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외화 실수요자의 경우 지난해 연말 종가인 1259원50전을 기준으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환율이 12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주저말고 외화를 사고 1260원을 넘으면 미련 없이 팔라는 것이다. 내외 경제에 잔뜩 끼어 있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혀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800대까지 내려갔던 종합주가지수는 올 들어 줄곧 상승세를 보이며 1500선을 바라보게 됐고 제조업 생산 감소세가 둔화되는 등 실물경기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도 최근 들어 산업생산 감소 폭이 축소되고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만 가득했던 3~6개월 전에 비하면 상황이 한결 나아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다시 혼돈과 위기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반기 국내외 경제를 전망하고 주요 변수를 점검해 본다.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기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은 최근 경제 수장들의 발언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분기에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2분기에 경제지표가 호전되면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2분기에 저점을 통과한 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연 2.0%에서 동결한 후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8.8%를 기록해 감소세가 3월(-11.1%)에 비해 둔화됐고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6%의 증가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진행된 기업들의 재고 조정 과정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생산 위축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대외 여건도 호전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5%로 전 분기의 3.5%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반기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9%에 이르러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미국 경제도 최악의 국면에서는 탈출해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5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5%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57.3에서 4월 65.1,5월 68.7,6월 69.5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대내외 환경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경기 회복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과 내수 모두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관건이다.내수도 마찬가지다.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반면 금융부채는 증가하고 있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충분치 않다. 또 고용사정은 경기가 살아난 이후에도 한동안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한 소비 부진이 예상된다.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집행에 따른 결과라는 점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4.3%에서 하반기 -0.7%로 개선되겠지만 추경 효과를 제외할 경우 하반기 성장률은 -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국제유가가 지난해 연말 대비 50%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지난 3월 1600원 근처까지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높였던 원·달러 환율은 점차 하락해 연말에는 11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지고 있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4월까지 1조47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꾸준히 투자를 늘리면서 지난 4월까지 5조6000억 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전문가들은 외화 실수요자의 경우 지난해 연말 종가인 1259원50전을 기준으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환율이 12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주저말고 외화를 사고 1260원을 넘으면 미련 없이 팔라는 것이다. 섣부른 전망에 근거해 매도 및 매수 타이밍을 늦추다 보면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금리는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총재는 지난달 11일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으며 실물이 회복되고 유동성이 문제되면 통화정책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해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부양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진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국고채 1년물 금리가 하루 만에 0.31%포인트 오르는 등 채권금리는 급등세를 연출했다.한은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올릴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 연말쯤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곧 올릴 것이라는 신호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대출을 갖고 있다면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들기 전에 최대한 많이 갚아놓을 필요가 있다. 예·적금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입장이라면 연말까지 6개월 미만의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다가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 만기 1년 이상의 상품에 가입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