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EO 정수기로 남미 시장에 진출 이영재 한일월드(주) 대표

한일월드(주)는 지난 1992년 설립돼 18년간 정수기와 액체여과기 등을 만들어온 환경 가전업체다. 회사의 주 매출원은 정수기 사업. 국내 정수기 시장규모는 1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기업과 전문 중견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어 중소 가전업체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일월드는 이같이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500억 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 40억 원이던 매출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인 매출 신장이다.
[CEO 인터뷰] “환경산업의 미래,해외에 있습니다”
최근 한일월드는 기업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마련했다. 2억 달러 규모의 중남미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한일월드는 지난 5월 서울상공회의소 구로구상공회의 콜롬비아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콜롬비아 RNP와 정수기 수출 및 현지 합자회사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한일월드는 앞으로 6개월간 회사 정수기 제품을 RNP에 우선 공급하고, 이후 현지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현지 신생 정수기회사인 RNP는 중남미 지역 독점권을 확보하고 한일월드 및 합자회사 생산제품에 대한 유통에 나선다.

한일월드는 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한일월드의 이 같은 성장 뒤에는 창업자인 이영재 사장이 있다.

이 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가산디지털단지(G밸리)에 있는 한일월드를 찾았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 화환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의 서울디지털단지 경영자협의회 회장 취임을 축하하는 화환이었다. 화환이 들어선 통로를 지나 사장실에 들어서자 이 사장이 기자 일행을 맞았다. 인사를 건네는 그의 입가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다.

입가에 물집이 잡혀있네요.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예, 최근에 이래저래 일들이 많았습니다. 남미 출장도 다녀오고, 경영자협의회장 취임으로 좀 바빴습니다. 오늘은 직원들 워크숍이 있어서, 인터뷰가 끝나면 거길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콜롬비아 진출은 어떻게 이루어진 겁니까.
[CEO 인터뷰] “환경산업의 미래,해외에 있습니다”
“콜롬비아 대통령 초청으로 구로구상공회의소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콜롬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2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한 거죠.

가산디지털단지 입주 업체 중 11개 업체가 방문해 콜롬비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상원 부의장 등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거쳤습니다.

이후 현지 신생 정수기회사인 RNP와 정수기 수출 및 현지 합자회사 설립에 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MOU를 바로 체결하신 것은 아닐 텐데요.

“RNP 대표가 현지 정치인의 자제인데요, 대학원 박사 논문을 남미 정수사업을 주제로 썼답니다.

그게 인연이 돼 저희 회사를 알게 됐고, 지난해 저희 회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MOU를 체결하기 전에 1년 정도 상호 교류가 있었던 거죠.”

서울시가 인증한 ‘하이서울(hI-SEOUL)’ 업체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됐겠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브랜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기업은 무한경쟁 시대에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6년 연속 ‘하이서울’ 인증을 획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이서울은 서울시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관내 기업 중 제품력, 기술력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엄격하게 심사해 브랜드 사용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사실 하이서울 인증을 받기 전에는 해외 시장에서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이서울 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후에는 해외박람회, 시장개척단, 유망 바이어 발굴, 인터넷 해외무역 지원 등 다양한 해외 판로개척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하이서울 브랜드 사용 후 그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습니다.”

필레오가 대표 브랜드죠.
[CEO 인터뷰] “환경산업의 미래,해외에 있습니다”
“맞습니다. 최근 출시된 신개념 무세균 프리미엄 정수기인 ‘필레오 915UV(PHILEO 915UV)’는 고효율 이중살균 장치라는 특허기술을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필레오 915UV’는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식품의약국(FDA) 인증 제품을 소재로 제작된 6단계 고급 복합 필터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자외선 살균시스템을 추가해 각종 공인기관 검사 결과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시겔라, 녹농균 등 5대 세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또 저수통과 물받이 등에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사용해 세균이 들러붙거나 증식할 수 없도록 한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정수기 사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우수해도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특별히 차별화된 전략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수기, 비데 등은 판매보다는 렌털이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사후관리(AS)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가 비록 규모는 다른 업체보다 작지만 전국 24개 총판과 150개 영업지사, 그리고 1000명 이상의 영업 및 서비스 직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설치와 AS, 필터 교체를 3원화해 관리하지만, 저희는 원스톱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식경제부로부터 ‘서비스품질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매출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지난해 매출이 약 500억 원이었습니다. 렌털 매출의 특성을 감안하면 900억 원 이상의 일시 판매에 해당하는 매출 규모입니다. 2001년 매출이 40억 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을 한 거죠. 연평균으로는 2007년 이후 70% 이상 성장한 셈입니다. 올해는 판매액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CEO로서 특별한 경영방침이 있나요.

“저는 직원들에게 ‘일하지 말고 놀자’와 ‘웅덩이 경영’을 강조합니다. ‘일하지 말고 놀자’는 저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인데요, 일을 일로 생각하지 말고 놀이로 즐기자는 것입니다. 일을 놀이로 생각하면 그 자체가 즐거워지고, 능률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웅덩이 경영철학’은 또 무엇인가요.
[CEO 인터뷰] “환경산업의 미래,해외에 있습니다”
“‘웅덩이 경영’은 하나의 깊고 큰 웅덩이가 점차 그 영역을 넓혀 가면, 자연스레 주변의 작은 웅덩이들을 흡수한다는 점에 착안한 철학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주목하면 작은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뜻입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 기술개발과 AS라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만족이라는 큰 웅덩이가 생성되면 구전 마케팅을 통해 부족했던 브랜드 가치도 자연히 향상된다는 거죠.”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장에 취임하셨죠. 신임 회장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지난 6월에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기업이 밀집해 있는 산업단지는 서로 다른 업종의 회사들이 만나 협업을 통해 컨버전스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시너지효과를 유도하고 전통산업과 첨단기술 및 정보기술(IT), 지식정보산업의 융·복합화를 추진하는 등 세계적인 클러스터의 성공 모델로 만들겠습니다.”

인터뷰가 있고 얼마 후 이 사장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미에 이어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을 향한 그의 꿈은, 이제 막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이영재


한일월드(주) 대표
연세대 경제대학원
연세대 경제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회장
하이서울 대표자협의회 수석 부회장

글 신규섭·사진 서범세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