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기사를 살피니 ‘글로벌 재설계를 위한 아시아의 다음 과제’라는 세션이 마지막에 들어 있다.‘재설계’, 무심코 넘길 말이 아니다. 재설계란 것은 아무 때나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특히 서구세계에서 재설계란 말은 목적 대상이 근본적으로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결국‘글로벌라이제이션’의 방식과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변경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이다.지금의 세계화는 1995년 을해(乙亥)년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궤를 함께 한다. 따라서 12 년 소주기(小週期)가 지난 2007년 丁亥(정해)년에 와서 무언가 변화의 시점이 됐다고 봐야 하는데, 구체적인 변화의 압력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촉발됐다.재설계의 필요성은 포럼 세션에도 나와 있듯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1.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리는 이기적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반성.2. 미국과 서구의 과잉소비와 아시아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불균형.3. 녹색으로 상징되는 환경 친화적 자본주의의 필요성.문제, 또는 사건에 관한 하나의 법칙이 있으니 ‘모든 문제는 문제가 제기된 시점에는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문제에 관한 두 번째 법칙은 ‘해법은 제시되는 것이 아니고 세월의 우여곡절 속에서 우연히 해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해법을 제시할 능력은 없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문제를 제기할 정도의 사람이면 그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대뜸 물어보자. 미국과 서구가 과잉소비를 하고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의 일본과 중국, 한국이 과잉생산과 수출을 통해 세계 경제가 돌아가던 구조가 문제이니 이제 아시아는 미국과 서구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실현 가능한 얘기일까?원래 세계화 자체가 한 쪽의 과잉소비와 반대쪽의 과잉생산을 전제로 출범한 것이나 진배없는데, 이를 시정하자고 하는 것이다. 원천기술과 유통망은 미국과 서구가 장악하고 저임금노동과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생산은 후진국이 하면 적어도 밥은 먹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 세계화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류가 발생했으니 일본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이 고품질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중국마저 수준이 높아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세계화는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로 인해 GM 같은 자동차 메이커마저 문을 닫을 지경이 되니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수지 균형을 맞출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사실상 지금은 붕괴되기 시작한 세계통합시장의 다음 경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마당이라 서로들 눈치를 보고 있는 국면이라 하겠다. 필자 역시 통합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보지만, 새로운 구도가 등장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부터 필자가 길고 긴 겨울이 온다고 전부터 얘기해오던 것은 이를 두고 말함이다.그 전망은 이렇다. 세계무역기구는 1986년 병인(丙寅)년에 시작된 우루과이 라운드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22년-무작위 수가 아니라 60년 주기의 황금비율이다-이 지난 2008년부터 파국을 맞이하게 됐고 30년이 지난 2016년 병신(丙申)년에 가서 기존 방식의 세계화는 완전히 정리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새 국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시기는 2030년이 된다는 추산이 나온다.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www.hohodang.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