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우증권은 지난 5월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을 1600포인트로 제시했다. 3분기에 주가가 최고점을 찍겠지만 1600대 이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4분기에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출구전략이 대두되면서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주가지수는 이미 1570대를 돌파해 1600선을 넘어설 기세다.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5월에 비해 기업이익실적 추정치가 16.7%나 상향조정됐고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하반기 시장전망치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을 만나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2분기 기업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기업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됐다. 기본적으로 3분기에 고점을 찍고 4분기에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익이나 경기 모멘텀은 3분기가 최고다. 유동성의 힘은 3분기까지 가파르게 올라오다가 4분기에 숨고르기로 나타난다. 아직 고점은 1600포인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급과 기업이익을 감안하면 지수는 우리 전망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2분기 실적이 좋은 IT 자동차 금융 등은 하반기에도 이익 모멘텀이 좋다. 철강업의 실적도 2분기가 바닥이다. 전력 가스 항공 운수 등도 하반기에는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들은 하반기에도 이런 종목들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이어갈 것이다.”“크게 보면 외국인들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은 엄청난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고 내수기반도 탄탄하다. 거시적인 경제지표가 가장 견조하다. 이런 전제에서 중국과 함께 주변국가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데다 환율이 안정되고 있다. 우리는 내년 말까지 환율이 11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도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돼 있다. 그러나 이들 시장은 아시아 신흥시장보다 회복이 더디다. 추가적인 잠재부실 우려도 있고 그러다 보니 환율도 불안정하다.”“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31%였다. 그런데 지금 31%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가가 꺾일 때였고 지금은 시장이 회복 되는 국면이다. 따라서 같은 수준으로 보고 외국인이 이제는 살만큼 샀다고 보는 시작은 잘못된 것이다.과거에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에 대한 매수강도를 높였던 시기는 2000년과 2000년 말에서 2004년 초 그리고 이번이다. 이들 시기의 공통점은 경기가 회복세였고 외국인 비중이 평균밑으로 떨어져 있었을 때였다. 또 밸류에이션 매력도 있었다. 지금은 2009년 실적기준으로 PER가 13. 7정도로 밸류에이션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경기가 뚜렷이 회복되고 있고 외국인 비중은 최고점인 44%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우리는 적어도 외국인들이 보유비중을 2∼3% 더 늘릴 것으로 본다. 1%포인트가 약 8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조∼24조 원어치를 더 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우리 역시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그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위험이니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는 주가지수가 많이 오르기도 어렵지만 하단으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더블딥 현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결국 구조조정의 강도에 따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은 경제지표가 호전되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출구전략이 나오게 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을 것이다. 유동성의 힘으로 올라온 시장이 조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올해 4분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 정도에 그런 충격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의 출구전략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도 대출 억제와 지준율 인상 검토 소문으로 이미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출구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출구 전략이 본격화되면 시장은 가파르게 꺼질 수도 있다. 사실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주식시장 안정이 전제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어 걱정이 된다. 자칫하면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펀드는 환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2007년에 주가지수가 1700을 넘어가면서 엄청난 자금이 펀드시장으로 들어왔다. 따라서 지수가 1600선을 넘어가면 환매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사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구조조정 없이 버블을 털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지수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외국인들도 주식을 더 사겠지만 강도는 약해질 것이다. 그들 역시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사는 방법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것이다.”“지금은 풀린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약해지고 기관투자자들은 펀드 환매 영향으로 수급이 취약해지면 시장은 크게 휘청거릴 것이다. 그러나 이 자금이 어디로 가겠나. 결국 개인들의 장이 올 것으로 본다. 개인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화려한 종목장세가 앞으로 두 달 안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이런 패턴이 있었다. 대형주가 움직이고 난 뒤 시차를 두고 중소형주가 올랐다. 2003년과 2004년에 외국인이 매수에 나섰을 때 대형주가 강세를 보였다. 그 이후 결국 화려한 종목장세가 있었다. 분명히 개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지금 현명한 투자자라면 중소형주라는 이유만으로 홀대받고 있는 기업들을 골라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현상은 바로 ‘쏠림’이다. 지금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장이 시장에서는 고마울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실종되면 시장이 어찌될지 고민해봐야 한다.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주가가 더 떨어지면 과연 대형주가 올라올 수 있겠는가. 대형주는 사줄 세력이 없다. 그래서 중소형주가 매력적이다. 다만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대형주 중소형주 불문하고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은 출구전략 정도는 항상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아무래도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을 사는 게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2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현대중공업 신세계 네오위즈게임즈 아모텍 파트론이나 꾸준히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태광 마이스코 등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본다.”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고려대 경영학 석사SK증권 기업분석부대우증권 기업분석부장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