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로 주목받는 원주

원주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 환경 덕에 오래전부터 최고경영자(CEO)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별장촌이 들어서 왔다. 최근에는 도시 은퇴민까지 가세해 지역에 따라서는 이주민 비율이 50%가 넘는 곳도 있다. 혁신도시로 또다시 주목받는 원주를 찾았다.


원주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치악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주택지가 형성돼 있다. 치악산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월과 횡성, 백운산을 축으로는 충북 충주와 제천이 가깝다. 산지가 많은 덕에 오래전부터 명산과 맑은 강으로 유명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도심의 생활 편의와 전원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원주다.

이런 장점으로 오래전부터 중견기업 오너부터 유명 변호사, 고위 공무원, 교수들이 원주에 별장을 마련했다. 경기도 가평과 양평보다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지만 치악산과 주천강의 청정 환경에 끌린 것이다. 별장은 주로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신림면에 자리하고 있다. 별장은 치악산 자락과 주천강 주변에 퍼져 있는데 규모는 보통 대지 1650㎡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도시 이주민들이 여기에 합세했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온 이들은 경관이 뛰어나고 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속속 둥지를 틀었는데, 인기 지역은 은퇴민 비율이 50%를 넘는 곳도 많다. 귀농이 아닌 귀촌의 경우 선호하는 규모는 대지 660~990㎡, 주택은 99㎡ 전후가 일반적이다.

도시 이주민들이 원주에 터를 잡은 배경에는 1996년 농지법 개정이 한 몫을 했다. 당시 농지법 개정으로 외지인의 토지 소유가 자유로워지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귀농·귀촌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특히 춘천~대구 간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됐다.

현재 원주 전원주택 시장의 트렌드는 크게 귀촌민을 위한 정착형과 주말별장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은 토지와 건축비 상승으로 대지는 990㎡, 주택은 99㎡ 미만으로 작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혁신도시 이슈가 전원주택 시장에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기업 임직원의 주거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본인만 내려오는 경우다. 이런 이들로 인해 오피스텔 분양이 늘고 있다.

또 하나는 가장의 근무지를 따라 가족이 원주로 내려오는 경우다. 이들 중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하는 이들도 있고,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이들도 있다. 전원주택을 선택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근무지에서 차로 10~20분대 거리에 경관이 좋은 토지에 대한 상담이 늘고 있다.



TIP
“강원도의 관문 천혜의 전원주택지”

이원철 ㈜이땅 대표이사

원주는 수도권에서 1시간대, 강원도의 관문으로 도로, 전철 등 각종 호재로 인구가 꾸준한 지역이다. 원주는 경기도권 전원주택지보다 토지 시세가 저렴할 뿐 아니라 청정한 자연환경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주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귀농을 할 것인지, 귀촌을 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거기에 맞는 예산을 짜는 것이 좋다. 이때 귀농·귀촌 정부정책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계획하기보다는 토지를 먼저 구입한 후 주거형 소형 농막을 지어 주말 주택으로 이용하면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원주는 소형 토지의 경우 매각이 쉬워 실소유자 재테크용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토지 매입 후에는 단계적으로 인허가, 조경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주택을 짓는 것도 늦지 않다.

토지 구입에 팁을 하나 주자면 경관이 좋은 토지를 동호회를 결성해 큰 규모로 사서 나누면 싼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경관이 좋고 면적이 적은 토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비싼 가격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넓은 토지를 구입해 전원생활을 하면서 귀촌인들에게 여유분 토지를 매각해 짭짤한 재미를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귀농이 목적이라면 처음에는 1320㎡ 정도의 토지를 구매하라고 권한다. 이 중 330㎡는 주택지로 활용하고 나머지 990㎡로 농지원부를 만들면 퇴비, 면세유, 하우스 등 농자재 혜택부터 국민연금, 의료보험, 취득세, 양도세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신림면 신림리 김종언 씨
“치악산 국립공원을 정원처럼 사용하죠”
[BEST PLACE TO LIVE] 치악산 자락 별장촌 신림면을 가다
김종언(58) 씨는 2010년,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신림초등학교로 발령받으면서 원주로 내려왔다. 직업군인으로 있다 2004년 퇴직한 터라 아내를 따라오는 데 부담은 없었다. 김 씨는 처음 원주를 찾던 날, 중앙선 철길을 따라 펼쳐지던 아름다운 경치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원주 시내 아파트에 살림을 푼 그는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전원생활이 가능한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원주 인근 웬만한 전원주택지는 다 가봤다. 호저면에 나온 땅은 맹지에 가까운 토지라 후보에서 탈락시켰고, 신림면 황둔리는 풍광은 좋은데 너무 외지고 건축행위 허가를 받기 어려워 포기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치악산 자락의 신림리, 지금 전원주택지다.

“5번 국도나 신림IC에서 5분 거리라 지인들이 찾아오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공기가 너무 좋아요. 집 뒤가 바로 치악산국립공원인데, 와 보면 치악산이 왜 국립공원인지 알게 됩니다. 그런 국립공원을 내 정원처럼 쓸 수 있잖아요. 원주 시내가 아무리 더워도 여기 오면 시원해요. 섭씨 4, 5도에서 많게는 7, 8도까지 차이가 나니까요. 피서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더구나 해발 400m라 건강에도 좋죠. 주택지로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첫눈에 반한 그는 660㎡를 3.3㎡당 25만 원에 샀다. 그리고 혼자 설계하고 집을 지었다. ‘언젠가 내 집을 손수 짓겠다’는 일념에 퇴직 후 공부도 하고 건설현장도 다녀본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4개월을 혼자 끙끙 앓으며 집짓기에 매달린 결과 19.8㎡의 아담한 전원주택이 완성됐다. 집 짓는 데 든 비용은 자재비 1500만 원에 건축 허가비 400만 원 등 총 2000만 원이 전부다.
[BEST PLACE TO LIVE] 치악산 자락 별장촌 신림면을 가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집을 지은 후에는 그에 어울리는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당에 꽃도 심고 텃밭도 가꾸었다. 이곳에 오면 새소리 때문에라도 일찍 깨는데, 아침에 일어나 정원을 산책하며 꽃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과 교감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단다.

정원을 가꾼 후에는 돌담을 쌓았다. 올봄엔 열흘 땀을 흘려 정자도 만들었다. 정자는 집 뒤에 쓰러진 나무를 얻어다 말린 후 자재로 쓴 덕에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은 아내를 위해 온실을 만들었다. 16.5㎡ 온실을 만드는 데도 열흘이 걸렸는데, 자재비로 25만 원이 들었다. 온실은 가끔 지인들의 숙소로도 쓰이는데, 얼마 전에는 아내의 직장 동료가 놀다가 갔다.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한 그는 최근 주택 옆의 땅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금은 집 옆에 다실을 구상 중입니다. 아내가 차를 좋아해서 차 마시는 공간이 필요해서요. 몇 년 후에는 찜질방으로 쓸 수 있는 온돌방도 만들 생각입니다.”



신림면 황둔리 황둔 솔라 파워 플랜트 윤진철 회장
“태양광 사업을 하며 전원생활 즐깁니다”
[BEST PLACE TO LIVE] 치악산 자락 별장촌 신림면을 가다
윤진철(68) 황둔 솔라 파워 플랜트 회장은 정유회사 출신으로 1997년 석유 수송업체 ㈜범안물류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업체와 집이 모두 서울인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원주로 내려온 것은 노인요양시설을 짓기 위해서였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위해 노인요양시설을 구상했다. 요양시설은 주변 환경도 좋아야 하고 도심 접근성도 뛰어나야 한다.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을 찾아 윤 회장은 경기도 양평부터 강원도 홍천까지 50~60곳을 다녔다. 그러다 만난 곳이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다.

“여기는 소나무, 잣나무가 많아서 공기가 최고입니다. 풍광도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죠. 교통도 주변에서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차는 말할 것도 없고 5분만 내려가면 버스 이용도 가능하니까요. 기후도 사람 살기에 맞춤입니다. 여기 사는 11년 동안 태풍도 많이 오고 폭설도 많았지만 여기서는 비닐하우스가 파손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풍은 치악산이, 동풍은 태백산맥이 막아 주거든요. 동네 어른들이 그래요, 여긴 복 받은 동네라고요.”

2003년 윤 회장은 산과 밭을 포함해 노인요양시설을 지을 구상으로 산, 밭 모두 해서 3만9600㎡ 땅을 3억 원에 매입했다. 처음에는 밭에 채소와 나무 등을 심고 주말에만 내려와 생활했다. 그러다 2011년 이곳에 사무실과 주택을 지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서울보다 이곳이 주 근거지가 됐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을 하면서 이곳이 근거지가 됐다. 태양광 사업은 정유회사에 다니던 시절, 사업성을 검토하면서 처음 접했다. 그러다 2012년 구체적으로 사업을 검토했고, 2013년 4월 에너지관리공단의 낙찰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BEST PLACE TO LIVE] 치악산 자락 별장촌 신림면을 가다
현재 그는 에너지관리공단에 1kW당 300원 전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매출은 일조량에 큰 차이가 있다. 눈이 많고 일조량이 적은 겨울이나 장마철에는 월 2000만 원 이하, 날씨가 좋을 때는 약 2500만 원 매출을 올린다.

“태양광 사업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사업 문의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선뜻 권하기가 어려워요. 초기 자금이 워낙 많이 드는데, 저만 해도 약 15억 원이 들었습니다. 지목에 따라 사업성도 천차만별입니다. 일반적으로 임야나 밭은 타산이 안 맞습니다.”

전체 땅 중 6600㎡을 태양광발전 설비와 사무실, 안채, 창고 등이 차지하고 있다. 1만3200㎡는 밭인데, 330㎡에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비닐하우스는 50% 원주시 지원을 받아 지었는데, 현재 유기농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비를 맞지 않고 자라다 보니 병이 덜한 편이다. 나머지 1만9800㎡는 택지로 개발해 분양할 계획이다. 이미 필지를 분할한 1716㎡ 대지는 3.3㎡당 30만 원에 팔아, 주인이 주택을 지었다. 윤 회장은 나머지 땅도 분할해 이곳에 전원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에서 살다 나이 들어서 땅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존 주택을 사서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990㎡, 1650㎡, 1980㎡ 등으로 필지를 분할해 전원주택을 지을 계획입니다. 신림리에 그렇게 들어선 전원마을이 적지 않거든요. 다양한 개발 사례를 찾으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중입니다.”



신림면 황둔리 두리오토캠핑장 최필환 사장
“캠핑장 사업으로 제2의 인생 열었죠”

최필환(61) 두리오토캠핑장 사장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고향인 경기도 화성을 떠나 원주로 내려왔다. 점차 도시화되는 고향을 떠나 전원생활을 할 곳을 찾아 헤맨 건 물론 그 이전이다. 농산물 유통업을 하며 강원도 구석구석을 다닌 경험이 터를 잡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 찾은 곳이 지금의 캠핑장이 있는 신림면 황둔리다.

그가 뿌리를 내린 곳은 우선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꿈에도 그리던 전원생활에 맞춤이다. 거기다 강원도 초입이다 보니 서울 접근성도 좋다. 영동고속도로 신림IC를 빠져나와 10분이면 닿는다.

“처음에는 화성과 원주,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화성이 근거지였는데, 여기가 너무 좋아서 자주 내려왔어요. 저녁 먹고 바람 쐬러 여기까지 온 적도 많습니다.”

초기에는 이전 주인이 살던 29.7㎡ 콘테이너에서 생활했다. 땅은 샀지만 처음부터 이곳에서 뭔가 할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나무나 키우고 텃밭 가꾸면서 살 생각이었다. 시골 생활이란 게 대부분 자급자족하는 터라 전기세,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딱히 돈 들 일도 없었다. 주변에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60만~8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분들도 많다.

전원생활이 무료해질 때쯤 버섯 농사를 지었다. 이전 주인이 넘겨준 4950㎡ 규모의 버섯동이 있었다. 버섯농사를 짓는 틈틈이 주변에 나온 땅들도 사들였다. 그러다 보니 6600㎡이던 땅이 9900㎡로 불었다. 그런데 재배 기술도 부족하고 판로도 없어 고생만 하다가 정리했다.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원주시에서 캠핑장을 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캠핑장이 있는 곳은 구용소 등 계곡이 좋아서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자주 소풍을 오던 곳이었다. 거기서 착안해 캠핑장을 열었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30팀을 예상했던 첫날 80팀이 몰려와 안채 화장실까지 내줬는데, 다음 날부터는 사람들이 더 몰려 왔다.

“제가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오토캠핑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캠핑 붐이 일면서 황둔리에만 11개 캠핑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빼고는 관광농원 허가를 받고 캠핑장을 하지 오토캠핑장 허가를 받은 곳은 없습니다. 오토캠핑장 허가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거든요. 저도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까지 시설에 들인 돈만 수억 원이다.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3년 가까이 흙을 퍼 날랐다. 차 한 대당 9만~11만 원을 줬으니 흙 값만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 위에 파쇄석을 깔고, 다시 화장실, 개수대 등 건물을 지었다. 현재 부속건물까지 합쳐 캠핑장에 들어선 건물 규모만 약 1155㎡다. 그 덕에 캠퍼들에게 시설은 전국에서 제일 좋다는 칭찬을 듣는다.

초기에는 캠핑장 조성만 신경 쓰고 운영은 임대를 했다. 그러다 작년 9월부터 운영까지 직접하고 있다. 전체 사이트 수는 90개, 성수기에는 1박에 4만5000원, 비수기는 2만5000원을 받는다.

“도로 옆이라 ‘계곡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오는 손님이 많아요. 한번 오신 분들은 계속 찾고요. 이제 투자는 그만하고 운영하면서 여생을 즐기며 살 생각입니다. 성수기 한 달을 빼면 주말엔 바쁘지만 평일에는 쉬니까요.”

성수기인 요즘 최 사장의 하루는 새벽 4시 캠핑장 한 바퀴를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캠핑장을 돌며 그날 할 일을 계획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를 하다 마주치는 아이들의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나름의 운치가 있어요. 여기는 나무도 잘 자라는데, 나무가 자라는 만큼 캠핑장도 그만큼 좋아지겠죠. 여기 와서 제일 좋은 게 경쟁의식이 필요 없다는 겁니다. 누구 험담할 일도 없고요. 무엇보다 자연과 벗하고 사니까 그게 제일 좋습니다. 집사람하고 얘기하고 주말에 젊은 캠퍼들하고 얘기하니 심심할 틈도 없습니다.”


원주=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