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프로골퍼들이 골프 이외의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와인이다.난해 시즌을 끝으로 미국 LPGA투어 은퇴를 선언한 스웨덴 출신의 프로골퍼 아니카 소렌스탐은 지난 5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아니카(ANNIKA)’를 출시했다. ‘아니카’는 포도 품종의 75%로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근처의 리버모어밸리에서 난 시라를 사용했으며 15%는 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카베르네 쇼비뇽, 나머지 10%는 리버모어밸리에서 난 카베르네 쇼비뇽을 혼합했다.소렌스탐은 리버모어밸리에서 창업 이후 5대째 126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미국 내 최고(最古)의 와이너리인 ‘웬트 빈야드’와 교분을 맺으면서 와인제작에 동참하게 됐다. 2006년 생산한 시라를 토대로 첫 와인제조를 시작했다. ‘아니카’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초콜릿과 커피 향을 머금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풀럼, 포도의 아로마가 풍긴다고 한다. 평소 남성처럼 단단하고 강인한 모습이지만 실제는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인 소렌스탐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와인 비즈니스하면 그레그 노먼을 빼놓을 수 없다. 노먼은 자신의 저택에 무려 3500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와인 마니아다. 노먼은 1990년대 중반에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링거 블라스(Beringer Blass)’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노먼을 끌어들인 것. 베링거는 저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자사의 와인 이미지를 노먼을 통해 완전히 탈바꿈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이렇게 해서 호주 남쪽 라임스톤 해안가에서 노먼의 아이콘인 ‘백상어’가 표시된 ‘그레그 노먼 와인’이 탄생했다. 호주의 유명한 포도 품종인 시라를 사용해 큰 호평을 받았다. 이어 ‘그레그 노먼 카베르네 메를로 1996’는 세계적인 와인잡지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로부터 100점 만점에 91점을 받았고 샤르도네(Chardonnay)로 만든 1998년산 화이트 와인은 88점을 받았다.남아공 출신으로 PGA통산 10승을 거둔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아버지의 포도밭에서 골프를 익혔을 정도로 와인과 밀접한 인연이 있다. 1997년 그의 형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라벨을 붙이기 시작했다.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든 프로골퍼들이 대부분 이름을 빌려주고 테이스팅에만 참여하는 반면 프로스트는 직접 포도밭에서 일을 하고 전 세계 유명 와인 산지를 다니면서 ‘와인 핸디캡’을 향상시키고 있는 진정한 프로다.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아놀드 파머는 미국에서만 60여 곳에 영업망을 두고 활발한 와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파머는 우연한 계기로 와인 컬렉터가 되었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 중 하나인 ‘샤토파머’(Chateau Palmer)가 최고의 골퍼에게 매년 생산되는 와인을 여러 병씩 선물하면서 그의 와인 셀러가 가득 차게 된 것이다.2006년 2월 첫 선을 보인 파머 와인은 ‘아놀드 파머 캘리포니아 샤도네이 2003’과 ‘아놀드 파머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쇼비뇽 2002’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루나(Luna Vineyards)’에서 생산했다.어니 엘스는 와인 사업에 발을 들여 놓을 당시 와인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엘스가 즐기던 술은 맥주였고 아내 리슬이 와인을 좋아했다. 그러나 1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엘스 부부의 친구인 장 엥겔브레히트(Jean Engelbrecht)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업자 중 한 명이었다. 엘스 부부는 엥겔브레히트에게 ‘함께 와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1998년 남아공 스텔렌보스에서 ‘엥겔브레히트 엘스 에스테이트(Engelbrecht Els Estate)’라는 와이너리를 세웠다.‘어니 엘스 스텔렌보스’로 명명한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풍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보르도의 주요 5가지 품종인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말벡, 카베르네 프랑, 쁘티 베르도 등을 블렌딩했다. 이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0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등 엘스의 스윙처럼 균형잡힌 ‘명품 와인’을 탄생시켰다. 2000년에 시장에 첫선을 보인 엘스 와인은 이후 4년 연속으로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정도로 와인 사업에서 ‘굿샷’을 날렸다.2003년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크 위어는 캐나다산 와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한몫 했다. 위어는 고향인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페닌슐러에 ‘마이크 위어 에스테이트 와이너리(Mike Weir Estate Winery)’를 설립했다. 와인사업에 뛰어들어 처음으로 선보인 ‘2004 카베르네 쉬라즈’는 지난해 ‘전 캐나다 와인 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캐나다 최고 와인 품평회인 ‘퀴베 어워즈(Cuvee Awards)’에서 메달을 따기 시작했다. 그가 출시한 ‘비달 아이스와인(Vidal Icewine)’은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등지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와인사업으로 번 수익금 전액을 ‘마이크 위어 재단’에 기부해 불우 어린이 돕기에 쓰고 있다.남아공의 레티프 구센은 카베르네 쇼비뇽과 쉬라즈를 반반씩 혼합해 24개월간 숙성시킨 ‘더 구스(The Goose) 와인’을 만들었다. 2005년산은 와인잡지 ‘디캔터’가 선정하는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동상을 수상했다.스윙 머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베테랑 골프 플레이어 닉 팔도(Nick Faldo)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이 있다. 호주의 ‘카트눅(Katnook) 에스테이트’ 2000년부터 등장한 ‘팔도 와인’은 카베르네 쇼비뇽과 시라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과 쇼비뇽블랑 품종의 화이트와인 등이 있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