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Years of 'Ermenegildo Zegna'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기품 있는 실루엣, 우아한 이탈리안 라인, 최상급 패브릭’으로 사랑받고 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지난 100년간 최고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제냐가 10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다섯 가지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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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에는 개별 번호가 매겨져 있다. 모두 100개 한정판으로 출시되며, 전 세계 20여 곳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직영 매장에서만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판매되며, 4월 말 입고됐다.

Centennial Watch & Fabric Number 1
패브릭 No. 1 슈트 컬렉션
패브릭 No. 1 슈트 컬렉션
제냐는 100주년 기념 아이템의 하나로 219년 역사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 ‘지라드 페르고(Girard-Perregaux)’와 협력해 한정판 시계를 제작했다.

패션 브랜드인 제냐가 시계를 선보인 것은 창업자의 아버지인 안젤로 제냐의 직업이 시계 딜러였던 것에서 연유한다. 이 시계는 우아한 로즈 골드 케이스와 독창적 디스플레이의 캘린더가 시선을 끈다.

정교한 나뭇잎 모양의 시침과 분침, 배턴(baton) 인덱스와 초침 카운터가 있어 보기 편하며 지라드 페르고의 정밀기술이 돋보 이는 무브먼트는 제냐 100주년 기념 로고가 박힌 사파이어 글라스 케이스 백을 통해 볼 수 있다.

함께 소개하는 ‘패브릭 No. 1(Fabric Number 1)’은 패브릭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제냐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10년 ‘라니피치오 제냐(Lanificio Zegna)’가 처음 생산한 직물을 다시 출시한 것.

한마디로 패브릭 No. 1은 제냐 가문의 4세대와 100년이라는 기업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1910년 처음 선보인 패브릭 No. 1이 미터당 500g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 다시 내놓은 제품은 270g의 슈퍼 파인 울 버전이다.

Centennial Cuffs Link & Vellus Aureum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를 수상한 양모로 제작된 한정판 직물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를 수상한 양모로 제작된 한정판 직물
제냐가 ‘타테오시안 런던(Tateossian London)’과 손잡고 만든 커프스링크는 100주년 기념 로고를 모티브로 삼았다.
런던에서 디자인했으며, 이탈리아 타테오시안 브랜드의 세공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소재는 18캐럿 로즈 골드로 제냐 가문의 문장 가운데에는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제냐의 패브릭 팩토리인 라니피시오 제냐는 100주년 기념으로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Vellus Aureum Trophy, Golden Fleece)’를 수상한 양모만을 이용한 세계 최고급 직물을 한정 제작했다.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는 최고의 양모직을 선정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된 상이다.

이번 100주년 기념 제품에 사용된 양모의 평균 미세도는 11.1미크론으로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약 6분의 1이다. 이 제품 판매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 중 50%는 제냐 재단에서 후원하고 있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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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nnial Fountain Pen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패브릭 공장 라니피시오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패브릭 공장 라니피시오 제냐
제냐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필기구 전문업체 ‘오마스(OMAS)’와 협력해 100주년 기념 만년필도 선보였다. 제냐가 만년필을 창립 100주년 기념 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창업자가 직물 구성이나 고객 주문을 손수 만년필로 기록했던 데서 연유한다.

100주년 기념 만년필은 강하 면서도 변치 않는 디자인, 원통형 모양, 로즈 골드 캡에 새겨진 제냐 100주년 기념 로고 장식 등이 특징이다. 케이스에는 제냐 직물 가장자리에 새겨진 것과 동일한 다섯 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만년필에는 루테늄 처리된 스터링 실버 소재의 핀 스트립이 펜 몸체와 캡을 따라 위치해 있으며, 이 핀 스트립은 제냐의 우수한 직물 기술과 전통을 잘 보여주고 있다. 18캐럿 골드 펜촉에는 로고가, 링에는 ‘1910 to 2010’이라고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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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MENEGILDO ZEGNA 창립 100주년 ‘1910 to 2010’


4세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에르메네질도 제냐 가문은 현재 전 세계 86개국, 600여 개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을 고집해온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100년 역사를 되짚어 본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이하 제냐)는 1910년 이탈리아 트리베로에서 창업 했다. 그 후로 100년 동안 줄곧 ‘퀄리티, 혁신, 이탈리안 스타일’을 모토로 럭셔리 남성 패션산업의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창업주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20세에 아버지가 경영하던 원단 공장을 물려받았다.

그가 시작한 모직 공장은 이탈리아 직물 역사에 다양한 선례를 남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종전의 낡은 프랑스식 직조기를 새로운 영국식 기계로 바꾼 것.

그는 1930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원단 가장자리에 로고로 새겼고, 이때부터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이름은 원단의 품질을 보증하는 대명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33년에는 방직과 방적 과정을 독자적으로 소화하는 것은 물론, 상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염색과 마무리 작업에도 다양한 발전을 이뤘다.

제냐 기업은 원단 생산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1960년대부터 남성복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1980년 파리와 1985년 밀라노에 단독 부티크를 오픈 하면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수직 통합체계’, 즉 원자재 수급부터 완제품 판매 까지의 통합체계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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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보한 패브릭에 대한 집념

제냐는 원료 수급부터 생산의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이다. 특히 제냐의 패브릭 공장인 ‘라니피시오 제냐’는 더 가볍고, 부드러우며, 기능적으로 진보한 패브릭을 선보이고 있다.

제냐는 더 좋은 품질의 원료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지 지역사회와의 긍정적인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호주산 초극세 울, 내몽고산 캐시미어, 남아프리카산 모헤어 등 원료의 생산지를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제냐는 해마다 생산된 천연섬유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난 섬유를 선정해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1963년 처음 제정된 트로피는 호주의 고품질 양모 생산자들과의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양모의 품질 개선을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 이 시상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현재의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 시상식으로 이어졌다.

라니피시오 제냐, 100년을 이어온 품질관리 ‘고집’
3, 4, 5.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지난 100년간 최고의 직물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3, 4, 5.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지난 100년간 최고의 직물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고의 원단과 최고의 완제품은 사용되는 원료의 품질과 이를 가공하는 장인의 솜씨에서 탄생된다. 세계 최고의 고품질 천연섬유와 원료를 통해서만 품격 있는 원단과 최고급 의류를 만들 수 있다.’

‘라니피시오 제냐 모직 공장(이하 모직 공장)’은 1910년 제냐가 설립된 이래 브랜드의 핵심이자 세계적인 텍스타일의 메카로 명성을 더하고 있다.

이곳은 제냐만을 위한 원단은 물론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등의 원단을 생산하고 있는 등 연간 200만 m가 넘는 패브릭을 생산하고 있다. 최고의 원료와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패브릭은 다른 브랜드와 제냐를 구분 짓는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차별화된 천연섬유의 블렌딩 방법과 기술이 완벽한 패브릭을 만드는 원천이 된 것. 모직 공장에서는 1kg의 울 원료에서 180km의 원사를, 1kg의 캐시미어 원료에서 150km의 원사를 만들어 낸다.

최근 모직 공장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1.1미크론 두께의 원단을 선보이며, 패브릭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인간의 머리카락 두께가 50~60미크론, 스코틀랜드 트위드 패브릭이 35미크론임을 감안할 때 그 기술적인 성과는 실로 놀랍다.

제냐의 장인정신은 패브릭 개발뿐 아니라 원단 품질 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직 공장에서 이뤄지는 품질 검사 공정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제냐의 지칠 줄 모르는 의지를 말해준다. 직물의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품질 검사 공정과 흠집을 수공하는 데는 장인들의 바늘과 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캐시미어로 만든 원단의 솜털을 세워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한 코밍(combing) 과정에서 남부 이탈리아에 야생하는 산토끼꽃 열매(티슬, teasel)를 지난 100년간 똑같은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 같은 전통적인 수공 과정과 최첨단 기술력의 조화가 바로 오늘날 제냐가 완벽한 라인을 창조해 내고 있는 숨은 힘이다.

Editor 김가희·Photographer 김태현(XENO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