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대부분 ‘낙관론자’들이다. 그들에게 주식시장은 항상 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위기는 일시적이고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투자의 적기는 ‘투자자가 돈이 있을 때’이지 시장의 상황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자들의 수수료를 먹고 사는 증권사에 소속돼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그들의 시장관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 집단에서 이단아에 가깝다. 그는 지난 2006년 3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후 일관되게 시장의 거품에 대해 경고해 왔다. 지난 2007년 하반기 주가지수가 2000을 넘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세상승장의 초기국면이라고 했지만 그는 “지금이 바로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었다.김 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분기가 정점일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주식보다는 원자재와 부동산이 더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비관론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나는 비관론자도 낙관론자도 아니다”라며 “다만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향후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사실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PER 약 15배, PBR 1.2배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지금은 PER보다는 PBR로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올해이익은 비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자산가치로 주가를 평가하는 게 더 낫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기업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기업 정상화 시기가 훨씬 늦어질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주가가 고점에 왔다고 본다.”“앞으로도 지금의 소비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기업이 영업을 하더라도 현금을 잃어버리는 상황이다. 전문용어로 풋 캐시 플로(Put Cash Flow)가 마이너스 상황이다. 그래서 기업은 손실분만큼을 은행에서 빌려와야 한다. 물론 아직은 기업들이 이런 손실을 자체적으로 방어할 능력이 있다. 아직은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 투자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가면 쉽지 않다. 일부 안 좋은 기업들은 무너질 수도 있다.”“추세적 회복을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 각 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 그런데 우리는 소비심리 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에서 저금리 효과를 누려 소비수준이 크게 좋아졌다. 특히 올해 2분기에 한꺼번에 이연수요가 분출됐다. 여기에 정부도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래서 2분기가 기업실적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반기에는 모든 나라가 이런 소비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금리는 더 이상 내리기 어렵다. 미국도 재정적자가 심해져 더 이상 돈을 풀기 쉽지 않다. 재정정책 도 한계상황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코스피지수 1120포인트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PBR가 0.8∼0.9배 수준이다. 그 밑으로 가면 절대적으로 싸다. 앞으로 코스피 기업들의 순자산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지금까지 쌓아놓은 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약 35%, 은행은 약 25%가 날아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청산가치는 코스피 1240이지만 10% 날아가면 1120, 20% 날아가면 1000포인트가 된다.”“환율을 감안한 주가는 아직 싸다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까지는 내려올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가 나빠지면서 외국인들은 유동성이 가장 좋은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투매했다. 최근 한국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너무 많이 판 한국주식을 채워 넣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주가수준에서는 더 이상 채워 넣지 않겠다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외국인들이 반응을 안 한다. 환율도 안정되고 있다. 그동안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미국이 강경하게 북한을 제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미국은 자금이 없다. 북한을 제재하더라도 이익을 볼 게 없다. 또 지금 미국은 중국에 돈을 타서 쓰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인데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나. 따라서 북핵 리스크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생겨나 남북경협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올 수도 있다.”“정부는 시간을 벌면 기업들이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동유럽 중국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소비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늙어졌다는 것이다. 은퇴하는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소비성향이 줄고 성장률도 줄었다. 결국 설비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실업률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생산설비는 대부분 선진국이 아닌 신흥시장에 있다. 그래서 소비침체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전이될 것이다.”“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비로소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미국은 구매력을 잃을 것이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국채에 투입되던 자금은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갈 것이다. 이 중 희소가치가 높은 원자재가 더 유망하다고 본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은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새로운 버블이 만들어진다면 원자재와 부동산일 가능성이 크다.”“지금 주식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종목을 사야 한다. 기업의 잠재적인 역량이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을 골라야한다. 개인적으로 대표적인 종목이 현대모비스라고 본다. 한국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영세해서 외국사들과 거래를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모비스가 영세한 부품업체들을 인수해 이런 결점을 없애면 제값을 받고 거래할 수 있다. 모비스는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클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또 앞으로 로봇 분야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용 로봇과 관련 있는 삼성테크윈도 유망하다. SK에너지도 좋다.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기술도 LG화학이나 삼성SDI에 못지않다.”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서강대 경영학과에딘버러大 MBA현대증권 기획실, 국제금융부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자동차·운송파트 파트장글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