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 色 多 樂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즐기는 곳
산에서 서남 방향으로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내려오다 마주친 이태원 골목길. 긴 담들과 작은 대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에 시선을 사로잡은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경사진 삼거리 귀퉁이에 자리한 그 정체불명의 집은 자동차들을 배려하듯 자신의 몸을 둥글게 깎아 도로와 마주하고 있다.이태원주택1은 30대 부부와 2명의 자녀를 위한 집이다.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해 젊은 부부의 취향을 고려하였고, 내부는 어린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최대한 밝고 시원하게 꾸며졌다.이 주택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무엇보다 시각적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여느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장이나 콘크리트 벽 대신 이곳은 둥근 벽에 갈색으로 부식된 철판이 외부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디자인은 단순 외형을 강조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란 게 건축가의 변이다. 동네 삼거리 모퉁이의 작은 자투리땅 위에 가장 큰 집을 짓기 위해선 대지를 최대한 살려 둥근 구조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대신 도로에서 등을 돌려 집을 앉히고 그 부분은 목재를 최대한 활용하였다고 한다.건축가는 비움과 채움을 통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집, 여기에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를 내포하지만 결국 하나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이태원주택1을 완성시켰다. 내부는 1층에 위치한 외부 타공판이 스르르 옆으로 움직이면서 열리게 된다. 마치 동화 속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나오는 문을 연상케 한다. 안쪽에는 주차장, 계단, 주방, 욕실 등이 자리하며, 남쪽 정원 쪽에는 침실과 거실이 있다.집안은 의외로 상당히 밝고 환하게 꾸며졌다. 방마다 벽과 천장은 하얗고 높다. 천장고만 무려 3m다. 주방은 유리벽과 타공 이중패널을 통해 주차장과 바깥 도로 풍경이 연이어 내다보이고, 각각의 공간들이 투명한 막을 통과하며 서로를 잡아당기는 듯하다. 둥근 벽 안쪽에서는 2개의 가늘고 긴 천창과 계단이 벽의 곡선을 따라간다. 눈으로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한정된 공간이라는 느낌보다 계속 확대되는 공간이라고 착각하기가 쉽다. 그리고 천창에서는 북쪽 하늘의 빛과 남쪽의 따뜻한 빛이 함께 들어오고, 직광과 반사광이 변화하여 집안을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선사한다.1.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첫 관문에 위치한 차고2.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천창은 직광과 반사광을 내부로 유입시켜서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선사한다.3. 독특한 창문4. 내부룸7. 욕실글 이시정 까사온라인사업부 편집장·사진 NICL CLAUSS자료제공 CHAE-PEREIRA architects©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