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자부품 회사로 재탄생…LG이노텍

그룹 내 전자부품 업체인 LG이노텍은 지난 7월 1일을 기점으로 LG마이크론과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과 PCB(인쇄회로기판) 등은 물론이고 최근 IT 업계에서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부문까지 아우르는 종합 부품회사로 거듭난 것.지난해 합병을 시도했던 두 회사는 일부 조건변경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다 증시 침체로 주가가 매수청구가에 미치지 못한 탓에 합병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 상승과 실적호전 전망에 힘입어 무난하게 합병에 성공했다.이 회사는 지난 2분기 LG마이크론과의 통합 연결기준으로 9528억 원의 매출을 올려 분기 매출 1조 원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 영업이익은 791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89%나 늘었다. 회사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원가혁신과 고객맞춤 마케팅 강화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 모바일, PCB, 반도체용 부품 등 각 사업별로 고른 성장을 보였다”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라고 말했다.증권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오세준 한화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대다수 전자제품의 비수기이고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전망이 어두웠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3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HMC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분기에 비해 각각 48%와 12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일회성비용이 2분기까지 마무리됐고 이연법인세도 없어 부담이 덜하다는 설명이다.전문가들이 주목하는 LG이노텍의 투자 포인트는 LG마이크론과의 합병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과 LED 부문의 성장성이다. 합병으로 3분기부터 실적개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우선 합병으로 LG이노텍의 가치가 올라간 점이 주목된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PER 17배를 넘었던 LG이노텍 주가는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LG마이크론과의 합병으로 PER 12배 수준까지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PER 7배 수준으로 저평가됐던 LG마이크론 주식과 합쳐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또 합병은 대형화를 통한 장기성장 기반 확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는 합병의 시너지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구매력 강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두 회사 간 사업부문 보완에 의한 종합 전자부품 회사로서의 입지 강화 △고객기반 확대 △ 원재료 자체조달에 따른 원가절감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재무건전성 향상 등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LG마이크론이 생산하던 터치윈도는 LG이노텍의 LCD(액정표시장치) 모듈에 그대로 장착할 수 있어 기존 사업 간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합병은 수급 측면에서도 희소식이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IT팀장은 “지난 4∼6월간 LG이노텍은 하루 평균거래량이 9만 주에 불과해 유동성이 낮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며 “LG마이크론 물량으로 유동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7월 말과 8월 초 LG이노텍의 일별 거래량은 30만∼40만 주에 달하는 등 최근 거래가 부쩍 활성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LED 부문의 성장성도 주목된다. 회사 측은 사업 확대를 위해 LED 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노트북과 모니터용 LED 분야에 기반을 잡은 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TV용 LED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우리 영역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LG이노텍은 광주공장에서 LED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TV용 LED 제품의 주된 고객사는 LG전자다. 허 사장은 “LG전자가 LEDTV에서 글로벌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투자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1500억 원 수준으로 추진되던 광주공장 투자 규모를 LED TV 판매 확대 추이에 따라 대폭 늘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회사 측은 LED 제품군의 다양화에도 나선다. 대형 TV용 LED BLU(백라이트유닛)는 8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고 제품 모델을 42인치부터 47인치와 55인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LED BLU시장은 2012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며 “대형 TV에 들어가는 LED BLU가 LED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기에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해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회사 내에서 차지하는 LED 비중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2008년 매출 기준으로 6. 5%에 불과했던 LED 부문은 올해 9%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2010년에는 18%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는 LED 사업은 2010년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LED 투자를 위해 회사 측은 최근 1000억 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CB(전환사채) 청약을 실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이번 청약에서 약 7조 원의 자금이 몰려 LG이노텍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증명됐다. 국내 개인투자자 그룹에서 BW 경쟁률은 66.2 대 1, CB 경쟁률은 37.4 대 1을 기록했다.다만 LED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본궤도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G이노텍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LED 사업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시장이 급성장 중인 LED TV용 BLU 부문에서는 1위 그룹과의 기술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LED 부문 생산량은 내년이면 현재의 2배에 이르겠지만 LED칩당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물량확대를 위한 투자비용과 정상수율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수익구조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현재 LED 납품의 약 70%는 LG그룹 계열사들이 소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LG그룹 의존도를 2012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1000억 원에 달하는 CB와 BW 발행에 이어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이 있어 주당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노근창 연구위원은 “LED칩 생산에 필요한 장비인 MO-CVD(유기금속 화학증착장비)를 올해 말 30대에서 내년 말 80대까지 확충하는 과정에서 자금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MO-CVD 장비가 공급부족인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관측했다. 주당가치 희석보다는 LED TV용 BLU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LG이노텍에 대한 투자의견은 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이 ‘매수’로 제시했다. 당초 ‘보유’ 의견을 냈던 HMC투자증권은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등급을 상향조정했다. 6개월 목표가격은 하나대투증권이 18만 원으로 가장 높고 HMC투자증권은 16만 원이다. 다만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보유’로 다소 신중한 투자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IT팀장은 “실적호전 추세와 LED 등 성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신규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