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MU

2010년 서울의 외식산업과 문화적 코드를 운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이태원’이다. 강남이 휩쓸다시피 했던 고급 레스토랑 문화가 올해를 정점으로 강북 이태원으로 건너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술집이 즐비했던 이태원 레스토랑가(街)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변화의 동선(動線)에 복합문화공간을 기치로 내걸며 문을 연 ‘엠유(MU)’가 있다. 주인장이 공들여 모은 세계의 독특한 의자까지 감상할 수 있는 유니크한 공간이다.
[Gourmet Report] 유니크한 파티 장소로 떠오른 강북의‘핫 플레이스’
‘MU’는 문이 두 개다. 먼저 이태원 소방서 건너편 골목으로 진입해 100m 정도 완만한 언덕을 올라 외국인 주택단지 직전에 내놓은 작은 철대문은 이국적이고도 고풍스럽다. 또 다른 출입구는 해밀턴 호텔 옆 골목으로 나있다. 지상 4층에 이르는 레스토랑이란 말에 입이 쩍 벌어지는 건 그 다음 순서.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1·2층은 이탈리안 다이닝, 3·4층은 라운지로 운영

[Gourmet Report] 유니크한 파티 장소로 떠오른 강북의‘핫 플레이스’
유럽의 소담한 카페 같은 1층은 가벼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카페 이름도 작은 접시 요리를 뜻하는‘MU 타파스(tapas)’다.

빵집을 연상하면서 구상했다는 카페 밖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150년 된 램프가, 내부에는 역시 80년 전에 프랑스에서 생산된 서랍장이 전시돼 있다.

한 층을 올라가면 ‘MU 다이닝’이다. 쉽게 말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천장과 넓은 창가를 가득 메우며 줄을 선 유럽산 앤티크 창틀은 ‘먹는’ 맛과 함께 ‘보는’ 맛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행광에 수집광이라는 주인장이 오픈을 앞두고 1여 년간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공수한 볼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ourmet Report] 유니크한 파티 장소로 떠오른 강북의‘핫 플레이스’
각종 소모임을 위해 마련한 룸 안에는 프랑스 어느 농가에서 사용했던 마차 틀을 통째로 들여놨다. MU에서의 용도는 사각 테이블.

주방에서 갓 만든 요리 접시를 올려놓는 테이블 위에 달린 전등 역시 유럽에서 구해온 앤티크요, 레스토랑 곳곳에 세워둔 촛대 하나도 자세히 보면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다.

늦은 오후에 오픈하는 ‘MU 더 플러스’는 3층 바(bar)와 함께 4층 루프톱 라운지를 포함한다.

바로 아래층에서 우아하게 꽃등심 스테이크를 즐겼다면, 3층과 4층에서는 긴장과 격식은 잠시 미뤄두면 좋겠다.

20~40대 초반까지 폭 넓은 고객층이 찾는 이태원의 핫 플레이스답게 ‘잘나가는’ DJ가 엄선한 트렌디한 음악이 본능을 먼저 불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Gourmet Report] 유니크한 파티 장소로 떠오른 강북의‘핫 플레이스’
연예인·기업인·명품 브랜드 파티 장소로‘입소문’

밤에 MU를 찾는다면 4층은 흥분할 준비를 하고 오르시라. 환상적인 음악에 취해 있을 그 순간, 누군가 버튼을 누르면 루프가 열리는데, 대부분의 여성 고객들은 함성을 지르기 마련이라고. 일반 바와 달리 제대로 된 음식도 제공되는 3층과 4층에서는 밤 11시가 넘으면 춤을 출 수 있다.

그런데 음악에 몸을 맡기다 잠시 앉아 쉬는 의자들 역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본업이 회계사이면서 의자 컬렉터이기도 한 김기창 대표가 지난 7년간 유럽 각국에서 어렵게 구해온 이발소 의자, 치과 의자 등 흔치 않은 앤티크 의자들이 4층에 가득하다.
[Gourmet Report] 유니크한 파티 장소로 떠오른 강북의‘핫 플레이스’
“수집한 의자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공간을 고민하다 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는 김 대표는 애지중지하는 의자 400여 개 가운데 100여 개를 MU에 옮겨다 뒀다.

MU 오픈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대동해 유럽으로 건너가 창틀, 대문, 철제 원형계단 하나하나를 함께 구입했다는 그의 애정과 손때가 묻어서일까. 스케일 크고 독특한 분위기의 라운지는 벌써부터 연예인, 기업인, 방송인 등 셀러브리티들의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청담동 명품 브랜드들의 론칭 파티 장소로도 인기라고. 1층부터 4층까지 통으로 예약한다면 약 35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크고 작은 파티 장소로 제격이다.

아차, 음식 얘기가 다소 늦었다. 셰프가 자신 있게 내놓은 지중해풍 샐러드는 올리브, 아티초크가 모차렐라 치즈와 함께 씹히는 맛이 기가 막혔다.

토마토 혹은 크림파스타에 식상했다면, 신선한 꽃게살이 씹히는 로제소스 꽃게 파스타는 어떨지. 육즙이 풍부해 손님들에게 인기가 가장 높다는 꽃등심 스테이크는 저녁에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면 금상첨화겠다 싶다.

MU는 여성 고객이 70% 이상이라는데, 피자를 먹어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재료를 아낌없이 쓴 티가 ‘팍팍’ 나는 피자는 먹는 이의 입에는 늘어지는 치즈 같은 행복감을, 주인의 주머니에는 씁쓸함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