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에 편입 JB금융

지방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으로 2강(BS금융그룹·DGB금융그룹) 1중(경남은행) 2약(JB금융그룹·광주은행) 체제를 유지해 왔다. 2약 가운데 하나였던 JB금융은 2013년 7월 출범한 이후 1년 만에 자산 17조 원 규모로 성장하더니, 올 초 자신보다 몸집이 큰 자산 규모 21조 원의 광주은행까지 품에 안으며 ‘조용한 반란’을 일으켰다. 오는 10월 광주은행 인수 건이 마무리되면 JB금융의 총 자산은 약 38조 원으로,

전북은행 시절(13조 원)의 약 3배 가까이 불어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JB금융은 올 초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인수에 성공하며 은행과 캐피탈, 자산운용 ‘삼각편대’의 진용을 새롭게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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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그룹은 규모의 열세를 딛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대 지방 금융지주인 BS금융그룹과 DGB금융그룹이 맹주 다툼을 벌이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JB금융이 당당히 지방은행 ‘빅3’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1969년 출범한 전북은행은 창립 45주년을 맞은 지난해 7월 JB금융지주 체제로 발걸음을 뗐다. 대다수 지방은행이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불운을 맞았지만, 전북은행은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지금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전북은행이 JB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김한 JB금융그룹 회장 겸 전북은행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김 회장은 비은행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2009년 7조2500억 원에 불과했던 전북은행의 자산을 올해 13조 원 규모로 키웠다. 동시에 인수·합병(M&A)에서 유리하도록 자회사 투자 한도를 확대하고 사업 확장 여력을 키우는 등 꾸준히 금융그룹의 체질을 개선해 왔다.

마침내 JB금융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광주은행 보유 지분 56.97%에 대한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최종 인수 금액 5003억 원에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10월 광주은행(21조 원 규모) 인수 건이 마무리되면, JB금융은 자산 38조 원 규모의 호남권 대표 금융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현재 지방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2위인 DGB금융(44조 원)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점포 수 역시 전북은행 96곳, 광주은행 146곳을 합치면 대구은행(253곳)과 거의 비슷해진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광주은행 인수 자금은 구주 배정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3,500억원을 조달해 기존 자금 2,000억원과 함께 충분히 해결했다고 본다”며 “광주은행 인수로 인해 JB금융은 서남권의 금융 주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광주·전북 2은행 체제 유지…인수 후 시너지 창출에 집중
JB금융은 광주은행과 M&A 이후 빠른 시일 안에 통합 브랜드를 구축해 호남권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규모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던 계열사 간 연계영업이나 공동 마케팅 등에도 힘을 쏟아 부어 내실을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점포가 거의 중복되지 않아 호남지역에서 ‘2은행(two bank)’ 체제로 운영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광주은행 인수가 결정된 후 “광주은행은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전북은행은 소매 고객을 중심으로 각각 운영해 위험을 분산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은행 체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JB금융의 경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간 중복 점포가 거의 없어 인력의 100% 고용 승계와 전산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반면,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보통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피인수 은행의 합병에 대한 저항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2은행 체제를 약속하지만, 현실적으로 합병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은행 통합이 진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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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은 당분간 M&A 등으로 회사의 덩치를 키우지 않고, 자회사들의 내실 다지기와 계열사 간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전북은행의 수익률은 답보상태인 반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서 꾸준히 비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금융 전문 여신금융회사인 JB우리캐피탈은 전북은행이 인수한 직후인 2011년 말 1조1658억 원이던 관리금융자산이 올 3월 말 3조8036억 원으로 3배 이상 급증하며 JB금융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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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은행 즐비한 수도권 진출
‘소형 점포’로 집중 공략

BS금융과 DGB금융이 각기 상대 텃밭으로 지점을 확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JB금융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에서 새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전북은행은 인천에 3개, 서울에 1개 점포를 신설해 수도권에 총 13개 영업망을 구축했다. 여기에 올해 문을 열 강서구, 노원구의 지점까지 합하면 서울 12곳, 인천 4곳으로 지방은행 중 가장 많은 수도권 지점을 보유하게 된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서울 지점은 각각 4곳, 3곳에 불과하다.

전북은행은 우선 수도권과 대전지역에 약 4~6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100㎡ 이하의 소형 점포를 전진 배치했다. 고객의 혜택을 극대화한 온라인 기반의 다이렉트 예금, 다이렉트 론 등을 확대하는 한편, 인지도가 낮은 지방은행의 특성을 감안해 시중은행 이용이 어려운 신용등급 4~6등급의 직장인 고객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수도권에서 다이렉트 예금 상품 등으로 6500억 원 예금 유치에 성공했다. 김천식 JB금융그룹 홍보부장은 “은행 영업점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2~3년이 소요되는 반면,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가 적게 드는 소형 점포는 개설 후 평균 1년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있다”며 “수도권 공략과 리스크관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김장학 광주은행장(사진 오른쪽)과 강대옥 광주은행 노조위원장(왼쪽), 김한 JB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광주은행 본점에서 광주은행과 JB금융 간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지난 2월 김장학 광주은행장(사진 오른쪽)과 강대옥 광주은행 노조위원장(왼쪽), 김한 JB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광주은행 본점에서 광주은행과 JB금융 간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적극적인 M&A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BS금융이나 DGB금융과 달리 JB금융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소매금융에 매진한다는 점에서 ‘빅3’ 가운데 가장 소극적이라는 평도 받는다. 그러나 JB금융은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용등급 1~3등급인 고객은 우리 타깃이 아니다. 전북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이 없고 투자은행(IB)에도 관심 없다. 전라도민이 진출한 수도권과 다른 재경지역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다.”

김 회장은 이같이 강조하며 “JB금융그룹이 수년 안에 50조 원 규모로 성장하겠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JB금융은 올 상반기 그룹 전체 영업이익 429억 원, 순이익 333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자회사인 전북은행이 288억 원, JB우리캐피탈이 101억 원을 올렸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일찌감치 수도권에 진출한 전북은행은 다이렉트 예금 확대로 성장성이 높고 자회사인 JB우리캐피탈의 실적마저 좋아 하반기 JB금융의 수익성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JB금융의 리더, 김한 JB금융그룹 회장 겸 전북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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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 JB금융그룹 회장겸 전북은행장은 정통 은행원 출신이 아니다. 지난 1989년 금융계에 첫 발을 디딘 후 줄곧 증권사에서 국제금융 관련 업무를 해 왔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 회장은 숫자에 강하면서도 경영 이론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제너럴모터스(GM)와 동부그룹 미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뒤 대신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대신증권에서 국제본부장과 인수본부장, 기획본부장을 지내며 국제금융 전문가로 성장했다. 이후 2004년에 메리츠증권 부회장으로 다시 증권계에 복귀, 투자금융(IB) 본부 내 기업금융센터와 IB 전략센터, 금융공학팀을 신설, IB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메리츠증권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전북은행장으로 JB금융과 인연을 맺은 김 회장은 수도권 점포 진출을 통한 소매영업 확대와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외형 확대를 하며 작지만 강한 지방은행 만들기에 의지를 불태웠다. 당시 전북은행의 행보에 대해 지방은행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리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전북은행은 JB금융지주를 탄생시켰고, 수도권, 충청권의 꾸준한 영업망을 확대했으며 광주은행 인수라는 쾌거를 이뤄 냈다. 김 회장의 과감하고 용기 있는 리더십이 아니었더라면 어려웠을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아는 전북도민들은 지역은행에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 회장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토박이지만, 전북 고창이 선조의 고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한한 호남 사랑을 내비추고 있다.


김한 회장은…
1954년생. 경기고·서울대 기계공학과·예일대 경영대학원 졸업. 1979년 삼일회계법인. 1982년 제너럴모터스(GM). 1984년 동부그룹 미국 현지법인. 1989년 대신증권 국제본부장· 인수본부장· 기획본부장 상무이사. 1997년 와이즈 디베이스 (WISE D.Base). 2000년 PAMA Group 서울 대표.
2004년 메리츠증권 부회장. 2008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1999년 유클릭 회장. 2010년 전북은행장.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