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의 80% 이상이 2개 이상의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1가구 1펀드’ 시대라고 하지만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대부분 2개 이상을 들고 있다는 의미다. 한 투자자가 여러 펀드를 가입하고 있다는 건 주식형과 채권형, 또는 주식형 내에서도 국내 및 해외펀드 비중에 따라 희비가 극명히 교차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심지어 순자산 100억 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중 올 들어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와 가장 나쁜 펀드 간의 수익률 격차는 80%를 넘는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잘나가는 브라질 펀드는 100%를 웃도는가 하면 일부 일본 펀드는 이제 겨우 원금 회복을 기대할 정도다. 자칫하면 자신은 이제나 저제나 원금 회복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반해 불어난 계좌를 보며 흐뭇해하는 옆자리 직장 동료를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에 괴로워할 수도 있다.전문가들은 국내 및 해외 펀드에 자신의 금융자산을 적절히 배분하고 시장 상황에 맞도록 그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매월 또는 분기별 펀드 포트폴리오(투자펀드군)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증권사 펀드리서치팀장들은 9월 이후 펀드 투자에서 주식형 펀드 비중을 유지하고 해외보다 국내 비중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이제 막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만큼 주식시장의 큰 흐름이 상승 쪽으로 바뀌었다는 분석 때문이다.해외 펀드는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 펀드를 주로 추천하면서도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만큼 선진국펀드의 수익률 격차 해소를 겨냥해 미국 펀드도 일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이 밖에 원자재펀드나 ELF(주가연계펀드) 절대수익펀드 등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는 10조 원을 넘었고 신규 가입(설정)을 뺀 순유출만 2조5000억 원을 넘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3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50% 이상 오르면서 단기전망을 따라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매 충동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매 움직임에 대해 연내 필요한 자금일 경우에는 일부 환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연말 목표지수를 볼 때 1600선을 넘어선 후에는 추가 상승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다만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라면 단기 전망만으로 환매하기보다 긴 안목에서 주식형 펀드 비중을 조절하고 펀드 간 리모델링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금융자산 내 주식형펀드의 비중을 조절하는 차원의 환매는 고려해 봄직하다”며 “주가 상승으로 인해 자신의 금융자산에서 위험자산인 주식형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투자자라면 일정부분 환매해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펀드 내 원금 회복이나 차익 여부가 아닌 자신의 연령이나 재산, 투자기간, 자신의 성향 등을 고려해 금융자산 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조절하라는 의미다.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리츠나 일본 펀드 등과 같이 수익률이 부진한 펀드에 대해서는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중국이나 한국 펀드로 갈아타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단기 시황을 따라 펀드를 가입 환매하는 건 자제할 것을 권했다. 우재룡 소장은 “개인들이 단기 시황 전망에 따라 펀드를 가입, 해지해서 재테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원금이 회복된 후 빠져 나갔다가 주가가 더 높은 상태에서 들어와 손실을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주식형 펀드 내에서는 해외보다 국내 쪽에 비중을 좀 더 두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승자 독식’의 기회를 잡게 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8월10일 기준 PER(주가수익비율)는 12배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15배보다 낮은 상황이다. 내년에는 주당 순이익(EPS)이 크게 올라가면서 10배까지 낮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또한 국내 펀드 환매가 부담이긴 하지만 한국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줄여 놓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수급 상황도 좋은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올 들어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는 눈높이를 낮추고 가급적 적립식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신영마라톤’ ‘한국삼성그룹적립식’ ‘트러스톤칭기스칸’ 등이 유망펀드로 복수 추천을 받았다. ‘신영마라톤’은 저평가된 우량 가치주와 실적 호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해 장기적인 초과수익을 내며 이미 운용 능력을 검증받은 상태다. ‘한국삼성그룹적립식’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상위 20% 이내, 3년 장기수익률도 상위 4% 이내에 포함되는 등 우수한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설정된 ‘트러스톤칭기스칸’은 신규 펀드로는 이례적으로 유망 펀드로 추천을 받고 있다.또한 국내 1등 기업의 프리미엄과 IT(정보기술) 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삼성그룹밸류인덱스’와 저평가된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로 장기성과를 추구하는 ‘하나UBS배당60’ 등도 추천펀드 대상에 올랐다.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이머징마켓 펀드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 해 주가가 워낙 많이 빠진데다 경기회복에 따라 주가 회복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 덕분이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등이 관심의 대상이다.중국(본토)이나 브라질 펀드는 올 들어서만 60% 이상 수익을 내고 있지만 내년 이후 전망도 밝아 잠시 조정을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어느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영 대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브릭스국가 중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며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을 1순위 투자 지역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국과 수입국, 대외 수출 비중 등에서 국가 간 특성이 달라 분산 투자 효과가 기대되는 브라질도 함께 투자하면 유리할 것”이라며 중국과 브라질을 7 대 3 비율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한편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중국과 함께 인도를 유망하게 봤다.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으로 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는 주춤했지만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미국 펀드에 대한 단기 관심을 권하는 의견도 있다. 김대열 펀드리서치 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이제 막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주가상승 폭이 적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동부차이나’ ‘푸르덴셜중국본토’ 등이 여러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박현철 연구위원은 “H주 비중이 높은 ‘동부차이나’는 중국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연초 이후 수익률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있으나 시점을 나눠 가입하는 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밖에 ‘슈로더브릭스’ ‘KB브라질’ ‘하나UBS차이나’ ‘삼성이머징다이나믹’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등 이머징마켓 펀드와 ‘템플턴글로벌’ ‘하나UBS글로벌’ 등 글로벌 펀드도 유망 펀드로 꼽혔다.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