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취급, 금융회사별 차이를 알고 상품별 특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후 준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의 3중 보장체제를 갖춰 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재정 부실화에 대한 우려로 ‘더내고 덜 받는’ 식으로 바뀌고 있어 일반인들은 개인연금저축을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그만둘 때 받는 퇴직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가입하는 게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 노후 대비 완성은 퇴직연금 가입
퇴직연금

퇴직연금은 기업의 퇴직금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2005년 12월 도입됐다. 근로자의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해놓고 퇴직할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달리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투자운용을 맡기고 퇴직 후 연금 방식으로 지급받는다. 10년 이상 적립하고 55세가 넘으면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운용 책임을 기업이 맡느냐, 아니면 근로자 개인이 지느냐에 따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등으로 나뉜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맡겨 운용하되 근로자의 퇴직 직전 3개월의 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액수를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회사가 근로자 퇴직급여의 60% 이상을 회사 밖 금융회사에 적립하도록 해 회사가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 최소한 퇴직급여의 60% 이상은 보장받을 수 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고려해 적립금을 산정하므로 연공서열에 따른 퇴직급여 체계를 갖춘 대기업이나 공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개별 계좌에 적립해 주면 근로자가 금융회사에 운용 방법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개인에게 투자운용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손실 책임도 개인이 진다.

근로자 퇴직급여의 100%를 회사 밖 금융회사에 적립해 별도 관리되므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매년 근로자 연봉에 따라 퇴직급여를 산정하기 때문에 임금 변동성이 큰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퇴직연금 3파전

퇴직연금 시장은 현재 은행, 보험, 증권사 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판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은행, 고수익·고금리를 앞세운 증권사, 기존 퇴직보험 상품 운용에서 쌓아놓은 영업력을 내세우는 보험사가 저마다 장점을 앞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놓고 보면 2010년 10월 말 기준 은행권이 시장점유율 51.7%로 우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취급 금융회사별 차이를 알고 상품별 특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운용상품을 보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은 은행(92%), 생명보험사(96.6%), 손해보험사(97.2%)가 높은 반면 증권사는 62.5%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2.7%로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높은 편이다.

적립금 운용 현황에서는 은행이 91.7%를 예·적금으로 운용하고 실적배당 상품은 7.3%에 불과하다.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상품 중에서는 원리금 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43.9%를 운용하고 예·적금은 14.2%로 낮은 수준이다.

또 실적배당 상품 중에서는 채권형 펀드에 21.4%를,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에는 각각 0.4%, 0.1%를 투자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수익이 중요한 만큼 주식형 펀드 비중이 은행과 비슷하게 낮다.

보험사는 대부분 보험상품으로 운용한다. 생보사는 금리확정형 보험으로 64.7%를, 금리연동형 보험으로 27.3%를 각각 운용해 전체 적립금의 92%를 보험상품으로 구성했다. 손보사도 금리확정형 보험에 72.6%를, 금리연동형 보험에 21.5%를 각각 투자해 보험상품 비중이 94.1%를 차지한다.
[퇴직연금] 노후 대비 완성은 퇴직연금 가입
은행, 전국 영업망과 안정성이 강점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지점 수가 1000여 개에 달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기업 실무담당자와 근로자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근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퇴직연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영업점마다 대부분 퇴직연금 전문가를 배치하고 고객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직연금은 가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가 입금, 퇴직급여 지급, 자산운용 상담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은행의 전국적 점포망은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영업점이 많은 은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또 고객들과 친숙한 금융회사라는 점에서 고객 친밀도도 뛰어나다. 모든 기업과 근로자들이 은행에서 예금, 대출, 외환, 신용카드, 펀드 등 다양한 거래를 해 왔기 때문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총자산 규모가 큰 은행권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상위 3개 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각각 약 200조 원 이상(2010년 말 기준)이다. 반면 보험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33조 원(2010년 3월 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11조 원(2010년 3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또 은행은 사업구조가 다양해 리스크가 분산돼 있지만 보험사와 증권사는 사업구조가 단조로운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여러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에게 송금 수수료 면제,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등 서비스 혜택을 고객이 퇴직연금을 해지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또 근로자에게 퇴직연금을 포함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도 가능하다. 퇴직 후에도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에서 매달 받는 연금을 모두 은행계좌로 수령하게 되므로 종합 자산관리를 하기에 편리하다.

보험사, 퇴직보험 상품 운용 경험이 매력

보험사는 퇴직연금의 전신인 종업원 퇴직보험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던 경험과 탄탄한 영업기반 및 시스템을 기반으로 은행을 맹추격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 퇴직연금을 유일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한걸음 앞서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단기보다는 장기 상품 위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보험사의 장점이다. 2010년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1년 미만 단기상품 운용 비중을 보면 보험이 57.6%, 은행이 84.3%로 나타났다. 고객이 장기 운용 상품에 관심을 가질수록 종신보험 등 장기상품 운용 경험을 보유한 생보사에 대한 선택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이미 종합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신상품을 내놨다. 류근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보업계는 지난 30년 동안 퇴직보험 등을 운용하면서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 운용 능력을 쌓아왔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단기 상품 위주의 과열 경쟁 단계를 넘어설 경우 노후 안정수익 확보에 초점을 맞춘 생보사 상품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 고수익 가능

증권사는 은행과 보험사보다 몸집이 가볍고 다양한 자산운용이 가능한 점을 내세운다. 증권업계는 원금보장형 안전자산 운용에 치중했던 과거 퇴직연금의 경향이 향후 주식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을 근로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많은 근로자들이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펀드, 파생금융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더욱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방식의 퇴직연금 상품도 선보였다. 단순히 채권이나 주식을 사놓고 장기 보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자산 비중을 변경해주는 ‘적극적인 매매’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퇴직연금 운용 방식대로라면 자산배분 변경은 가입자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 가입자 마음에 쏙 드는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랩어카운트 방식의 퇴직연금은 증권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배분을 바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