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의 낭만, 스칸디나비아의 불꽃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마력의 도시. 포근한 미소와 여유로운 삶의 향기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도시 베르겐.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향기와 나를 스쳐간 파격적인 색감과 디자인들은 여유와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년 만에 다시 찾은 베르겐, 내가 사랑한 추억의 도시 베르겐은 내 품 안으로 충만한 여유와 포근함을 전해준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곳, 모든 걸 다 보지 않아도 오롯이 마음에 머무르는 도시, 베르겐은 그렇게 내 마음에 찾아왔다.‘맑은 도시의 공기, 오랜 도시의 여유가 오래도록 머물다 가라 하네.’ 여행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회복의 힘, 노르웨이의 숲과 바다가 그곳에 있다. 마치 그림 같은 산등성이 위 아기자기한 집들의 손짓,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뛰는 가슴 부여잡고 베르겐의 진한 세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를 느낀다.배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깎아지른 듯한 피요르드의 장엄함에 넋을 잃고 마는 곳. 아름다운 항구도시 베르겐은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연평균 275일 비가 내리지만, 한 여름에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곳이다. 북구 해안 관광의 전초기지 베르겐은 5월부터 파란 하늘과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오슬로에 이어 노르웨이 제 2의 도시 베르겐은 23만의 적은 인구이지만 언제나 활력이 넘쳐난다. 1070년 올라브 퀴레 왕에 의해 도시가 형성됐으며, 12세기에서 13세기까지는 노르웨이의 수도이기도 했다. 오슬로에 비해 공기가 맑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간직해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노르웨이 최상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분주한 브리겐(Bryggen) 뒷골목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조망이 궁금해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해발 320m 정상이다. 마치 뉴질랜드 퀸즈 타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베르겐 주변 바다 풍광은 시원하고도 짜릿하다. 산자락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앙증맞은 집들의 조화는 북구 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탁 트인 시야는 베르겐의 자유와도 닮아 있다. 빨간 바탕, 파란 크로스의 노르웨이 국기가 산정상의 바람을 따라 물결친다. 찬 기운을 머금은 산정상의 공기가 부푼 마음을 달래고, 아스라이 보이는 해안 정기선은 베르겐의 보겐항을 유유히 가른다. 연신 터지는 셔터 소리는 이 도시를 향한 내 가슴의 진한 감정 표현이다.가벼운 마음으로 타박타박 돌길을 걷는다. 브뤼게 스트라데(Brygge Strade)는 오랜 역사의 향기와 전통의 질감을 투박하게 드러내고 있다. 13세기 한자 상인들의 손때 묻은 추억과 열정을 더듬으며 말없이, 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삼각 지붕의 아름다운 건물이 늘어선 베르겐 항구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마냥 걸어도 좋다. 그곳은 중세의 분위기를 한껏 자랑하는 베르겐의 중심부, 브뤼겐이다. 보겐 항을 마주하고 촘촘히 벽을 쌓은 것처럼 보이는 목조 가옥들이 손짓한다.친구와 마냥 길을 걸어도 좋고, 한낮에도 펍에 들어가 맥주나 진한 커피 향에 취해도 좋은 곳, 삐그덕 거리는 골목길을 지나 작은 공예점에 들어가 기웃거려도 환하게 맞아주는 미소가 아름다운 동네. 베르겐은 그렇게 편안하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친구 같은 도시다.5.울리켄 정상에서 바라본 베르겐 시가지. 6.울리켄 MT 정상은 MTB의 메카. 7.새로 오픈한 울리켄 정상 카페 테라스. 8.한가한 오후, 베르겐 카페의 낭만. 9.Voss를 출발한 열차가 베르겐에 도착. 현재의 건물들은 1702년 화마를 겪은 뒤 다시 원형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지만 삐뚤빼뚤 투박하고 질박한 풍모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대구의 집산지였던 이곳은 무역의 전초기지가 됐고 경제적 번영은 곧 국제화로 이어졌으며 개방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역사의 현장들은 베르겐의 상징성과 그리움을 말없이 표현하고 있다.부두의 광장에는 어시장(Fisketorget)이 선다. 새우, 바닷가재, 연어, 고래 고기 등 갖가지 해산물이 풍성하다. 꽃, 야채, 수공예품도 눈길을 끈다. 주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어시장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양자 간의 흥정으로 늘 소란하여 살아있는 베르겐을 노래한다. 낮에도 좋지만 밤이 되면 더욱 포근하게 변모하는 이 도시에, 아름다운 꽃이 내린다. 앙증맞은 상점과 집 위에 피어오르는 따스한 등불들의 꽃 터짐, 그렇게 베르겐은 또다시 새로운 추억의 밤 도시를 탄생 시킨다. 거리의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곳,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에 넋이 나가고, 미소 다정한 청년과의 눈인사도 따스한 도시 베르겐, 깊어 가는 밤에도 마음 열고 손 내미는 베르겐은 북구의 낭만, 스칸디나비아의 영원한 불꽃이다.11. 베르겐의 오늘을 있게한 베르겐 어시장에 밤의 낭만이 찾아든다. 12. 밤이 되면 더욱 근사하게 변모하는 브뤼겐 지구. 13. 베르겐 역 주변에는 낭만적인 호텔들이 많다.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