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보다는 독일과 가까웠던 중립국 스페인 해안에 영국군 장교의 사체가 떠 밀려온다. 사체에서 연합군의 상륙지점이 적혀 있는 비밀전문을 발견한 스페인은 독일군에게 즉각 전달한다. 독일군은 전문에 적혀 있는 지점으로 대대적인 병력 이동을 시행, 연합군의 상륙작전에 대비한다. 그러나 얼마 후, 연합군이 실제로 상륙작전을 감행한 곳은 전문의 내용과 달리 이탈리아의 시실리였고, 독일군이 자리를 비운 이탈리아를 빠른 속도로 점령해간다. 그 시체는 속임수였던 것이다.워싱턴 포스터의 칼럼니스트로서 중동에서 30년을 근무하며 축적한 현지 지식을 갖고 있던 데이비드 이그나티어스가 이 얘기에 영감을 받아 2007년도에 출간한 소설이 ‘바디 오브 라이즈’다.CIA의 대테러 전문 비밀요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배후를 캐기 위해 요르단 암만 CIA지국에 테러 책임자로 부임한다. 알 카에다 일파의 주요 인물인 알 살림이 현재 암만에 은신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페리스는 그의 CIA 본부 테러책임자인 에드 호프만(러셀 크로우 분)의 지시 하에 작전을 진행한다.페리스는 요르단의 악명 높은 비밀정보국 ‘무카라바트’의 수장인 하니 살람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하니를 찾아간다. 말쑥하고 세련된 귀족풍의 외모에 날카로운 눈매의 하니가 파티오에 앉아 페리스를 기다리고 있다.페리스: (정중히 고개 숙이며) 하니 파샤!(터키 제국시대 최고위 관리를 부르던 극존칭)하니: (내심 파샤란 극존칭을 듣는 것에 기분 나쁘진 않으나 너스레를 떤다) ‘파샤’? 요즘엔 안 쓰는 호칭인데.페리스: 파샤란 호칭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하니: (정중하고 호의적으로) 페리스 씨, 앉으시죠. 환영합니다.하니: “유태인, 기독교인과 손잡지 마라” 들어 봤소? (그리곤 아랍어로 코란 한 구절을 읊조린다.)페리스: (하니를 응시하며 유창한 아랍어로 코란의 한 구절을 암송한다.) “그들과 손 잡는 자 그들처럼 되리라”하니 : (감탄하며) 코란을 아는군, 대단해.하니 : 자네가 오기 전부터 알았지만… 자넨 젊지만 연장자를 존중하고, 아랍어를 구사하고, 자네는 아랍사람이나 진배없어.협상기법 제안1페리스의 아랍인과의 우호관계 형성전략: 아랍인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하라 ( Prepare yourself with in-depth knowledge of Arabian cultures and behaviors)아랍인들은 첫 만남에서 자신의 지위와 성공담을 풀어 놓는 데 전혀 주저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주요 유력인사들과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얘기는 꼼꼼히 받아 적어 둘 필요까지 있다. 아랍에서 비즈니스를 성공하려면 바로 그런 사람들의 도움이 이래저래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기자랑이 끝나면 이제 우리 차례다.가문, 인맥, 지위, 사회적 성공 등을 낯간지럽더라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여 그들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맺는데 결코 꿀리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마디로 격에 맞는 친구로서 손색이 없음을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 특히, 한국 내 인맥도 중요하지만 미국 등 서구 선진국 주요 인사들과의 친분관계 표시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비쳐진다.하나 주의할 것은, 과거엔 가진 것도 없었고 사회적 지위도 변변찮았으나 고생 고생해서 지금은 이렇게 성공했다는 얘기, 즉 ‘자수성가’ 얘기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아랍인들은 그런 얘기를 하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 그들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또 하나, 상대 아랍인의 취미를 알아 두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아랍의 귀족들이 매사냥을 즐기는 것을 알고, 매 중에 가장 우수한 품종으로 이름 높은 우리나라의 송골매를 잡아 선물로 주어 현지 건설사업건을 따 내는 데 큰 도움을 얻어 낸 적이 있다고 하니 유념해 볼 만하다.거듭되는 알 카에다 내부 침투 작전의 실패로 침울해 있는 페리스의 숙소로 이른 아침 불쑥 찾아 온 하니 국장. 낚시나 하자며 페리스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다른 부하들 차량들과 함께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암만 외곽 사막으로 질주한다.하니: (페리스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페리스, 오늘 한 수 배워봐.사막 한 가운데엔 이미 두건을 뒤집어 쓴 암만 거점 알 카에다의 하부 조직원 ‘카라미’가 하니의 부하들에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카라미의 두건을 벗기고선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 하니. 자신의 어머니의 흥분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댄 카라미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 아랍어로 통화하기 시작한다.하니: (카라미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 보며) 카라미의 모친은 팔레스타인 수용소에서 모진 고생 속에서 살아왔지. 그러나, 이젠 멋진 정원이 딸린 근사한 아파트가 생겼어. 냉장고, 소파, 텔레비전까지 없는 게 없어. 그녀는 아들인 카라미가 너무 대견하다고 얘기할 걸세. 카라미가 언젠가는 이렇게 크게 성공할 줄 알고 있었다며 말이야.통화가 끝난 카라미가 꿇어 앉은 채, 하니의 바짓가랑이를 부여 잡고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카라미를 따뜻하게 일으켜 세우는 하니.카라미: 제가 어떡하면 되겠습니까?하니: 신실한 무슬림이 되어줘. 그리고 알 카에다의 네 형제들과 전처럼 계속 잘 지내주기만 하면 돼.CIA가 각종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도 결코 알아 내지 못했던 알 카에다의 국제테러 우두머리인 알 살림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소중한 내부정보원이 하니가 던져 놓은 몇 푼 안 되는 집 한 채와 텔레비전 한 세트란 미끼에 걸려 든 것이다.CIA의 주요 메뉴인 살해 협박도, 몸서리 쳐지는 고문도 아닌, 어머니와의 전화 한 통만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첩자를 손쉽게 포섭하는 하니의 수완에 페리스는 할 말을 잃는다.그에 반해 양복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남의 나라 정보국장실로 들이닥쳐선, 망신스럽게 부하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미국이 주는 돈푼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제에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하라’고 윽박지르는 CIA본부 중동책임자 에드 호프만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극명히 대비된다.결국 자신의 체면을 무참히 짓밟은 대가로 에드 호프만의 CIA를 물 먹이고 페리스마저 미끼로 이용해 ‘알 살림’이란 거물을 단독 체포하는 쾌거를 올리고 통쾌해 하는 하니. 이곳은 아랍이다. 언젠가 하니가 들려 주었던 말이 갑자기 페리스의 뇌리를 스쳐간다. “이곳 중동에선 우정이 관건이야. 우정은 당신 생명도 살릴 수 있어.”협상기법 제안2아랍인과의 협상 묵시원칙: 여러 사람 앞에서 아랍인의 체면을 절대, 절대 구기지 말라. (Never let their faces lost in presence of others)아랍인과의 거래에서 항상 명심할 것. 당연한 권리라 할지라도, 마치 아랍인의 크나큰 호의와 관대한 은혜 덕분에 받는 호의처럼 표현하라.아랍인들은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혹은 상대의 압박에 밀려서 할 수 없이 상대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자신이 놓이는 것을,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체면이 공개적으로 구겨지는 걸 절대 용납 못하는 사람들인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망신을 준 상대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연한 당신의 권리라 하더라도, 너무 드러내거나 내세우지 말고 오히려 마치 아랍인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것처럼 표현과 상황을 연출하라.박상기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