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두 현대커머셜 총괄임원

대커머셜이 국내 상용차 할부금융과 리스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현대캐피탈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버스 트럭 등 상용차에 대해 할부금융과 리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그런데 분사 2년여 만에 이 시장을 평정하고 향후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시장 진출을 통해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회사의 김병두 총괄임원은 “산업재 시장에서 지장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기업금융과 직접 유망기업에 투자하는 투자금융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영업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산업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졌어요. 당시만 해도 신차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이었고 중고차 시장에서는 18%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신차 시장에서는 90%, 중고차 시장에서는 63%나 됩니다.”“결국 평소에 어떤 경영을 해왔느냐가 금융위기 상황에서 차별화된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당시 다른 캐피탈회사들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고 우리는 꾸준히 영업을 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거든요. 영업을 중단한 회사들은 재무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여신전문금융기관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여신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많은 업체들이 단기금리가 싸다는 이유로 단기금융에만 주력하다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거죠. 또 리스크 관리에도 우리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리한 외형확장을 하기보다는 고객의 불입능력과 신용도 등을 기초로 수익 중심의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위기 때에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사실 이런 현상은 97년 말 외환위기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할부금융 회사들은 중고차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터지자 대부분의 회사가 영업을 중단한 반면 현대캐피탈은 영업을 지속해 시장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우리가 운 좋게 시장점유율을 늘렸다고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우리의 이런 보수적인 정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주로 중고차 매매상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실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해주고 6개월마다 정산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안정적인 파트너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것이었죠. 나중에는 우리의 이익까지도 공유하는 PS(Profit Sharing)까지도 염두에 둔 프로그램입니다. 덕분에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도 현대캐피탈에서 고객의 니즈를 분석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된 거죠. 이를 통해 제휴점들로부터 안정적인 제휴 파트너로 인정 받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사와 달리 지속적인 영업을 전개해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사실 지난해 3분기가 정점이었습니다. 부실채권비율이 1. 3%까지 올라갔어요. 평소에 비해 50%나 늘었지요. 그러나 경쟁사들에 비하면 충격도 약했고 기간도 짧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전략을 안정적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사실 할부금융회사가 영업을 못해서 망한 곳은 없습니다. 모두 돈을 못 받아서 문제가 된 거죠.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채 사태를 경험하면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일단 경제에 충격이 오면 단기간에 연체율이 급속도로 상승하는데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대응이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미 2008년 초에 콜렉션 컨틴전시 플랜(채권관리 긴급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즉 가장 선행해서 연체율을 알려줄 수 있는 지표들을 설정하고 그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수위를 1,2,3단계로 나눠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만일 그 단계가 되면 별도의 의사결정이 없더라도 바로 대응책이 실시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한발 앞서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시장상황이 나아져서 컨틴전시 1단계를 지난 8월 말에 해제했습니다.”“회사는 내부적으로 우리 경제가 앞으로 완만한 상승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전망을 근거로 사업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최근 1개월 이상 연체율이 0. 4%에 불과할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나아졌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할부금융 업계는 작년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는 벗어났다고 봅니다.”“아직은 검토 단계입니다. 사실 지난해 선박리스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 같아서 막판에 의사결정을 미뤘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해운업계의 사정이 아주 좋지 않았어요. 해운업황의 바로미터격인 발틱운임지수가 1만1000포인트 선에서 1500포인트대까지 폭락했습니다. 물동량도 40% 이상 감소했죠. 선박가격도 3000만 달러짜리 벌크선이 400만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당연히 용선료도 폭락했지요. 작년에 선박리스 사업을 했던 캐피탈회사들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고 향후 물동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시장진입 여부를 검토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 항공기 사업은 아직은 지켜보자는 쪽입니다. 만일 항공기 리스 사업을 한다면 비즈니스용 제트 비행기를 빌려주는 사업이 될 텐데 국내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산업재 시장은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데다 시장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기업금융과 기업에 투자를 하는 투자금융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부분은 아직 캐피탈회사들이 시장에 제대로 침투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입니다.”“사실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지도 않고요. 저는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전문화되고 특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그룹에 속해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에서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선은 이런 이해를 기초로 자동차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하고 그 다음에 화학 전자 에너지 등 자동차 연관 사업으로 대상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사실 캐피탈회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금리만 갖고는 은행과의 경쟁에서 불리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봅니다.”“업체 한 곳에 투자를 했습니다만 그건 시장을 알기 위한 공부 차원이지 본격적인 투자는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이 만든 3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가 있는데 우리가 GP(General Partner)로서 운용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일자로 투자금융실을 신설해 투자금융 업계에 대한 준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투자 대상에 따라 단독으로도 투자하겠지만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추진할 것입니다. 투자금융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산업재 할부·리스,기업금융, 투자금융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지난해 약 140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올해는 욕심을 부리면 400억 원대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기이익 못지않게 지속성장이 중요하므로 충당금도 충분히 쌓을 예정입니다. 매출은 시장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상반기에 시장규모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올해 전체적으로 약 4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글 김태완 ·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