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Issue

“증권사 CMA에 200만 원을 더 넣을까. 1000만 원이 들어있는 적립식 펀드에는 매달 20만 원이 나가는데 넣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작년에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든 회사채형 펀드는 어떻게 됐을까. 올해 초에 산 ELS도 조기 상환 받을 때가 됐는데.”

투자자는 골치 아프다. 때로는 안정성을 갖춘 자산에, 때로는 수익성이 높은 주식에, 때로는 세제혜택 때문에 든 펀드에 눈이 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면 투자 자산은 하나둘씩 늘어 금세 복잡해진다. 하지만 상품을 가입한 금융투자 회사가 다 다르고 주식계좌는 다른 증권사에 있으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유명하다는 증권사로 가있게 된다.

이제는 이런 고민을 없앨 수 있게 됐다. 모든 투자 자산을 한꺼번에 관리해주는 자산관리 서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고 있어서다.

삼성, 대우, 대신, 미래에셋, 한국투자, 우리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 위주인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달리 일반 주식·펀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란 주식, 채권,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선물, 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모든 투자 자산과 증권계좌에서 자유입출금식예금 역할을 하는 CMA 등 투자자의 자산을 한 계좌를 통해 관리하며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서비스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과 펀드판매사 이동제 등이 시행되면서 따로 떨어져 있던 서비스를 한 묶음으로 만들고 브랜드로 이를 적극 알리며 자산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존의 복잡한 투자 자산을 한눈에 보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각 상품에 투자를 할 때마다 내야 했던 수수료를 통합하면서 각종 혜택이 붙어 적게 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각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반드시 비교해보고 자신의 투자 유형에 맞는 한 곳을 골라 자산을 집중시키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동양종금증권은 4월 중 새 자산관리 서비스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시명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며, 종합자산관리시스템(WMS)라는 기존 브랜드의 서비스보다 한층 진화한 형태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은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2007년 3월 옥토라는 브랜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산관리 서비스에 뛰어든 지 2년이 지난 작년부터 서프라이스(하나대투·5월), 어카운트(미래에셋·9월), 팝(삼성·9월), 빌리브(대신·10월), 스토리(대우·12월), QnA(현대·2010년 1월), 아임유(한국투자·2010년 3월) 등이 쏟아져 나와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양종금증권까지 자산관리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에 자산관리 서비스 브랜드는 총 아홉 개로 늘게 된다.

이처럼 많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아직 이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투자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잘 비교해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브랜드마다 특징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브랜드의 이름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식, 채권, 펀드 투자를 한 계좌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뜬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빌리브와 서프라이스는 CMA 우대 금리를 듬뿍 주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빌리브의 경우 2000만 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CMA에 자금을 넣으면 금리를 최소 연 5%에서 최대 9%까지 준다. 금액의 규모에 따라 금리가 책정되는데 이 규정만 충족하면 최소한 연 5%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프라이스도 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형 펀드에 월 30만 원 이상 적립식 투자를 하거나 거치식으로 1000만 원 이상의 자금을 넣으면 CMA 금리를 연 4.6%까지 준다. 여기에 제휴사인 하나CMA카드를 이용하면 0.4%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줘 최대 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현재 CMA 금리가 연 2.5% 안팎이고 1억 원 이하의 은행 자유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0.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금리다.

따라서 현재 주식형 펀드에 1000만~2000만 원가량을 넣고 있는 투자자나 매달 2~3개의 적립식 펀드를 납입하는 투자자라면 이들 증권사로 펀드판매사를 이동하는 게 이득이다. 수백만 원 이상의 여윳돈이 있지만 언제 쓸지 몰라서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을 꺼리고 있는 경우는 수시로 입출금해도 연 이자를 다 주는 CMA에 돈을 넣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 역시 대신과 하나대투증권으로 펀드판매사를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대우증권의 스토리와 현대증권의 QnA는 펀드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두 증권사 모두 펀드 관리나 전략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증권은 3월 1일 충분한 투자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펀드를 가입했을 경우 투자자가 요청 시 세금을 제외한 원금과 수수료를 돌려주는 ‘펀드 리콜’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업계의 ‘펀드 리콜’ 바람을 이끌고 있다.

현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펀드리서치 팀을 앞세워 유망 펀드를 선정해 수시로 보고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준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어카운트는 관계사인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갖춘 막강한 펀드 진용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국내 채권형 펀드는 물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 펀드까지 다양한 펀드에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 랩 등에 집중하면서 한꺼번에 펀드를 통해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7년 3월에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옥토는 국내 자본시장의 ‘원조’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다른 증권사들보다 2년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많이 쌓았다는 설명이다. 그중 하나가 최근 도입한 ‘펀드GPS 시스템’이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다른 증권사에도 투자한 자산을 매달 분석해 제대로 된 자산배분에 대해 서비스하는 제도다.

WMS라는 이름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동양종금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4월에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할 예정이다. CMA를 통해 펀드판매까지 돌풍을 일으킨 이 증권사는 CMA 계좌를 활용해 이 계좌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생애 재무설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의 팝은 수시로 투자자의 성과를 담은 ‘팝 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목표수익률에 도달했는지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해주며 바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는 이들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소 가입금액(3000만 원)과 수수료(연 1.8~2.5%)를 받고 있는 점이 특이사항이다. 다만 수수료는 서비스 한 결과를 토대로 후불제로 매겨져 고객의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도 달라지는 구조다.

다른 자산관리 서비스가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결합한 것이고 이에 따라 가입 조건과 보수를 책정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증권은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의 자산관리에 집중함으로써 상위 고객을 포섭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