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의 적절한 시기

가가 상승세를 타자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펀드 이야기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요즘 들어 펀드 투자에 대해 다시 문의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지금이라도 펀드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언제 펀드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이다.이같이 투자 시기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것은 후회 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기본 성향 때문으로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가 상승으로 이미 높아진 펀드 수익률을 보면서 “그때 투자했어야 했는데” 진작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오른 코스피 지수 때문에 자칫 지금 와서 투자했다가 상투를 잡게 될까 걱정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투자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상황에 따라 나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데 우선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비록 장·단기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단기는 3~5년 이내, 장기는 3~5년 이상 투자기간으로 삼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자금을 굴리려는 투자자라면 주가가 상승하는 호황기보다는 주가가 많이 떨어진 불황기 때가 투자하기 적합하다. 이는 당연한 이치인데 마치 장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일단 쌀 때 투자해 놓는 것이 투자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하지만 이는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선 주식시장의 불황기나 호황기, 혹은 주가가 싸거나 비싸다는 것 등에 대한 판단이 결코 간단치 않다. 주가가 싸거나 비싸다는 걸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래 가치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주식시장이 불황기라고 판단해 투자했는데 투자 이후에도 한동안 주가가 계속 떨어져 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주가 하락기에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불황기에는 주식시장을 쳐다보기도 싫어하기 마련이다.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의사결정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즉 감정에 따른 결정을 배제하고 미리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가 일정 지수를 기준으로 해서 이보다 20% 이상 하락하면 투자하고 20% 이상 상승하면 환매하는 식이다. 이때 설사 더 떨어지거나 혹은 더 오르더라도 애초 정한 대로 투자해야 성공 할 수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투자목표를 세우면 결과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고 성공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신의 손이나 혹은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투자 목표와 지침을 미리 정해서 이에 따라 엄밀하게 실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투자목표와 지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투자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정 기간 이상 장기간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성과를 올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분명히 장기 투자가 단기 투자보다는 투자 성공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 기간을 장기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기간이 1~2년이고 반드시 써야 할 목적이 있는 자금은 가급적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중도금이나 부채 상환용 자금이라면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예·적금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맡긴다.장기적인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에 항상 주식펀드 등을 넣어 운용해야 한다. 물론 노후 생활자금이나 자녀 교육비 등이 충분해서 별다른 목표 없이 자금을 굴리는 거액 자산가라면 굳이 투자위험이 높은 주식펀드 등에 투자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뺀 일반적인 경우는 펀드투자가 필수다. 은행 예·적금과 같은 안정적인 금리 상품은 저금리 탓에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을 제하면 수익이 거의 없다. 낮은 수익 때문에 금리 상품만으로는 목표 달성이라는 투자 성공을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펀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그렇다면 장기투자자에게 펀드 투자의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최선의 방법은 가장 쌀 때 사서 가장 비쌀 때 파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는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림]은 2009년 6월 말 기준으로 과거 8년 동안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만일 8년(2920일) 동안 계속 시장에 머물렀다면 이 기간 동안의 투자성과는 133.57%에 달한다. 하지만 많이 올랐던 10일을 놓치면 22.04%로 급락하게 된다. 불과 주가가 높았던 열흘 동안 시장을 떠났다고 100%가 넘는 수익률이 공중으로 사라져버리게 되는 셈이다. 주가 상승이 높은 상위 30일을 놓치면 수익은커녕 반토막(-50.15%)으로 전락해 버린다. 3000일 가까운 기간 동안 시장을 들락날락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열흘이나 30일 놓친 결과로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결국 이런 구렁텅이에 빠지느니 차라리 가만히 시장에 머무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최고의 방법을 할 수 없다면 차선의 방법으로 투자해야 한다. 즉 항상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장기투자자라도 투자하기 앞서 뚜렷한 투자목표를 정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이유는 주가 상승이나 무조건적인 수익률이 아니다. 자녀 교육비 마련이나 노후생활비 준비와 같이 인생의 주요 이벤트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벤트를 원하는 대로 해결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재정적 준비가 바로 궁극적인 투자 이유다. 투자 목표를 뚜렷이 하면 투자기간과 필요한 자금 규모가 확실해진다. 이후에야 비로소 이를 마련하기 위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와 투자 방법을 결정한다. 이처럼 투자 목표와 투자 방법 등을 결정하고 난 다음에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절차 없이 막연하게 투자하면 아무리 장기간 투자한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한다면 장기투자자라도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애초 길게 보고 투자했다’고 자신을 위로해도 계속 손실에 머물면 처음 마음이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매월 단위로 나눠서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 방법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설사 주가가 떨어져도 쌀 때 많은 펀드를 사서 향후 주가 반등 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애초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주가 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결국 투자 기간은 장기로, 투자 방법은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설사 주가가 ‘상투’일지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