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것은 많지 않다. 합의 내용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꼬여있다는 방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비록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의 성장은 각 나라별 성장속도를 재조정(rebalancing growth)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유럽 국가들이 초미의 현안으로 지목하고 있는 ‘fiscal sustainability’ 즉, 재정의 지속성이란 화두였다.

‘재정의 지속성’이란 말이 대두됐다는 것은 특히 유럽 각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 상황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는 말이다. 이에 이번 G20 회의는 재정 적자의 축소가 시급하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재정 적자의 축소는 다시 말해 재정 적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는 말이다.

작년 상반기 G20 회의에서 각국이 재정 적자를 무릅쓰고 경기 부양에 일제히 동의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근본적인 흐름의 변화라고 하겠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 와서, 이제 경기 부양을 포기할지언정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부산 G20 회의를 통해 드러난 것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 그리고 일본은 더 이상 소비 진작을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희망은 중국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역시 미국의 요구와 압력을 무시할 입장은 아니라 어느 정도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겠지만, 중국 내 소비 진작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기존 정책 노선을 포기할 하등의 마음이 없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작년부터 미국을 필두로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게임을 치열하게 펼쳐왔다. 그런 와중에서 두바이 부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이번에는 헝가리 등의 동구권 나라들까지 차례차례 쓰러져왔다.

그리고 이제 결론은 명백해졌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보다 확실해졌을 뿐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고 입 밖에 내지는 않아도, 세계 경제의 성장 축소 또는 축소 재조정이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다.

말로는 모두들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다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지만, 속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위험보다는 차라리 일정 기간 동안 세계 경기침체 또는 냉각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고 불가피한 길임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6월로 세계 경제는 서서히 경기침체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간 온갖 재주를 다 부려보았지만 아쉽게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올해는 경인(庚寅)년, 경금(庚金)의 해로서 이를 그 해의 군주, 즉 세군(歲君)이라 한다. 군주가 힘을 쓰면 그 해의 핵심 주제가 구체화된다. 그러니 금생수(金生水)의 작용이 시작하는 달은 바로 6월, 임오(壬午)월이다.

따라서 이번 망종(芒種)을 기점으로 임오월이 시작되니 2010년 경인년의 테마가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렵기도 하다. 세계 경제 침체의 서장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필자가 오래전부터 지켜보면서 두려워해 오던 일이 한 가지 더 있으니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는 그간 누적된 중국 경제의 버블이 터질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버블이 붕괴될 경우 세계 경제는 침체의 절정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김태규 칼럼] 경인년의 테마와 세계 경제의 향방
김태규


명리학자
고려대 법대 졸업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
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
www.hohodang.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