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에 들어온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새내기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20년 이상 지낸 금융시장이 가끔 그리워지곤 한다. 그 그리움의 이면에는 부동산 거래시스템보다 월등히 앞선 증권 거래시스템에 대한 동경도 포함돼 있다.

증권 거래시스템은 말 한마디에 거래가 체결되고 별다른 인증 서류 없이 결과에 따라 결제가 책임 있게 이루어진다.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되는 거래시스템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물론 증권 거래시스템도 처음부터 신뢰를 갖고 작동되지는 않았다. 정보기술(IT)이 발달되지 않은 1980년대 중·후반 증권 거래를 잠깐 회고해보자. 고객의 주문을 증권사 오퍼레이터가 다시 입력해 증권거래소로 보내면 거래소에 유물처럼 남아있는 육각형 부스에 주문이 전달된다. 그러면 수작업으로 거래소 직원은 거래를 체결한다.

객장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증권시세표를 듣고 증권사 벽면 칠판에 분필로 열심히 적어가는 모습을 객장의 고객들은 열심히 쳐다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증권사 직원은 조그마한 10인치 단말기를 쳐다보면서 거래를 조언했다. 별다른 정보나 분석자료 없이 주식 거래를 하는 셈이었다.

그 뒤로 10여 년 동안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1990년대 중·후반 증권 시장의 거래시스템은 대만 등 아시아에 수출될 정도로 발전됐다. 시스템의 발달과 더불어 종사자들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스마트해졌다. 10년 만에 증권 거래시스템이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당시(1980년대 후반~90년대 후반) 과감하게 IT시스템과 리서치센터에 투자한 증권사가 1990년대 후반 승자가 됐다는 것이다. IT시스템과 리서치센터 발전 과정은 고객으로부터 신뢰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2000년대에는 집중 투자해야 할 다른 요소가 있었지만 그 당시 10년은 분명히 옳았다.

낙후된 1980년대 증권 거래시스템을 처음부터 보고 경험한 필자에게 현재 부동산 시장은 증시와 견주어 1990년대 초·중반 어느 시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시스템도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하게 변할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은 항상 맞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한번 거래하려면 정보수집 단계에서 허위매물 등으로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 그리고 신뢰할 만한 거래 중개 상대방을 찾는 것 역시 어렵다. 따라서 여전히 오래된 관행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부동산 정보 측면에서 보면, 별다른 투자분석 자료 없이 1년에 100만 명이 창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3년 내 실패한 자영업이 72%나 된다. 더구나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25.8%)이 자영업에 취업을 하고 있다. 거래시스템의 발전과 부동산 정보의 선진화가 필요한 분명한 이유다.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마켓3.0>에서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도움이 절실한 고객에게 다가가라”고 했다. 부동산업체들도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부동산114만 하더라도 지난 1년간 부동산 거래시스템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리서치센터 등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으로 발전되고, 자영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저렴한 창업시스템이 제대로 탄생하길 바란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에서 허위매물이 사라지고, 부동산 인덱스가 다양하게 생성돼 부동산을 통한 자산배분의 기준이 마련되고, 전문가 집단 층도 넓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선진화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멋진 일이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을 과정을 통해 누군가가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런 경험이 부동산 시장 발전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CEO 칼럼] 부동산 거래시스템, 그리고 도움이 절실한 고객
박만순

현 부동산114 대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
미래에셋캐피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