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종 Cessna 172 Skyhawk 비행 협조 한국조종사교육원1 출발 전평소보다 에어 트래픽(Air Traffic)이 많은 주말. 후텁지근한 토요일 정오, 김포공항의 하늘은 크고 작은 비행기들의 이륙과 착륙이 연신 이어지고 있다. 조종사와 교관을 포함 총 4인이 신원확인을 거친 뒤 비행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동만 걸면 엑셀레이터를 밟는 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탑승자 모두 헤드셋을 착용한 뒤 조종사가 모든 점검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점검 항목은 시동 걸기 전 10개, 건 뒤 20개, 이륙 직전 4개 등 총 34개. 드디어 김포공항 관제탑(Gimpo Tower)에 ‘Pilot School 1110’(고유 콜사인)의 이륙을 보고한다.2 이륙(Take off)관제탑으로부터 지정 받은 활주로로 택시(지상에서 이동하는 것). 조종사는 활주로로 가는 동안에도 관제탑 통신 버튼을 눌러 수시로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받는다. 그런데 헤드셋을 통해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다른 파일럿들과 관제탑 직원 사이에 ‘로미오’, ‘줄리엣’ 등 익숙한 이름이 오가는데, 알고 보니 각 활주로에 붙여진 애칭. 활주로를 구분하는 노랑색 줄은 ‘택시웨이(Taxiway)’라 불린다. 취재진의 비행기는 ‘파파4’ 활주로 이륙을 지시받았다. 근데 관제탑에서 기다리란다. 에어라인 항공기가 머리 위로 자꾸만 날아 들어오는 걸 보니 관제탑도 바쁜 모양. 하지만 기다리면 기대도 큰 법. 드디어 이륙 지시를 받았다. 조종사가 ‘Final Clear’를 외친 뒤 활주로를 힘차게 달린다. 안전벨트가 꽉 잠겨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핀다.3 10분 경과좌석 바로 옆에 붙은 유리창으로 지상과의 거리가 육안으로 확인되니 이륙의 느낌은 항공기 크기와 반비례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해대교. 고도 3500ft까지 오른 뒤 유리창을 열어젖히니 코 끝이 시원하다. 흐린 날씨로 관제탑에서는 일단 3500ft(지상에서 1000m)로 고도를 유지하란다. 속도는 80노트(Knots). 평상시에는 1800m까지도 비행한다니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구름 추월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소래포구가 보인다. 계기판 고도는 4500ft를 가리키고 있다.4 20분 경과시야가 흐려진다. 옅은 운무를 뚫고 지나니 약간의 기체 흔들림도 있다. 5500ft까지 고도를 높이겠다는 조종사의 송신 내용을 듣고 핸드백 속 휴대폰을 조용히 꺼내 봤다. 과연 IT강국이다. 안테나가 제대로 떠있다. 고도 5500ft에 이르러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 무사함(?)을 전했다. 일정 고도를 유지하니 조종사도 여유가 생기는지 취재진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내려다보라고 하여 고개를 창에 바짝 갖다 대니 길게 뻗은 서해대교가 보인다. 근데 주말 치곤 도로사정이 좋다. 이럴 때 조종사들은 조금 아쉽단다. 길이 막혀 있을수록 비행의 즐거움은 배가된다나.(^^)5 30분 경과서해대교를 기점으로 김포공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취재진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함인지 조종사는 고도를 갑자기 낮췄다. 취재진이 비행기 밖 풍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관제탑에서 지시가 있었나 보다. 뚝뚝 떨어지는 고도에 온몸의 말초신경이 반응한다. 어느새 발아래에는 평택시가 아주 가까이 있었다.6 40분 경과비행기 머리를 본격적으로 틀어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조종사가 관제탑에 ‘김포로부터 남쪽방향 8마일 지점에서 돌아간다’고 보고하자마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모 에어라인 기장이 승객들을 대상으로 안내방송을 하면서 실수로 송신용 버튼(PPT)을 계속 누르고 있는 바람에 방송이 주변을 비행 중인 모든 조종사에게 생중계된 것. 아무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라 모두 빙그레 웃으며 듣고만 있는데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파일럿이 “잘 들었다”며 농담을 던진다. 촌각을 다투는 관제탑 사람들도 한참을 웃고 있었을 것 같다.7 50분 경과점점 낮추고 있는 고도를 갑자기 관제탑에서 높이란다. 아마도 에어라인 항공기가 지날 길을 피하라는 뜻인 듯. 바이킹 끝자리에 탄 듯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눈앞에 보이는 김포공항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관제탑에서 조종사가 예상하고 있던 활주로가 아닌 곳으로 착륙을 지시해버린 것. 가뜩이나 당황한 조종사에게 관제탑은 즉시 착륙을 하란다. 고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그런데 교관은 그나마 우리가 운이 좋단다. 트래픽이 많은 날 착륙대기(holding)에 걸리면 대기 지역에서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빙빙 돌며 선회비행을 해야 한단다.8 60분 경과 -착륙(Landing)소형 항공기에서 내려다보는 활주로는 상상보다 훨씬 가깝다. 앉은 자리에서 발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이 좁아지는 비행기와 활주로간의 거리가 마치 쪼그라드는 필자의 심장 같았다. 숨죽이는 긴장 속에 바퀴가 ‘탁’하고 지상에 닿았다. ‘초심자’ 승객의 마음을 읽었는지 조종사는 “많이 긴장됐죠?”하고 물었다. 무안함을 미소로 무마하며 꽉 잡고 있던 벨트에서 손을 뗀다. 조종사 자체 평가 오늘의 착륙은 ‘10점 만점에 7~8점’. 조종사들 역시 자신에게는 인색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