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대상 없는 화학 업종 최강자…LG화학

LG화학의 강점은 석유화학 부문의 안정성과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성장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IT 부문의 수요 개선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의 등장으로 정보전자 사업부의 빠른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난 6월 10일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오창테크노파크.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정우택 충청북도지사 등이 나란히 서서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의 착공을 알리는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LG화학이 향후 수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LG화학은 2013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해 오창테크노파크를 차세대 배터리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2015년 매출 2조 원과 세계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현재 90만 대 수준에서 2013년 330만 대,2015년 460만 대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터리 시장도 2015년에는 10조 원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LG화학은 전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생존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고출력 대용량 배터리는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LG화학은 2000년대 들어 수차례 분할과 합병 과정을 거쳐 왔다. 2001년 기존의 (주)LG화학은 (주)LG LG화학 LG생활건강 등으로 1차 분할됐다. LG화학은 이후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차례로 흡수합병한 후 올해 4월에는 산업재 부문을 LG하우시스로 분리했다. 이 같은 합병과 분할을 거친 LG화학의 주력 부문은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사업부, 편광판 리튬이온전지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부의 양대 축으로 재편됐다.LG화학의 강점은 석유화학 부문의 안정성과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성장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IT 부문의 수요 개선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의 등장으로 정보전자 사업부의 빠른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전자 부문의 매출 기여도는 지난 2001년 4.6%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21.7%로 급상승했다. 2010년이면 이 비중은 32%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정보전자 사업부의 핵심은 차량용 전지 부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7월과 9월부터 각각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에 리튬폴리머이온전지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량용 중대형 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특히 내년 11월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GM(제너럴모터스)의 시보레 ‘볼트’(Volt)에 장착될 배터리를 단독 공급한다. GM에는 2012년 1500만~1700만 셀의 배터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 뒤 오창 공장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제조사용 배터리 생산을 전담토록하고 GM 공급물량은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해 2원화하는 전략을 세웠다.김주희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자동차 회사들도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평가했다.LG화학은 자동차뿐 아니라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도 생산 중이다. 2차전지는 전극 재료에 따라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등으로 분류되는데 LG화학은 이 가운데 리튬이온과 리튬폴리머 전지를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휴대전화용 전지는 노키아 모토로라 LG전자 등이 주 고객이다. 특히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인 노키아 물량이 지난해 900만 셀에서 올해 8000만 셀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노트북에 주로 사용되는 원통형의 리튬이온전지 시장도 전망이 밝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노트북 수요가 다소 주춤하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넷북이 인기를 끌면서 전지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전지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발트 가격이 지난해 강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 강세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코발트의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김주희 연구원은 “LG화학은 코발트 대신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결합한 3성분계 양극화물질 비중을 현재 원료의 40% 수준에서 연말에는 60%까지 올릴 계획이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이 회사는 올해 2월 독일의 쇼트(Schott)사와 디스플레이 패널용 유리제조 관련 특허와 사용권 계약을 맺고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1년이면 마진이 높은 LCD 유리기판 사업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의 수요를 확보할 경우 유리기판 부문에서도 빠른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의 소비 회복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합성수지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급증했다.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에틸렌 등은 품목에 따라 50∼100% 증가했다. 특히 연초 원화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한국의 석유화학사들이 중국 수출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4월까지 국내 PE업체들의 해외 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PVC 업체의 수출량은 82% 늘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1팀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중국 내 화학업체들의 가동률이 낮았고 중동지역 업체들의 설비증설에 따른 물량 유입도 계획보다 늦춰져 한국 화학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다”고 설명했다.LG화학 주가는 지난 4월 LG하우시스와 분할 재상장한 후 약 2개월 동안 16% 이상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투자의견 ‘매수’에 6개월 목표가격을 17만 원(대신증권)∼18만 원(현대 NH투자 KTB투자증권) 수준으로 제시해놓고 있다. 다만 SK증권은 ‘중립’ 투자의견을 내놨다. SK증권은 “LG화학은 국내에서는 비교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글로벌 화학기업이므로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며 “다만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로 하반기 실적에서 부정적 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쟁사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길게 보고 조정 받을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도 좋다”고 조언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