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파고든 분양형 호텔

분양형 호텔은 올 상반기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이끈 주역이다.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 과잉 탓에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분양형 호텔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 1~3년간 최대 11%의 확정 수익률을 내건 분양형 호텔은 매혹적인 투자처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수익형 부동산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분양이 한창인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제주 아크로뷰 호텔 조감도.
분양이 한창인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제주 아크로뷰 호텔 조감도.
60대 김면호 씨는 퇴직을 눈앞에 둔 2006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라마다 동탄 호텔에 투자했다. 당시 호텔 객실은 생소한 투자처였지만, 8% 확정 수익률에 이끌려 62㎡의 객실을 1억6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2008년 9월 문을 연 호텔은 인근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직원은 물론 외국 바이어 등의 이용이 꾸준히 이어지며 ‘대박’이 났고, 높은 객실 가동률에 힘입어 현재까지 연 9%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객실 매매가도 200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현재 매매가는 1억8000만 원 정도다.

분양형 호텔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전국 오피스텔 연간 임대 수익률이 2006년 6%대에서 2013년 말 5%대로 떨어진 데다, 2·26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이후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인기가 시들해지자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10%대 확정 수익의 분양형 호텔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개인투자자를 모아 객실을 지어 분양하고 위탁운영사가 호텔 운영으로 수익을 거둔 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과거 호텔 투자는 호텔 전체에 대한 일정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의 동의 없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012년 생활숙박업법 변경으로 호텔도 객실마다 따로 등기가 가능해지면서 일반 오피스텔처럼 개인 간에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됐다. 분양형 호텔은 1억 원 미만의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투자자들이 직접 관리하거나 일일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COVER STORY] 분양 열기 ‘후끈’…고수익·고위험 투자
성산일출봉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 관광객들.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성산일출봉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 관광객들.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공급 절반 이상 ‘제주’ 소액 투자로 2~3채씩 계약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분양형 호텔은 전국적으로 객실 수만 1만3517실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작년 한 해에만 제주도에서 총 6개 호텔, 1443실을 짓기 시작한 업체들은 올해 약 1700실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분양 채비에 분주하다. 현재 분양 중인 수익형 호텔 약 7000실 가운데 3000실가량이 제주도에 몰려 있을 정도. 제주 지역 숙박시설의 분양 가격은 평균 3.3㎡당 971만 원으로 수도권 오피스텔 가격과 맞먹는다. 초기에 분양했던 상품들은 대체로 면적이 컸기 때문에 2억~3억 원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40㎡대의 소형 숙박시설도 크게 늘어나 1억 원 미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곳들도 다수다. 그중에서도 관광단지가 펼쳐진 서귀포시와 ‘제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일대가 격전지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에 비해 제주 지역의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개발업체 드림랜드의 진성효 대표는 “제주도 호텔의 평균 객실가동률은 2008년 62%에서 2012년 말 82%로 뛸 정도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면세점이 들어설 제주시 연동과 탑동,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완공되는 서귀포 지역 호텔의 객실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9월 분양 2개월 만에 100% 계약을 달성한 ‘제주 라마다 서귀포 호텔’에 이어 올해 초 JK메디컬그룹에서 선보인 ‘라마다 앙코르 제주 호텔’도 분양 직후 모두 판매됐다. 지난해 문을 연 제주 서귀포의 밸류호텔 ‘디 아일랜드 블루’가 영업을 시작하며 분양자들에게 약속한 연 10.5%대 임대료를 매월 지급하자 분양형 호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는 게 분양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과 송파, 서초구에 위치한 제주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방문자가 몰리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제주 연동에 문을 여는 A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를 가 보니,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지긋한 50~60대부터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모델하우스 벽면 곳곳에는 ‘5년간 11% 확정 수익 보장, 5년간 5% 이자 지원’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최초 1년간 길게는 5년간 실투자금 대비 연 11% 또는 분양가의 8%를 확정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연간 객실 전체 임대료에서 관리 비용을 뺀 금액을 12분의 1로 나눠 매달 배당하는 식이다. 가령 1억6000만 원짜리 호텔 객실을 50% 대출을 끼고 분양받았다면 나머지 8000만 원의 10%인 800만 원이 1년간 돌려받는 확정 수익이다. 일부 분양회사는 담보대출 8000만 원의 이자를 내주기도 한다. 브랜드별로 연 7~10일간 무료 숙박권을 제공하는 옵션도 있다. 이태경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분양상담팀장은 “1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선의 소액 투자자들이 많으며 요즘에는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적어 2채씩 계약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오피스텔이나 도심형 생활주택을 보유하다가 재미를 못보고 호텔로 갈아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제주 JS오션블루 호텔
제주 JS오션블루 호텔
분양형 호텔에 투자하는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매달 고정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50대 이상 베이비부머이지만 예상 외로 30~40대도 적지 않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다른 분양사무소 관계자도 “저금리 기조에 은행 이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주도에 내 별장을 하나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0%대 확정 수익 ‘독’ 될 수도…현장 입지 반드시 확인해야
그러나 분양형 호텔이 제시하는 확정 수익이 한편으로 투자자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과거 기획형 부동산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가 연 10%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믿고 덜컥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장 기간 1~2년이 끝나고도 꾸준히 적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가 투자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양형 호텔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문제는 객실 가동률이다. 분양업체는 대부분 객실 가동률을 80%로 잡고 수익률을 책정한다. 바꿔 말하면 객실 가동률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시행사는 약속한 확정 수익금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 팀장은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면 호텔에 재투자할 여력이 떨어지고 결국 호텔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라며 “종전의 분양형 호텔 수익률을 보면 보장 기간이 끝난 뒤 급하락한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숙박업은 5년을 주기로 객실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인테리어 공사 비용은 3.3㎡당 200만 원 정도다. 이처럼 재투자 비용이 적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평소 충당금을 넉넉하게 쌓아놓고 있어야 한다고 박 팀장은 조언했다.
하워드 존슨 제주 호텔
하워드 존슨 제주 호텔
준공 후 호텔 운영을 맡을 전문 업체나 교통, 관광 등 입지 여건, 부대시설 운영 노하우에 따라 객실 가동률과 투자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행 및 시공사의 규모, 재무 건전성, 분양성 등도 확인해 봐야 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분양형 호텔의 경우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향후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수익을 올리기 위한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호텔이면 더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2008년 오픈 후 현재까지 9%대 수익을 올리는 라마다 동탄 호텔의 성공 역시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라마다 동탄 호텔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동탄신도시 중심상업지구 근처에 자리 잡아 직원은 물론 외국 바이어 등 수요가 많다 보니 평균 객실 가동률 80%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형 호텔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똑똑한 투자를 위해서는 견본주택에서 상담사들의 말만 듣고 결정하기보다 실제 현장을 가 보고 입지 여건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