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Warren Buffett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 70년대식 인플레 우려 포스코 실적 ‘대만족’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벅셔 해서웨이 회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생각과 투자관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먼저 주식시장이 탄력적으로 반등한 만큼 1년 전에 비해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에 대한 나의 열정은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커진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5월 2일(현지 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메리어트 호텔에서 벅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행사 일환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보유해오던 20개의 한국 기업 주식 중 1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분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많이 회복돼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치 투자를 중시하는 그답게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불행한 뉴스는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 투자한 회사가 잘못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에선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제소된 골드만삭스를 적극 두둔했다.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 70년대식 인플레 우려 포스코 실적 ‘대만족’
워런 버핏 회장은 신용 위기 직후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골드만삭스를 옹호하다 보니 월가 금융사 관행에 대한 비판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는 벅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웰스파고의 경쟁력을 극찬한 바 있다.

벅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와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그의 투자관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올 주주총회에는 벅셔 해서웨이 B주식의 액면분할로 주주 수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나며 주총 참가자도 4만 명을 웃돌았다.

주택모기지 증권 관련 파생상품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골드만삭스가 제소를 당했다.

“벅셔 해서웨이는 골드만삭스와 여러 차례 만족스러운 거래를 해왔으며 골드만삭스는 부적절한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월가 금융사들이 통상적으로 비판받을 수준에서 벗어난 행위를 골드만삭스가 한 게 없다.

해당 상품(abacus)의 위험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투자한 게 잘못된 것이지 상품 발행을 주도한 골드만삭스가 책임질 일을 한 게 아니다.”(하지만 찰리 멍거 부회장은 미국 금융산업 시스템에 결함이 많다는 점을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호랑이가 울타리를 뛰어넘어 피해를 끼쳤다면 호랑이를 안전하게 감시해야 할 호랑이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을 대체할 만한 경영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아니면 누가 지금처럼 골드만삭스를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만일 블랭크페인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다면 그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다.

명성에 타격을 입은 골드만삭스가 버핏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금을 조기 상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는 계속 배당을 받게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디스도 모기지증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잘못해 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무디스뿐 아니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들의 가격 결정력은 매우 탁월하다. 다만 모기지 관련 신용평가에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측면이 있다.”

벅셔 해서웨이가 이미 이뤄진 파생상품 계약에 대한 담보를 쌓지 않도록 의회에 로비를 한 의혹이 있다.

“의회에 상정된 법안에 따르면 벅셔의 파생상품 거래에 수십억 달러 정도의 담보를 쌓으면 된다. 회사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맺은 계약에 담보를 쌓게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데.

“미국 경제가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3, 4월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벅셔의 영업이익도 증가 추세다.”

벅셔 해서웨이는 그동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배당할 계획은.

“벅셔가 너무 커졌고 현금 창출 능력이 커진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벅셔를 30년 전처럼 경영할 수 없게 됐다.

내부적으로 창출한 현금을 100% 쓸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주주들에게 어떤 게 가장 유리할지 고민할 때가 됐다.”

벅셔 해서웨이 투자 회사들에 근무하는 경영진에 대한 연봉은.

“나는 1년에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벅셔 계열사 중에는 수천만 달러를 버는 사람도 있다.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CEO에 대해 한 가지 보수 체계를 적용할 수 없다.

벅셔 계열사는 경쟁자와의 격차를 얼마나 벌이느냐에 따라 더 많은 연봉을 주려 하고 있다. 딱 한 가지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룰은 어떤 경우에서든 보수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컨설턴트를 이용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벅셔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 버팔로뉴스 등 신문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데, 신문산업의 전망은.

“급격히 감소하는 광고 수주를 감안하면 전망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10년 전만 해도 신문끼리만 경쟁했을 뿐 다른 매체와 경쟁하지 않았다. 뉴스와 광고를 거의 독점적으로 제공하다시피 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그런 기득권을 잃게 됐다. 매우 빠른 속도로 사업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멍거 부회장도 신문산업 쇠퇴를 슬픈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방 신문을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각국의 재정적자 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 70년대식 인플레 우려 포스코 실적 ‘대만족’
“세상은 돈을 마구 찍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 세계 주요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재정을 집행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게 뻔하다.

신속하게 재정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어 갈 힘이 있다.

선출된 대표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 전반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통화에 대한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한 번 고개를 들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통화당국에 대한 믿음도 깨질 수 있다. 그리스 등 유럽 재정 문제는 심각하다. 그리스의 재정 위기 사태는 공동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를 구제하는 시험 사례이며, 궁극적으로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불투명하다.

그리스는 독자적인 재정을 가진 주권국가지만, 자체 통화는 없다. 유럽통화동맹(EMU)이 흥미로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리스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 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미국은 빚이 많지만 디폴트로 가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달러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 대한 투자 계획은

“벅셔는 현재 미국 외에는 중국과 이스라엘 등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3월 인도를 둘러볼 계획이다. 법적 제약 때문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도는 앞으로 10년 동안 성장 잠재력이 어느 국가보다 큰 곳이다.

이밖에 앞으로 5∼10년 새 일본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 벅셔가 투자한 이스라엘 공구업체인 이스카 CEO 이탄 워다이머와 함께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중국의 자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주택 시장은 매우 큰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자산 거품에 직면할 수 있으며 거품이 터질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중국 거시경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13억 인구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경제 개방으로 큰 기회를 찾고 있다.”(멍거 부회장은 중국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부정부패를 해결해야 하며 도박을 좋아하는 풍토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 계획은.

“현재 개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은 1종목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2∼2004년 개인 투자 차원에서 헐값(extraordinary cheap)에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개인적으로 20개의 한국 주식을 산 데 반해 미국 기업은 1개만 보유했었다. 저가 메리트 외에 1997, 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재무제표상의 문제가 많이 개선된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 각 업종에서 우량 기업이 많은 만큼 언제든지 찾아보면 좋은 종목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저렴한 주식은 언제라도 찾을 수 있다. 재무구조도 양호하며 사업 전망도 밝은 ‘1등급 기업’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

벅셔가 투자한 포스코의 경영에 만족하는가. 포스코 경영과 관련해 개선할 점은(벅셔는 지난해 말 현재 포스코 주식 394만7554주, 지분율 5.2%를 보유하고 있다.)

“(멍거 부회장) 포스코보다 더 좋은 철강 회사를 본 적이 없다. 신일본제철의 기술을 받아 출발한 포스코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철강 회사가 됐다. 한국이 포스코와 같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운 좋게 생각해야 한다. 포스코 경영과 관련한 변화를 요구할 게 전혀 없다.”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 70년대식 인플레 우려 포스코 실적 ‘대만족’
오마하(네브래스카주)=이익원 뉴욕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