유언이 있으면 법적 상속분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지만 이 잠실 아파트가 A씨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형제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이런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형제들과 A씨 사이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와 같이 부친의 유언에 의해 형제 중 누군가가 상속에서 배제돼 상속분의 공평 원칙을 사유로 법정지분의 50% 범위 내에서 주장할 수 있는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상속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A씨는 현재 형제들과 우애도 좋고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A씨 주변 지인들 사례를 보니 호언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최악의 경우 상속분쟁으로라도 번져 실제 소유자인 A씨와 형제들 간에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 A씨는 최초에 부친과의 명의신탁(차명)으로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시가의 30%나 되는 과징금은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토지나 주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취득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은 자칫 재산상의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토지나 주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취득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은 자칫 재산상의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보호되는 재산권은 매매대금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B씨는 양도세 비과세혜택 유지를 위해 아파트 한 채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친척 명의로 등기할까 고려 중이다. 이 경우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거나 혹시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날 때 불이익이 없을까 걱정이다.

부동산실명법 시행일 이후에 이뤄진 명의신탁 부동산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의해 보호되는 재산권은 매매대금뿐이다. 예컨대 B 씨가 10억 원짜리 주택을 취득해 친척 이름으로 등기해 준 주택이 20억 원으로 올랐다면 소송을 통해 되찾을 수 있는 금액은 당초 매입자금 10억 원에 한정된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6억 원(20억 원×30%)의 과징금이 부과되므로 실제 찾아오는 금액은 4억 원에 불과해 손해가 크다. 따라서 취득 과정에서 명의신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명의신탁 반환

C씨는 00세무서장의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를 받고, 명의신탁 반환으로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며 적부심을 청구했는데, 국세청장은 명의신탁 반환이 인정되므로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를 취소하라는 결정과 동시에 이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과징금징수 통보대상이라는 결정을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C씨는 2006년 8월경 언니로부터 재건축 중인 아파트의 입주권을 증여받은 것으로 해 증여세 4000만 원을 신고, 납부했다. 관할세무서장은 증여 당시의 매매사례가액 9억 원을 증여가액으로 신고해야 함에도 분양가인 5억2000만 원으로 신고해 3억8000만 원을 과소 신고한 C씨에게 증여세 1억2000만 원을 과세예고통지했다.

이에 대해 C씨는 당초 신고와 달리 1998년 아파트 취득 당시 언니에게 명의신탁을 했던 것을 반환받은 것일 뿐,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며 과세예고통지를 취소해 달라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국세청장은 명의신탁의 반환이라는 C씨의 청구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므로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함과 동시에,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과징금 징수대상으로 관할시청에 통보하라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최근 국세청은 자산가 및 대기업 사주의 변칙 탈루행위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 일환으로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을 가동해 차명재산의 소유권 변동내역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개발, 운영되고 있으며 명의신탁 주식을 비롯해 은행권의 금융자산, 차명 부동산 자료 등 수만여 건이 수록돼 있다.
[Risk Care] 부동산 명의신탁의 위험성
오미선 _ 삼성화재 FP센터팀장 michell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